24일 부산서 첫 대선기획단 출범 앞두고 역사관 정리오전은 '눈물의 기자회견' 오후는 싸이 노래에 '말춤'
  • [부산=최유경 기자]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 후보는 24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과거사 인식' 관련 사과 기자회견을 마친 뒤 곧장 부산으로 향했다.

    추석 전 박 후보가 입장을 밝힐 것이라는 주장이 후보 주변에서 터져나오면서 당초 이날 오후로 예정된 부산지역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입장을 내올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박 후보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부산행에 오르기 직전 본인의 입장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방식의 기자회견을 택했다. 프롬프터를 활용해 차분하게 10분 남짓한 시간동안 기자회견문을 읽어 내려갔다.

    몇 차례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을 언급하는 과정에서 목소리가 가늘게 떨리고 눈물이 고이기도 했다.

  • ▲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가 24일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가 24일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박 후보의 측근들은 "5·16, 유신, 인혁당 사건은 헌법 가치를 훼손하고 정치 발전을 지연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발언은 예상했던 수위보다 훨씬 강한 수위였다고 평가했다. 기자회견 방식부터 발언의 수위까지 박 후보가 직접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자회견문은 박 후보가 직접 작성한 뒤 측근들과는 일부 표현만 가다듬는 수준에서 논의를 거쳤다고 한다.

    ◈ 부산행 앞두고 서둘러 기자회견…왜?

    박 후보가 이날 기자회견을 열 것이라는 것은 전일 낮까지도 극히 일부 인사들만 알고 있었다고 한다. 전국 시도당 가운데 가장 먼저 대선 선거기획단을 출범시키는 부산 방문을 앞두고 '과거사 문제'를 털고 가겠다는 박 후보의 의지가 강력하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부산 방문 직전 과거사 인식에 대해 진일보한 발언을 내놓은 데 상당한 의미가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TK(대구·경북)와 달리 급격히 야권화가 진행되고 있는 PK(부산·경북) 지역의 위기감이 작용했다는 분석도 뒤따른다. 18대 대통령 선거에 나선 3명의 주요 후보가 모두 영남출신인 상황에서 PK 민심이 대선의 승패를 가르는 핵심 변수가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 모두 부산 출신인 점도 박 후보에게는 부담스럽다.

  • ▲ 저축은행 피해자들과 전국언론노조 부산일보지부 및 정수재단반환부산시민연대 회원들이 24일 오후 부산 수영구 남천동 부산시당 앞 도로에 주저앉아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사과발언에 대한 집회를 열고 있다. ⓒ 연합뉴스
    ▲ 저축은행 피해자들과 전국언론노조 부산일보지부 및 정수재단반환부산시민연대 회원들이 24일 오후 부산 수영구 남천동 부산시당 앞 도로에 주저앉아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사과발언에 대한 집회를 열고 있다. ⓒ 연합뉴스

    당 안팎에서는 부산저축은행·신공항·현영희 공천헌금 등 부산 지역에 계속된 추문에 이 지역 민심이 예전갔지 않다는 목소리가 높다. 새누리당의 부산 선거대책위원회가 열린 부산시당 앞에서는 이날도 50여명의 부산저축은행 피해자들이 모여 집회를 열었다.

    ◈ 20대 당원 권유에 朴, '말춤'까지 선봬

    이날 임명된 부산 선대위의 선대위원장은 5선의 정의화 의원이 맡았다. 총괄본부장은 이진복 시당위원장이 담당한다.

    고문에는 박관용·김형오 전 국회의장과 김무성 전 의원이 참여했다. 정책개발본부장에는 각각 나성린 의원과 임정덕 교수가 임명됐다. 지역 현안과 관련 깊은 지역개발과 신공항 건설과 관련해 서부산대책위와 김해공항가덕이전 대책위도 꾸렸다.

    정의화 선대위원장은 "박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부산에 해양수산부를 독립시키고 (우리나라의) 제 2허브공항이 부산 가덕도로 오기를 희망한다. 부산 선거 압승을 위해서는 두 공약이 꼭 선택되길 바란다"고 박 후보를 압박하기도 했다.

  • ▲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가 24일 오후 부산 수영구 남천동 부산시당에서 열린 대통령선거대책위 출범식에서 대학생당원들과 함께 말춤을 추고 있다. ⓒ 연합뉴스
    ▲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가 24일 오후 부산 수영구 남천동 부산시당에서 열린 대통령선거대책위 출범식에서 대학생당원들과 함께 말춤을 추고 있다. ⓒ 연합뉴스

    임명장 수여식에 앞서 20대 청년 당원들의 공연도 이어졌다. 손수조 부산 사상구 당협위원장의 사회로 진행된 행사에서 청년 당원들은 먼저 비보이 공연을 선보인 뒤 이어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부산스타일'로 패러디한 음악에 맞춰 분위기를 한 껏 띄웠다.

    이 과정에서 한 청년 당원이 돌발적으로 박 후보를 무대 중앙으로 끌고와 함께 '말춤'을 권하자 박 후보는 이내 쑥쓰러운 듯 몇 초간 머뭇하다 양 손목을 엑스자(X)로 만든 뒤 양 발을 앞 뒤로 살짝 흔들며 말춤을 선보였다.

    박 후보는 이달 초 기자들과 오찬간담회에서 '20~30대가 좋아한다면 싸이의 말춤을 출 수 있느냐'는 질문에 "(내가 말춤을 추면) 20~30대가 행복한 게 아니라 괴로울 것"이라고 밝히며 우회적으로 거부 의사를 밝혔었다.

    ◈ "짜여진 각본처럼 춤 춘 것보단 낫지만…"

    그의 이러한 행보는 국민소통 차원에서 '파격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으나 같은 날 오전에 눈물의 기자회견을 한 직후라는 점에서 적절하지 못했다는 평가도 뒤따르고 있다.

    한 부산시당 관계자는 "박 후보의 말춤은 사전에 기획된 점이 단 하나도 없다. 청년 당원들이 춤을 추는 과정에서 박 후보도 함께 했으면 하는 바램에서 우발적으로 권한 것 같다"고 밝혔다.

    이에 박 후보와 가까운 한 인사는 "현장에서 갑자기 벌어진 일이라, 평가하기는 어렵다. 그래도 짜여진 각본처럼 연습하고 정해두고 춤추는 것보다는 낫지 않느냐"고 말했다.

  • ▲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가 추석물가 점검을 위해 24일 오후 부산광역시 북구 구포동 구포시장 방문, 시민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고 있다. ⓒ 연합뉴스
    ▲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가 추석물가 점검을 위해 24일 오후 부산광역시 북구 구포동 구포시장 방문, 시민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고 있다. ⓒ 연합뉴스

    박 후보는 이어진 인사말에서 대선승리를 위해 민생문제를 가장 먼저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어떤 유혹에도 흔들리지 말고 민생의 고통을 해결하는 미래로 나아가는 정당으로 그런 정치를 보여드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선거에서는 네거티브나 과거 논쟁 이런 걸로 일관해서는 국민들께 희망을 드릴 수 없다"고 했다.

    사실상 선거에서 '과거사'는 더이상 논쟁거리가 되지 않는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오전에 강도 높은 표현으로 박 전 대통령의 집권기에 대한 역사관을 수정한 만큼 사실상 과거사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한편 박 후보는 이날 오전 부산 거제동에 위치한 개인택시조합을 방문, 밑바닥 민심을 듣고 해운정사로 자리를 옮겨 진제 종정스님을 예방했다. 또 오후에는 부산시당 대선대책위 출범식에 참석한 뒤 구포동 구포시장을 찾아 추석 전 물가를 점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