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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중국 대표시인 북한인권 비난
염미화 기자 -
- ▲ 중국의 10대 작가 중 한명인 시인 양리안
본지 기자는 중국의 대표 시인이자 현재 런던대학교수와 국제펜센터 회장직을 겸임하고 있는 양리안을 ‘시 파르나소스 축제’에서 단독으로 만났다. 이를 통해 현재 그가 생각하고 있는 중국 정부의 문제점과 탈북자 관련 사항 등에 대한 속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Q. 1989년 호주를 거쳐 영국에서 정착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사연이 있다면.
A. 1988년, 호주문화재단으로부터 초청을 받고 해외에 나왔다. 여행이 제대로 됐다면 그 다음해인 1989년 8월에 중국으로 돌아가야 했지만 당시 중국에서는 학생운동이 시작되었고 중국 정부는 (사상과 맞지 않는다고 하여)나의 책을 판매하지 못하게 할 뿐 아니라 심지어 불태우기까지 했다. 한마디로 ‘문화대명’이 재현된 것이다.
Q. 문제의 책 내용에 대해 알려 달라.
A. 첫 책은 70년대 후반부터 쓴 책이다. 제목이 '노란 색'이었고 그 외에는 에세이 등이 있다.
'노란 색'이란 책은 자기 자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하는 질문을 던지는 책이다. 노란색은 아시아인의 살색을 뜻한다. 마치 땅 색처럼 말이다. 중국인과 역사는 이렇게 한 색깔로 연결돼 있다. 자신의 살을 만지면 노란 땅의 역사로도 이어진다. 나는 노란 손으로 노란 땅에 집어넣어서 죽음을 만졌다.
그 책을 통해 자기 자신과 현실은 네 겹의 구조로 이뤄져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 첫 겹은 정치의 사실, 두 번째는 내 자신이 그 정치를 생각하는 것, 세 번째는 역사를 돌아보는 것, 네 번째는 자기 자신에게로 돌아오게 하는 것을 말이다.
Q. 노란 손으로 노란 땅에 집어넣어 죽음을 만졌다는 대목이 참 인상적이다. 그 노란손을 통해 중국 공산당의 정치를 만져볼 생각은 안했나?
A. 좋은 질문이다. 공산당은 모든 외부를 거짓으로 만든다. 하지만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진실이 있다. 그렇지만 그 외부를 바꿀 수는 없다. 오히려 자신도 거짓으로 만들어간다. 마음의 병은 그렇게 커진다.
내가 시를 쓰는 이유는 외부의 거짓을 당해낼 수 없어 마음속으로 진실을 키우려는 것이다. 이렇게 좋은 마음을 지키면 외부의 거짓에 눌리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이용해서 앞으로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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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어제의 중국과 오늘의 중국, 변한 것과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면.
A. 달라진 것은 가난한 중국에서 부유한 중국으로 바뀐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13억 중국인들을 더 위협하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옛날에는 중국의 자유가 정치의 지배를 받았지만 지금은 돈의 지배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나라가 부유한 것은 좋지만 자유민주주의 정권이 아니라 일당독재의 공산당이 돈의 지배로 밀고 나가니 사람들이 편해지면서 생각을 멈추게 된다. 이는 인간성, 사색이 무너지는 역사를 만드는 것이다.
Q. 지금까지 중국 공산당의 일당독재에 대해 말하는 이들은 많지만 돈으로 자유를 유린한다는 이야기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 달라.
A. 80년도까지만 해도 중국인들, 특히 대학생들은 공산당과 협력하겠다는 사인을 하지 않았으나 현재는 많이 달라졌다. 공산당과 협력해야 돈도, 직업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중국인들이 진정한 자유를 포기하게 만드는 정치가 된 것인데 이것이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할 수 있다.
