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일치 단결...박근혜도 힘 보태국정운영 쇄신 보조 맞출듯..靑 조직개편
  •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 후반기 주요 정책 추진력이 힘을 받을 전망이다. 여권의 최대 과제이자 난제였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이 22일 국회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그 동안 쌓여만 있던 각종 현안들이 먼지를 털어낼 기회를 잡은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와 한나라당 등 여권 입장에서 보면 처리 모양새가 좋았다. 한나라당이 일치단결된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친이(親李)와 친박(親朴), 쇄신파 등 각각의 입장에 따라 갈리지 않았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도 표결에 단호하게 나섰다. 표결처리를 위해 본회의장에 입장할 때 어떤 의원보다 앞서 들어갔다. 표결처리 하느냐는 기자들의 물음에도 “네” 한마디로 끝이었다.

    보안도 철저했다. 처리 절차는 전광석화와 같았다. 169명의 한나라당 의원들이 한-미 FTA 처리에 대해 이날 만큼은 일치된 마음을 가졌다고 볼 수 있다. 이전 거대공룡 몸집에 무기력했던 한나라당과 달랐다. 이런 모양새는 이 대통령의 향후 국정운영에 탄력을 줄 것이라는 게 청와대의 기대치다.

    청와대는 이 대통령의 지난 15일 제안이 유효하다고 했다. ‘선(先) 비준-후(後) 재협상’ 안이다. 국회를 찾아 손학규 민주당 대표 등 지도부를 만나 직접 한 얘기다. 최금락 청와대 홍보수석은 비준안 통과 직후 이 제안이 유효함을 재확인했다.

    이는 이 대통령이 비준안 처리에 앞서 야당과 많은 대화 노력을 기울였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고 볼 수 있다. 국민들에게 “국익을 위해 할 일을 했다”는 모양새를, 약속을 지키는 국가 지도자라는 인상을 부각시키기 위한 제스처로도 읽힌다.

    재협상 약속이 유효하다는 점은 야당을 다시 대화로 끌어당기는 당근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청와대 입장은 국회가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 재협상에 관해 의견을 모아 정부에 전달하면 그렇게 하겠다는 것이다. 최 홍보수석이 비준안 통과 뒤 재차 언급한 내용이기도 하다. 재협상 요구하려면 국회 대화가 전제라는 것이다.

    향후 이 대통령은 한-미 FTA 발효 이후 피해 예상 계층을 위한 후속 대책 마련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당장 23일 오전 이 대통령 주재로 한-미 FTA 통과 후속 대책 논의를 위한 관계장관회의가 긴급히 마련됐다. 청와대서 열린다. FTA처리에 당위성을 부여하고 여론전에서 한 발 앞서가기 위한 방책이다.

    조만간 국민들에게 직접 설명하는 기회를 갖겠다는 것도 그런 의지로 해석된다. 다만 아직 입장 표명의 형식과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다. 국정기조 쇄신 방안을 포함할지 여부도 결정되지 않은 상태다. 대신 비준안 통과를 계기로 10.26 재보선 이후 약속한 국정 기조 쇄신과 청와대 조직-인적 개편도 빨라질 가능성이 있다.

    청와대는 국정기조 쇄신과 관련해 `2040세대 민심'에 부응할 방안을 찾는데 주력하고 있다. 홍보 조직의 효율화를 포함한 청와대 조직 개편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안이 논의되고 있는 단계다.

    특히 임태희 대통령실장이 교체될 가능성이 높다. 한-미 FTA 비준안이 직권 상정에 의한 여당의 단독 처리로 마무리된 만큼 민심을 고려한 분위기 쇄신 차원이다. 임 실장 본인도 한-미 FTA 비준 동의안과 새해 예산안 처리를 끝으로 물러날 수 있음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아세안 순방에서 돌아온 이날 오후 청와대에 도착해 임태희 대통령실장, 김효재 정무수석 등과 함께 TV로 국회의 FTA 비준안 처리 상황을 지켜봤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한나라당의 기습 처리 계획을 알지 못한 채 청와대에 도착, TV를 보면서 참모들로부터 비준안 직권상정 처리 계획을 보고받았다고 청와대 관계자들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