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앞두고 과거사 논란 정리…대선후보로 첫 공식사과
  • "5ㆍ16과 유신, 인혁당 등은 헌법가치가 훼손되고 대한민국의 정치 발전을 지연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생각한다. 이로 인해 상처와 피해를 본 분들과 가족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 후보는 24일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5ㆍ16과 유신, 인혁당 재건위 사건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공식 사과했다.

    박 후보는 "정치에서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할 수 없음은 과거에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래야 할 민주주의 가치"라고도 했다.

  • ▲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가 24일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가 24일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국민대통합위원회를 설치해 그 아픔과 고통을 치유하기 위해 제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과거사 문제를 포괄적으로 다룰 기구를 설치해 '사과'가 말에 그치지 않고 현실적인 조치로 이어질 것임을 시사한 대목이다.

    "국민대통합 100% 대한민국, 국민행복은 저희 가장 큰 비전이다. 100% 대한민국은 1960~70년대 인권침해로 고통을 받았고 현재도 그 아픔이 아물지 않은 분이 저화 동참할때 가능하다고 본다."

    그러면서 "당장은 힘들겠지만 과거의 아픔을 가진 분을 만나고 더이상 상처로 남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도 했다.

    ◈ "국민들 딸이 아버지 무덤에 침 뱉는 것 원치 않을 것"

    박 후보는 10분 남짓한 사과 기자회견 곳곳에서 딸로서 아버지의 과오를 공개적으로 지적하고 비판하는데 따른 고뇌를 드러냈다. 또 박 전 대통령을 수차례 '아버지'라고 부르며 당시 박 전 대통령이 처한 상황을 설명하고 박 전 대통령을 평가했다.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과 관련한 과거사에 대해 "역사의 판단에 맡기겠다"는 기존의 입장에서 크게 선회한 데 대한 배경을 설명하는데 상당 시간을 할애하기도 했다.

    그는 "저는 오늘 한 아버지의 딸이 아니라 새누리당의 제18대 대선후보로서 최근 논란이 된 과거사와 관련해 여러분께 말씀드리고자 이 자리에 섰다"고 처음 말문을 열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자녀가 부모를 평가한다는 것, 더군다나 공개적으로 과오를 지적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잘 아시리라 믿는다", "국민께서 제게 진정 원하시는 것이 (박 전 대통령의) 딸인 제가 아버지 무덤에 침을 뱉기를 원하는 것은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5·16 이후 아버지께서는 다시는 나와 같은 불행한 군인이 없어야 한다고 하셨고 유신시대에 대해서는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고 까지 하셨다. 저는 아버지께서 후일 비난과 비판을 받을 것을 아셨지만, 반드시 국민을 잘살게 하고야 말겠다는 간절한 목표와 고뇌가 진심이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박 후보는  박 전 대통령의 국가에 대한 '충심(忠心)'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부분이지만,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할 수 없다'는 민주주의의 가치를 박 전 대통령이 훼손했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을 아버지로 둔 자신의 개인적인 고뇌를 끄집어내 인정에 호소하기도 했다.

    "저도 대통령을 아버지로 두었기에 역사의 소용돌이를 피해갈 수 없었다. 어머니, 아버지 두 분 모두를 흉탄에 보내드리고 개인적으로 절망의 바닥까지 내려가기도 했다. 이제는 서로 존중하면서 힘을 합쳐 더 큰 국가발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박 후보는 "이제는 증오에서 관용으로 분열에서, 통합으로 과거에서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 국민 여망에 부응하는 국민대통합의 시대를 열겠다. 국민 여러분도 과거가 아닌 미래로, 국민대통합의 정치로 함께 나가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했다.

    ◈ 추석 앞두고 과거사 정리…"진심 받아주면 좋겠다"

    박 후보의 이날 입장표명은 대선주자로서 처음 이뤄진 '공식 사과'이다. 지난 10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인혁당 두 개 판결' 발언으로 과거사 논란이 인지 2주 만이다.

    여기에는 대선판 초반의 첫 승부처로 인식되는 추석 연휴(9/29∼10/1)를 앞두고 역사인식 논란에 대한 전향적인 입장과 대책을 내놓지 않을 경우 최근의 지지율 하락세를 막을 수 없다는 현실적 판단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 ▲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가 24일 여의도 당사에서 과거사 관련 기자회견을 마치고 나서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가 24일 여의도 당사에서 과거사 관련 기자회견을 마치고 나서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짙은 회색 정장차림의 박 후보는 회견 내내 정치인이자 대선후보로서 과거사를 바라보는 시각과, 딸로서 부친에 대한 견해를 분리해 접근하는 방식을 취했다.

    기존에 '박정희 시대'의 공과(功過)를 나열했던 것과는 달리 '과'에 초점을 맞춰 '국민 눈높이'를 맞추려고 시도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소 상기된 표정으로 프롬프터를 천천히 읽어내려간 박 후보는 '국민대통합'의 의지를 거듭 강조하는 것으로 10분간의 회견을 마무리 지었다. 그는 부산 방문 일정을 위해 언론과의 질의응답은 생략했다.

    박 후보는 당사를 나서며 "마지막 사과라고 보면 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오늘 말씀드린 내용에 모든 게 함축돼 있고 앞으로 실천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 제 진심을 받아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정현 공보단장은 회견 직후 기자들과 만나 "사적이든, 공적이든 이런 수위의 발언은 처음이다. 가슴으로 말한 것 같다"고 자평했다.

    그러면서 "대선후보로서 진솔한 사과와 더불어 자신의 진정성을 공식 전달하고, 딸이 아닌 정치인으로서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할 수 없다'고 말한 점, 국민대통합위원회를 설치해 아픔과 상처를 지속적으로 치유하겠다고 밝힌 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측은 박 후보의 과거사 공식 사과에 대해 "늦었지만 변화된 인식을 보여준 점에 대해서는 평가할만하다, 환영한다"고 밝혔다.

    우상호 공보단장은 "후속조치로 필요하다면 피해자에 대한 보상과 국가적 사과까지도 있어야 한다는 것이 문재인 후보의 인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