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만 남은 대리점 주인들… “우린 ‘농심의 노예’였다”강제 목표수립·목표 달성위해 ‘삥’처리·채권추심 등등SSM에 대한 불공정 특혜지원… 라면 가격 인상요인
  • ▲ ⓒ농심 본사 전경.
    ▲ ⓒ농심 본사 전경.

    농심(農心)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무엇일까. 아마 대부분의 국민들이 ‘농심 ~신라면’과 ‘손이 가요 손이가 새우깡에 손이 가요~’ 그리고 ‘삼다도 생수’를 떠올릴 것이다.

    평소에 우리가 자주 즐겨먹는 대부분의 간식 류가 농심의 제품들이다. 하지만 인기에 비해 위생관리와 사회적 마인드는 조금 부족한 듯하다.

    라면가격 담합과 불공정거래, 생쥐 머리를 비롯한 각종 이물질 사고 등등 서민들을 울리는 많은 사건 사고가 있었다. 이후에도 개선되지 않고 몇 차례에 걸쳐 똑같은 일이 반복되기도 했다.

    “장수식품을 추구하는 농심”
    - 농심 홈페이지 문구

    전국민의 기호식품 1위 업체인 농심에서 불거지는 각종 사건사고를 접할 때면 상호인 농심(農心)이라는 이름이 전혀 걸맞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 농심(農心)이야 악심(惡心)이야?

    최근에는 농심(農心)이 개미(일반 소시민)들에 대한 착취로 배 불리고 오늘날 업계 1위에 올랐다는 주장이 터져 나왔다.

    농심은 지난해 경영실적 기준으로 국내 시장점유율이 라면류 70%, 먹는 물은 1위를 기록하는 대단한(?) 업체다.

    농심은 특약점계약을 체결한 전국의 중소 도매상인(특약점)을 통해 전체 물동량의 약 40%를 공급한다. 라면특약점은 약 400여개, 먹는 물 특약점은 약 150여개로 알려져 있다.

    이들 자영업자이자 도매상인인 특약점들이 농심의 제품을 전국민들이 먹을 수 있도록 배달하고 있는 셈이다.

    지금의 농심이 있도록, 전국민들이 편하게 가까운 슈퍼에서 물건을 살 수 있도록 지원해온 협력관계인 특약점이 사실은 농심과 ‘노예 계약’을 맺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농심의 특약점 정책과 운영행태가 중소 도매상인들에게는 ‘노예계약’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가혹하고 일방적이라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뛰어난 다단계 기업이 농심이라며 ‘농심(農心)’이 아니라 ‘악심(惡心)’이 행태에 맞는 상호라고 비꼬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 ▲ ⓒ지난달 19일 공정위 앞 시위 모습.
    ▲ ⓒ지난달 19일 공정위 앞 시위 모습.


    ◆ 특약점들은 농심의 ‘노예’다!

    “지금 남은 건 빚밖에 없다. 짧은 기간에 다 날렸다. 아니, 날린 게 아니라 ‘농심’한테 뺏겼다.”
    - 전 특약점주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와 중소상인 살리기 전국네트워크,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을 위한 시민연대 등 중소상인-시민사회단체가 지난달 19일 공정거래위원회 정문 앞에서 농심의 대리점에 대한 불법행위를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신고서를 제출했다.

    “라면업계 시장점유율 1위 업체 농심이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대리점에게 ‘노예 계약’과 같은 일방적이고 가혹한 불공정행위를 지속하고 있다. 공정위가 농심재벌의 각종 불법행위를 철저히 조사해 재발을 방지해 달라.”
    -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참여연대 등이 공정위에 신고한 농심의 ‘불공정거래’는 크게 3가지다.

    첫째, 농심이 전국 대리점에 매출목표를 일방적으로 부과하고 목표 매출량의 80% 이상을 판매하지 못한 경우 판매장려금을 지급하지 않는 등의 방식으로 부담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판매점의 주력 제품이 아닌 특정제품의 매출을 강제로 할당해 전체 매출 목표를 초과하더라도 판매장려금 지급에 제한을 둔다.

    둘째는 농심이 기업형 슈퍼마켓(SSM)에 추가물량지원 등 특혜를 줌으로써 이중가격정책을 펼치고 있다는 것이다. 5+1 또는 4+1식으로 대리점보다 많은 물량을 몰아줌으로써 골목상권의 가격 경쟁력을 앗아 간다는 주장이다.

    셋째로 농심의 일방적 요구와 지시에 불응한 일부 대리점을 대상으로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하거나 재계약을 거부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이 경우 대리점 개설을 위해 은행에서 빌린 돈을 농심이 강제 채권추심에 들어가 경제적 압박을 가한다고 주장했다.

    “2년 동안 고생하고 남은 건 외상과 재고뿐이다. 2년 전 3억원으로 대리점 운영을 시작했지만 첫 달 1,600만원의 적자가 난 이후 지속적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대기업인 농심의 대리점을 운영하면서도 빚을 질 수밖에 없는 까닭은 ‘농심의 불공정거래 탓’이다.”
     - 김진택 대표(농심특약점(대리점) 전국협의협, 전 농심특약점주)

     

    ◆ 일방적으로 판매량 하달하는 농심!

