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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홍준표 대표 체제'가 9일 끝내 무너지면서 정국에 파장이 일고 있다. 지난 `7.4 전당대회'를 통해 출범한 이후 5개월 만의 일이다.
홍준표 대표의 퇴진은 당내 최대주주이자 유력 대선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의 조기 당 전면복귀를 의미한다. 그는 어제까지 재창당 수준의 대대적 변화 필요성을 역설해 왔다가. 먹히지 않았다. 당 운영에 그보다 더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에도 영향을 미칠 게 분명하다. 내년 4.11 총선을 4개월여 앞둔 시점의 여권 지도부 교체이기 때문이다.
여권의 중심축이 `현재권력'에서 `미래권력', 즉 박 전 대표로 급속히 이동하면서 이 대통령의 국정장악력은 일정부분 약화될 공산이 크다. 여권 잠룡간은 물론 여야간 대선경쟁이 조기점화될 수밖에 없다.
청와대와 야당이 한나라당의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대책 마련에 분주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일단 홍준표 체제 이후의 당을 어떻게 꾸려갈 것인가를 놓고 난상토론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표가 전면에 나설 모양새를 두고 말들이 많을 것으로 관측된다.벌써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릴 것이냐, 곧바로 내년 총선 선거대책위원회를 발족시킬 것이냐, 아예 조기 전당대회를 열어 새로운 지도부를 선출할 것이냐를 놓고 이견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재창당추진위 구성 목소리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문제는 계파간, 세력간 이해관계가 충돌하면서 어느 한 쪽으로 결론을 내기 어렵다는 데 있다.
특히 박 전 대표에 이어 정몽준 전 대표, 김문수 경기지사, 이재오 의원 등 잠룡들이 논의에 가세할 경우 상황이 더욱 복잡해질 수 있다. 물론 당내 대선후보 경쟁이 조기에 불붙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때문에 향후 당의 진로를 둘러싼 총의를 모으는 과정에서 여권 전체가 핵분열의 길로 내몰릴 수도 있다는 우려도 크다. 14년 된 한나라당 간판이 내려지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제기된다.
실제 당내에선 재창당론과 탈당론, 신당론이 무성한 상태다. 한나라당 간판으로는 도저히 승산이 없다는 논리다. 당을 해체한 후 재창당하거나 아예 한나라당을 떠나 새로운 둥지를 만드는 게 유리하다는 생각을 하는 셈이다.더욱이 계파를 떠나 당내에는 `부자 정당',`특권 정당'에 이어 `디도스 공격'의 오명까지 덧씌워진 상황에서 단순히 리모델링 수준의 변화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수도권 친이(친이명박)계 10인으로 구성된 `재창당모임'은 재창당 문제 논의를 위한 의총 및 연찬회 개최를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다. 홍 대표 역시 최근 당 쇄신의 핵심과제로 지난 96년 신한국당 창당 과정을 모델로 한 재창당 프로그램을 제시한 적이 있다.
신당설도 끊이지 않고 있다. 수도권 몇몇 쇄신파 의원들 사이에선 변화의 희망이 없으면 결국 탈당밖에 없다는 뜻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 한 중진의원 중심의 신당설도 제기돼 당이 술렁이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박 전 대표가 전면에 나설 경우 쇄신파 중심의 탈당론은 수그러들 것으로 보인다. 쇄신파의 탈당 카드가 박 전 대표를 당 전면에 이끌어내기 위한 압박용 성격이 강했기 때문이다.
다만 당이 재창당의 길을 걸을 경우 `헤쳐모여' 속에 일정세력이 이탈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런 정치일정과는 무관하게 연말 예산국회가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후속체제 논의가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을 경우 자칫 여권 지도부 공백사태가 길어질 수 있고, 자동적으로 예산안 및 계류법안 처리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여야가 12월 임시국회 소집에 합의한 상태인데다 황우여 원내대표가 있는 만큼 예산국회가 별다른 지장을 받지 않을 수도 있지만, 여권 지도부의 구심력이 약해져 야당과의 협상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엄존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