Q. 한편으로는 이렇게도 생각해볼 수 있지 않나. 돈의 정치가 결국은 공산당도 변질시킬 수 있을 수 있지 않을까. 이를테면 지역주민들보다 더 부유한 간부들이 나오면서 말이다. 돈의 침해와 기여, 일장일단이 있지 않는가?
A. 옳은 말이기도 하면서 재미있는 질문이다. 나도 그렇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그런데 정치가 아니라 문학이 돈의 지배를 자유의 지배로 바꿀 것이라 생각한다. 무엇보다 문학이 정치를 앞서는 것은 확실하니까.
생각해보라. 가난하면 내 집, 내 밥, 내 땅, 이렇게 작게만 생각하지만 경제가 발전하면 더 큰 문제들을 고민하게 된다. 여기서 작가들은 정치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파악하려 하며 그래서 끊임없는 문제 제기로 대중에게 생각하도록 한다. 작가는 이렇게 중요한 일을 담당하는 사람들이라 생각한다.
Q. 중국은 부모가 아이에게 '남의 일에 상관하지 말라.'고 가르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기자가 중국에서 실제로 겪은 일인데 ‘료녕성’ 주민들이 ‘길림성’ 주민들을 오랑캐 취급하는 것을 보고 놀란 적이 있다. 다른 성에서 생산된 상품을 사지 않는 경우도 봤는데 이런 갈등이 앞으로 거대한 중국, 더구나 공산당의 일당독재에 어떤 결과를 불러일으킬지 양 시인의 생각은?
A. 중국 사람들은 (지역간 배타적 감정)그게 좀 심하다. 이는 공산당이 자기 지배를 위해 소수민족 사이의 연결고리들을 끊어 놓고 또 그런 현실을 방심한 결과다. 아주 오래된 방법이다. 그것이 공산당의 목적이기도 하다.
2000년 전부터 시작된 문제이다. 중국에는 여러 언어들이 있다. 그러나 공산당은 오직 중국어를 중심으로 다스렸다. 이것은 언어독재라 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국제펜센터 회장으로 있으며 이 문제점을 주도했다. 티벳펜 작가들에게 자기 민족어로 쓰도록 하는 민족 언어 시 프로젝트를 기획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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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양 시인은 자유민주화된 소수민족을 원하는가, 아니면 공산독재에 의한 거대한 중국을 원하는가.A. (웃음) 내가 원하는 것은 미국식이다. 미국은 언어가 나눠진 것이 아니라 주로 나뉘어졌을 뿐이고 위의 정치, 아래 정치로 정책을 펼쳐 모든 국민을 살핀다. 이것이 필요하다고 보고 유럽처럼 되는 것도 좋은 것이라 생각한다.
Q. 중국이 만리장성 길이를 늘리면서까지 역사를 왜곡하려 하려 한다. 이로 인해 한국인들에게 뜨거운 눈총을 받고 있는데 이를 보는 양 시인의 시각은.
A. 민주주의가 아닌 독재모양의 정치는 무조건 다른 나라의 역사를 바꾸고 침략하는 것이 속성이다. 한국인들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 이유는 민족과 민족의 싸움이 아니라 사람과 독재와의 싸움이기 때문이다.
Q. 중국 공산당은 북한의 잘못까지 모두 끌어안고 계속 비호두둔하고 있다. 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는가.
A. 중국은 북한이 무엇을 잘못하든, 그들의 처지나 이념 같은 것은 상관없다. 북한이 넘어지면 자신도 위협받는다. 그래서 넘어지지 않게 부추겨 주는 것이다.
Q. 중국이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으면서까지 북송문제를 방조하고 있다. 이에 대한 생각은.
A. 중국은 국제사회가 자기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상관하지 않는다. 자기들 식대로 뒤집어서 말하면 그만이니까. 더구나 인권에 대해 너무 쉽게 생각하는 정권이다. 중국 공산당은 대중들의 도전에 대한 고민과 두려움을 갖기 전에 너무 부유해졌고 오만해져 있다.