    시민단체들은 농심은 전국의 400여개의 라면특약점과 150여개의 음료특약점에게 매출목표를 강제적으로 부과 한다고 주장했다.

    “라면특약점의 경우 그 목표를 80%이상 달성하지 못했을 경우 ‘판매장려금’을 1원도 지급하지 않는다. 음료특약점의 경우에는 전체 매출목표의 달성뿐만 아니라 13%를 특정제품 판매로 채워야 한다.
    일례로 켈로그 등 농심이 지정한 제품의 매출이 전체 매출목표의 13%에 도달하지 못했을 경우 판매장려금의 50%만을 지급한다.”
     - 시민단체들이 제출한 신고서 내용 중

     

     

  • ▲ ⓒ시민단체 등이 공정위에 제출한 증거자료 중 강제목표.
    ▲ ⓒ시민단체 등이 공정위에 제출한 증거자료 중 강제목표.

    농심이 지정(?)해준 전체 매출목표를 달성했다하더라도 다른 제품의 판매량이 전체 매출목표의 13%를 달성하지 못하면 약속한 판매장려금의 반만 준다는 것.

    “이는 농심이 전형적인 목표 강제부과와 특정제품 강제할당 즉 떠넘기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농심이 매출목표를 정하는 기준은 전년도 대비 일정한 비율만큼의 매출을 늘려 잡는 것이 기본이다. 그 매출목표는 전국의 모든 특약점이 각자의 정상적인 매출보다는 항상 많기 때문에 농심에서 비싼 가격으로 물건을 사다가 싸게 팔 수 밖에 없다.”
     - 시민단체들이 제출한 신고서 내용 중

     

    ◆ 비싸게 사서 싸게 파는 ‘삥’시장!

    농심이 정한 판매목표를 채우기 위해 소위 말하는 ‘삥시장’에 농심에서 사온 가격보다 더 싸게 내다 팔고 있다고 전 특약점주들은 주장한다.

    ‘삥’시장이란 특약점주들이 농심의 판매목표를 채우기 위해 자신들이 농심으로부터 공급받은 가격보다 70~80% 낮춰서 도매로 넘기는 거래를 말한다.

    시민단체들은 이 같은 행위를 농심측이 종용했다고 주장했다.

  • ▲ ⓒ시민단체 등이 공정위에 제출한 증거자료 중 판촉.
    ▲ ⓒ시민단체 등이 공정위에 제출한 증거자료 중 판촉.

    실제로 공정위에 특약점A가 지난해 8월 30일 3,300만원 이상의 제품을 10% 할인해 다른 거래처에 넘기고 2,970만원을 입금 받은 영수증이 증거자료로 제출됐다.

    특약점B도 같은 해 8월 31일 700만원 상당의 제품을 농심이 요구한 대로 10% 할인해 다른 거래처에 판매하고 그 판매대금 670만원을 입금 받았다고 제출했다.

    이렇게까지 해서 농심이 정한 판매목표를 채워야 판매장려금을 받을 수 있고 그마저 못 받으면 당장 기름 값조차도 벌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하소연한다.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목표를 채우기 위해 ‘삥’을 날리면서 장사를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실제로 많은 특약점들이 이런 행태로 서서히 싸여가는 빚더미 때문에 그만두지도 못한다. ‘삥’을 날리는 것은 특약점만이 아니라 본사의 직원들도 자신이나 각 지점들의 매출목표를 올리기 위해 특약점의 코드를 이용한 ‘삥’을 하고 있다.”
    - 신고한 시민단체들

     
    ◆ SSM 등 대기업에만 물량 더 주기!

    시민단체들은 공정위 신고의 또 다른 이유로 농심이 기업형 슈퍼마켓(SSM)에 추가물량지원 등 특혜를 줌으로써 이중가격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농심에서는 모든 유통채널별로 동일한 공급가를 적용한다고 하지만 대형마트, SSM, 편의점 등에는 10+1, 5+1 등의 행사상품을 공급하는 방법을 통해 가격을 낮춘다. 가게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우리도 시장에 형성된 가격에 맞출 수밖에 없다. 신라면 5개 멀티포장의 가격이 가장 떨어졌다. 멀티포장제품은 본사에서 박스당 2만 3,012원에 들여와 2만 1,000원 혹은 2만 500원에 판매한다.”
     - 김진택 대표(농심특약점전국협의회, 전 특약점주)

    특판점은 박스당 2,000원이 넘는 금액을 손해보고 소매점에 넘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 ▲ ⓒ시민단체 등이 공정위에 제출한 증거자료 중 판촉.

    공식적으로는 공가라고 해서 공급하는 가격이 똑같다고 주장하지만 ‘타계정’이라는 물량지원을 통해서 실질적으로는 가격에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김 대표와 시민단체들은 이 같은 공급차별이 지역의 골목상권을 무너뜨리고 라면 가격을 인상 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항변했다.

