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왕시장, 청년․사회적 기업 단체 입주 서대문구서 지원... “시장이 젊어졌다”
  • ▲ 인왕시장 희망가게 입점식 플랜카드 ⓒ 양호상 기자
    ▲ 인왕시장 희망가게 입점식 플랜카드 ⓒ 양호상 기자

    6월 찌는 듯한 더위가 이어지던 지난 22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인왕시장은 구슬땀을 흘리는 젊은이들로 활기가 넘쳤다. 이들은 시장 빈 점포 8곳에 단체로 입주하는 새 주인들이다. 

    무슨 이유로 한날, 한시에 젊은이들이 시장에 들어오게 됐을까. 서대문구와 시장법인체 진성PMI는 시장 활성화를 위해 빈 점포에 ‘청년 장사꾼’을 끌어들이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시장과 상생을 도모하고, 일자리를 창출하자는 취지다. 서대문구는 2년 무상임대와 시설 관리라는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했다. 입주자들은 매달 관리비만 내면 된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청년들과 사회적 기업이 6월부터 차례로 입주하게 됐다. 품목은 꽃, 커피, 도시락, 구제의류, 문화공간까지 있다. 주로 1차 식품을 다루는 전통시장에서는 생소한 업종들이다. 

    각 점포들이 시장에 들어온 이유도 다양하다. 

    골목 초입에 위치한 ‘샤론플라워’는 구세군 서울 후생원에서 운영하는 점포다. 보통 성인이 되면 보육원을 나와야 하는데, 보육원 측은 이들의 사회적 자립을 돕고자 꽃집을 운영하게 됐다. 보육원 교사들과 고등학교 졸업반 학생들이 돌아가며 꽃집 운영에 참여하고 있다.

  • ▲ 샤론플라워 차성원 점장 ⓒ 양호상 기자
    ▲ 샤론플라워 차성원 점장 ⓒ 양호상 기자

    “시장에서 장을 보고 꽃을 사가는 손님들이 많아졌다. 상인들이 홍보를 많이 해준 덕이다. 앞으로는 꽃집에 온 손님들이 시장에서 물건을 사갈 수 있게끔 도움이 되고 싶다.” (꽃집 차성원 점장) 

    얼마 전 문을 연 도시락가게 ‘도토리박스’는 벌써부터 입 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근처에 도시락가게가 없다 보니 시장이나 근처 상인들에게 인기가 좋다. 식사 시간에 맞춰 밥을 먹기 어려운 상인들이 가게에 많이 온다고 한다.  

    “이 가게는 ‘행복나눔플러스’라는 사회적 기업에서 운영하고 있다. 반찬이나 도시락 등을 제조해 판매하며, 여기서 얻은 수익 전액을 사회에 환원한다.” (도시락 최희광 사장)

    인왕시장에 입주한 이유도 서대문구와 은평구 등의 소외된 이웃에게 반찬 나눔 활동을 펼치는 기지국으로 삼기 위해서다. 

    그는 “도시락을 사러 오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시장 유동인구도 많아질 것”이라고 했다.

    빈 점포를 ‘갤러리’로 활용한 곳도 있다. 설치미술을 전공한 청년 예술가들이 시장을 살리기 위해 사비를 털어 ‘스페이스 플러스’라는 갤러리를 오픈한 것이다. 

    스페이스 플러스는 인왕시장을 소재로 한 설치미술이나 문화공간을 만들고자 입점하게 됐다. 

    “상인들과 친해지기 위해 일주일에 한 번씩 냉커피를 타드린다. 커피 잔에 상인들의 코멘트를 받아 그것을 다시 설치미술로 전시하고 있다. 상인들은 자신이 마신 잔이 작품이 되는 것을 즐거워할 것 같다.” (심설희 디렉터)

    그는 갤러리를 상인이나 고객 누구나 와서 문화를 즐기는 휴식공간으로 만들어나갈 계획이라고 한다. 

    그 외에도 청년들에게 바리스타 교육을 해주는 가게와 컵케익을 만들어 파는 가게 등 이 오픈을 준비하고 있다. 

    시장 상인회에서도 젊은이들의 등장을 반기고 있다. 

    “이쪽 골목에 빈 점포들이 늘어나면서 을씨년스러울 정도로 어두컴컴했다. 지금은 깔끔하게 새 점포가 들어오니 시장 전체가 환해졌다.” (이재석 상인회장) 

    “시장이 노후화 돼 분위기가 침체돼 있었는데 젊은이들이 많이 들락날락하니 분위기도 달라졌다. 새 점포들이 점점 홍보가 되고 자리를 잡으면 시장과 함께 다 잘 될 것 같다.” (양순태 총무)

    이처럼 시장의 빈 점포를 단체로 묶어 계획적으로 활용한 사례는 처음이다. 

    서대문구 경제발전기획단 박우동 계장도 빈점포 활용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중소기업청에서 빈 점포의 활용방안을 강조하고 있다. 시장에서 단발적으로 장터를 여는 경우는 있지만 여러 개 점포를 한꺼번에 활용한 사례는 없었다.”

    “새로 입주한 점포들이 시장에 잘 안착하면 전체 시장 활성화에 도움을 줄 것으로 본다. 인왕시장 사례가 빈 점포 활용의 본보기가 될 수 있도록 구 차원에서 철저히 관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