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잔 가르니에 병원서 영면...향년 83세정부, 파리서 장례 치른 뒤 국립묘지에 안장
  • 병인양요 때 프랑스에 약탈된 외규장각의궤 영구 반환의 큰 공로자인 박병선 박사가 한국시간으로 23일 새벽 타계했다. 향년 83세.

    문화체육관광는 박 박사는 지난 8월 프랑스 파리에서 직장암 수술을 받고 15구 잔 가르니에 병원에서 지내다 현지시간 22일 밤 10시40분(한국시간 23일 오전 6시40분)쯤 영면했다고 밝혔다.

  • ▲ 고 박병선 박사.ⓒ연합뉴스
    ▲ 고 박병선 박사.ⓒ연합뉴스

    빈소는 파리의 주불한국문화원에 마련됐다. 결혼을 하지 않아 직계가족이 없어 조카 등 유족들이 장례 절차를 논의 중에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박 박사의 국가적 공헌과 업적을 기리고자 유족의 뜻을 들어 국립묘지에 안장을 추진하고 국가보훈처에 심의를 요청할 계획이다.

    고 박병선 박사의 빈소는 파리 현지 한국문화원에 마련된다. 고인의 유해는 현지에서 장례 절차를 마친 후, 국립묘지 안장이 확정되는 대로 한국으로 오게 된다.

    이명박 대통령도 이날 고 박병선 박사의 유족들에게 “우리 역사와 문화유산에 대한 박사님의 깊은 애정과 숭고한 업적을 영원히 잊지 않을 것”이라며 깊은 애도와 위로의 뜻을 전했다.

    이 대통령은 “박사님은 머나먼 이국땅에서도 한평생 우리 역사와 문화 연구를 위해 부단히 노력하셨다”고 고인을 기렸다.

    이어 “외규장각의궤와 직지심체요절을 발견, 찬란한 우리 문화유산을 전 세계에 널리 알리는 데 지대한 공헌을 하셨다”고 평가했다.

    또 “특히 박사님의 노력으로 외규장각의궤가 145년 만에 고국의 품에 안기게 된 것을 우리 국민 모두 감격스럽게 지켜보았다”고 말했다.

    고인은 1928년 서울에서 5남매 중 셋째 딸로 태어나 서울대학교 역사교육학과를 졸업한 뒤 1955년 한국 여성 최초로 프랑스로 유학했다.

    프랑스 소르본 대학에서 석-박사를 마친 고인은 프랑스 국립도서관(BNF)에서 근무하던 1972년 당시 세계 최고(最古) 금속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直指心體要節,1377년 흥덕사 인쇄)의 존재를 처음 발견했다.

    이후 직지심체요절이 1455년에 나온 '구텐베르크 성서'보다 78년 빠른 금속활자본임을 국제사회에 적극적으로 알리며 '직지대모'로 불려왔다. 고인의 노력으로 직지는 가치를 인정받아 2001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

    고인은 외규장각 도서 귀환 환영대회가 열린 지난 6월 "외규장각의궤가 영원히 한국에 남을 수 있도록 모두가 협심해 노력해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고인은 공로를 인정 받아 2007년 국민훈장 동백장, 지난 9월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