    여기에 배송비까지 더 하면 특약점들의 손실금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농심이 매일 주문제품을 배송 해줘야 하지만(계약서상) 실제로는 특약점에서 직접 새벽 4시30분에 나가서 매일 가져오고 있는 게 현실이다.


    ◆ 농심이 우리은행 채권을 추심해?

    이 같은 어려움에도 점포를 계속 운영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대리점 개설을 위해 은행에서 빌린 돈을 농심이 강제 채권추심에 들어가 경제적 압박을 가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농심은 농심의 부당한 모습에 대하여 문제제기를 하는 특약점에 대해서 채권추심이라는 방법으로 채권회수를 독촉한다. 농심의 채권은 1원도 없고 우리은행으로부터 받은 신용대출금액만 있을 뿐이다. 농심에서는 농심이 보증을 서줬다고 할 수 있지만 특약점에서도 농심을 피보험자로 신용보증기금의 신용보증서를 끊어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약점들이 잘 모른다고 특약점의 불만을 일시적 채권회수(?)를 무기삼아 협박을 하고 있다”
    - 시민단체들이 제출한 신고서 내용 중

    농심에 불만을 표하는 점주에게는 일방적으로 계약해지를 통보하고 바로 채권회수를 통해 경제적 압박을 가하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계속 운영할 수밖에 없다는 것.

    “농심은 일반적인 외상매출처럼 담보나 신용보증서를 제출하면 여신을 주는 것이 아니라 농심을 피보험자로 보증서를 끊어준다. 그 보증서를 받고 우리은행을 끌어들여 대출을 받게 한 다음 그 대출금으로 완벽하게 대금을 회수한다. 대출에 대한 이자는 특약점이 물게 되므로 농심의 여신이 아니라 대출알선을 통한 매출증대를 위한 술책에 불과하다. 일반적으로 신용보증서 담보의 대출은 4~5%대의 이율임에도 불구하고 농심특약점들의 이율은 8.75%로 상대적으로 높은 이율을 부담함으로써 이중고를 강제 당하고 있다.”
    - 시민단체들이 제출한 신고서 내용 중


    ◆ 농심, “사실무근… 판단은 공정위 몫”

     “김진택씨를 비롯해 시민단체들이 주장하는 내용은 모두 사실 무근이다. ‘판매장려금’은 계약서에 따라 모든 사업자들에게 목표량과 관계없이 지급된다. 목표매출 달성에 따른 추가금액 지급은 판매를 장려하기 위한 자율적 ‘인센티브’일 뿐이다.”
     - 장재구 차장(농심 홍보팀)

     

     

  • ▲ ⓒ시민단체 등이 공정위에 제출한 증거자료 중 장려금.
    ▲ ⓒ시민단체 등이 공정위에 제출한 증거자료 중 장려금.
     
  • ▲ ⓒ시민단체 등이 공정위에 제출한 증거자료 중 장려금.
    ▲ ⓒ시민단체 등이 공정위에 제출한 증거자료 중 장려금.

    그는 '판매장려금'이 아닌 '인센티브'임을 증명할 수 있는 관련 서류를 공정위에 제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건 시민단체와의 문제가 아닌 일부 특판점과 김진택씨 개인의 일방적인 주장이다. 그의 주장은 전부 사실이 아니다. 모든 사실은 공정위 조사결과에서 밝혀질 것이다.”
     - 최호민 팀장(농심 홍보팀 부장)

    이 같은 농심 측의 항변에 공정위에 신고한 시민단체들은 전혀 납득이 안가는 주장일 뿐이라는 반응이다.


    ◆ 과연? 중론은 ‘농심이 너무~해’!

    “목표매출 달성에 따라 ‘인센티브’를 준다는, 기존에 지불하는 장려금 외에 따로 ‘인센티브’까지 챙겨준다면 매우 착한 기업이다. 하지만 농심의 과거 행보를 봤을 때 참 의문이다.
    이번 사건은 김진택씨 한 사람만의 주장이 아닌 사회적인 문제다. 개인적으로 10여곳의 농심 특판점주들과 만나고 다른 많은 점주들의 이야기도 전해들은 결과 중론은 ‘농심이 너무 해~’이다.”
    - 양창영 변호사(시민단체들의 공정위 신고 대리인)

    이런 가운데 농심의 주가는 라면시장 점유율 상승세에 힘입어 강세다. 지난달 25일 오전 9시 37분 현재 농심은 전일대비 5,500원(2.55%)오른 22만 1,000원에 거래됐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하얀국물 라면의 인기로 주춤했던 농심의 시장점유율이 올 들어 6개월 연속 상승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농심의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12월 59.5%까지 하락했지만 올 6월 다시 64.9%로 상승했다.

    농심의 이런 상승세 이면에는 가격담합도 한몫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농심은 지난 3월 라면업체들과의 가격담합에 대해 공정위로부터 지난달 26일 1,08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

    농심은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와 ‘불공정거래’에 대해 “어이가 없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과연 이번 ‘노예 계약’에 대해 공정위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 농심은 추후 어떤 답변을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 ▲ ⓒ시민단체 등이 공정위에 제출한 증거자료 중 장려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