Q. 이것이 중국인들 특유의 '만만디외교'인가. 아니면 인권에 대한 무시인가.
A. 중국 민족이랑 정부는 다르다. 정부는 기계라 말할 수 있다. 사람들은 상상력이 있지만 기계는 상상력이 없다. 왜 시인이 중요하냐면 시인은 상상력을 다룬다. 상상력을 통해야 기계적인 것을 부실 수 있다. 인간성은 그런 것이다. 상상력이 인간성이다. 매일 다시 창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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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탈북자들을 북송시키는 것은 사형선고나 마찬가지다. 이에 국제사회가 압박을 가하지만 중국 정부는 요지부동이다. 중국정부의 이 같은 행보를 저지할 방법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A. 두 가지 방법이 있다. 국제외교로 압박 동력을 만들어 중국 내의 인권과 연계시켜 공산당을 괴롭혀야 한다. 다른 하나는 문학의 힘이다. 시, 소설 등을 통해, 말하자면 상상력을 통해 죽은 사람까지도 다시 대중 앞에 내세우는 생명을 만들어야 한다.
그 생명은 시로, 문학만으로 태어난다. 사람들의 기억에 남게 도와주며 움직이게 한다. 한은 쌓이기만 하고 앞으로 나가지 않는다. 하지만 시는 기억에 남으며 그 힘으로 앞으로 나갈 수 있게 한다. 내가 썼던 1989년의 마지막 시를 보면 사형 장면을 그리고 맨 마지막에 이런 시어가 있다. “사형이 여기서는 아주 많이 일어나고 일반적인 이야기이다.”라고 말이다. 민주주의 국가 사람들은 시를 읽는 과정에 “아니야, 아니야” 했는데 마지막에 일상이라고 하니 얼마나 충격이 컸겠는가? 장진성 시인도 그런 시를 쓰지 않았나?
Q. 중국 정부가 양 시인을 괴롭히지는 않나.
A. 죽음이 아주 무섭지만 인간성의 죽음이 더 무섭다. 북한은 몇 백만이지만 중국에서는 공산당 정치로 몇 천만이 죽었다. 그런데 그 생명들이 숫자로 바뀌는 것이 문제이다. 나는 이것을 잘 아는 시인이다.
(지금이라도) 중국에 들어갈 수는 있다. 스파이들이 붙는다. 하루는 이런 말을 협박식으로 직접 들었다. “너 우리가 따라다니는 줄 알지?” (웃음) 나는 중국에서 데모는 못하지만 시를 통해 사람들의 마음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예를 들어 중국 망명펜센터가 아니라 개인자유펜센터 대표로 들어가서 말이다.
Q. 2만4000명의 탈북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놀라는 표정을 지으며) "불가능에서 시작해서 가능으로 가자" 삶에 대해서 하는 말이기도 하지만 이는 시에 대해서 하는 말이기도 하다.
이렇게 시적 표현으로 삶을 풀어나가자는 말이다. 왜냐하면 시인은 갈 길이 정해져 있지 않다. 한 연 한 연이 끝나면서 낭떠러지 같다. 죽음 같다. 그래서 한 연을 시작할 때마다 새로 태어나는 것이다.
죽을 때마다 옛 자신을 버리고 새 사람이 되는 것이다. 탈북자들도 시의 연이 새롭게 시작되듯 자기 자신을 새롭게 해야 한다.
‘계속 자신감을 갖고 자신을 믿어라.’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마지막 말로 문학적으로 계속 협력을 하고 싶다. 이번에 9월에도 국제망명펜센터 회의를 위해 한국에 간다. 시인은 어떤 시에서나 감동을 받지만 바로 옆 나라 시인의 시를 보면 더 감동을 받는다.
앞으로 인권, 문학으로 더 협력을 원한다. 정치적으로 비슷해서가 아니라 문화와 역사를 같이 하는 나라이기 때문에 더 이해가 깊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