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당ㆍ야권ㆍ무소속ㆍ킹메이커 기로에조용한 파격 행보ㆍ수평적 리더십..신비주의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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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출마검토 시사(9월2일), `한나라당 응징' 발언(9월5일), 박원순 변호사에 후보 양보 기자회견(9월6일), 박 후보 지원편지 전달(10월24일), 안철수연구소 보유지분 50% 환원 결정(11월14일)….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지난 9월초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검토한 이후 70여 일 동안 조용하지만 파격적인 행보를 이어왔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 검토 이후 50%대의 폭발적인 지지율을 뒤로 한 채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후보직을 양보하고, 박 후보가 한나라당의 `네거티브' 공세로 어려움을 겪을 때는 `키다리 아저씨'처럼 나타나 지원편지를 건네고, 급기야 1천500억원대의 주식을 사회에 환원키로 하는, 잇단 행보가 정치적 파장을 낳고 있다.
의사에서 벤처기업 최고경영자(CE0)로, 대학교수로 변신을 거듭한 안 원장의 다음 직업이 정치인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데 주저하는 인사를 정치권에서 찾기는 어려울 정도다.
특히 차기 대선을 불과 1년 남짓 앞둔 정치권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대권주자 중 1-2위를 달리는 안 원장의 리더십 유형과 향후 정치 행보를 가늠하기에 바쁜 모습이다.
◇편지정치, 신비주의 전략(?) = 그는 `핫뉴스'가 될 게 분명한 1천500억원 상당의 사재 출연 계획을 안철수연구소 임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조용히' 밝혔다. 10ㆍ26 서울시장 선거 D-2일에 이뤄진 박 후보 지원도 편지 한 통을 건네는 방식이었다.
이러한 `편지정치'의 배경을 놓고 기존 정치권과 차별성을 부각시키려는 기획된 행보라는 해석도 있고, 아직 정치권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이지 않은 교수 신분인데 따른 불가피한 방법이라는 해석도 있다.
중요 결정 내용을 직원에게 이메일로 알리는 것은 `CEO 안철수'에겐 유별난 일이 아니었다고 한다. 그는 2005년 안철수연구소 CEO에서 스스로 물러나기로 결심하면서 전직원에게 이메일로 그 사실을 알렸다. 그가 아직 안철수연구소에서 `이사회 의장' 직함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보유지분 처분 소식을 직원들에게 알린 것을 고도의 정치행보로 보긴 힘들다는게 주변 인사들의 전언이다.
안철수연구소 관계자는 "안 원장은 스스로 직원 중 한 명에 불과하다고 생각했으며 갓 입사한 인턴직원에게도 높임말을 사용했다"며 "자신에 대한 갈증을 불러일으키려는 신비주의 전략이라는 해석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의도했든 안 했든 간에 결과적으로 말을 아끼며 `문자'로 소통하는 안철수식 화법은 언행 하나하나가 자신이 발 디딘 살얼음판에 균열을 만들곤하는 정치권에선 말실수를 줄이는 `영리한 방법'으로 보고 있다.
◇`대권 플랜' 가동하나 = 안 원장은 사재 출연 계획에 대해 "오래전부터 생각해온 것을 실천한다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고 밝혔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로 봐 달라는 의미였다.
그러나 수천억 원대의 재산이 대선 출마의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과 그에 따른 재산 정리 가능성이 제기돼 왔던 터여서 그의 `통 큰 기부'는 차기 대권을 향한 `그랜드 플랜'의 시발점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
본격적인 정치행보의 시점을 놓고서는 내년 총선 이전 `조기 등판론'과 대선 국면에 접어들어야 움직일 것이라는 엇갈린 전망이 나오고 있다.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내년 총선 이전에 나오는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야권 통합을 통한 과반 의석 확보 전략에 안 원장의 도움을 받으려는 희망이 담긴 전망이다.
민주당 정세균 최고위원도 "대권 결심이 섰다면 (야권) 통합 대열에 서야 한다"는 공개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지금처럼 조용한 행보를 이어가다 범야권의 대권 경선전이 본격화하거나 그 이후가 등판의 적기라는 해석도 있다.
민주당 김부겸 의원은 "야권의 통합과 대선주자 선출 과정에 동참하면 좋겠지만 야권 후보가 정해진 뒤 대선 2~3개월을 앞두고 나올까봐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민주당내 한 전략통 의원도 "이미 유력한 대권주자인데 굳이 조기 등판해서 상처받을 필요가 있겠느냐"고 내다봤다.
안 원장 앞에는 다양한 선택지가 놓여 있다. 진보와 보수측으로부터 동시에 `러브콜'을 받고 있다.
한나라당 정몽준 전 대표는 한나라당행(行)을 희망했고, 보수에 기반한 중도 신당을 구상 중인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도 그와 함께 하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러나 안 원장의 주된 협력 파트너는 여권보다는 야권일 가능성이 크다. 말을 아끼는 그가 언론인터뷰에서 "현 집권세력의 정치적 확장성에 반대한다"고 밝힌 점이나 박원순 시장의 선거운동을 지원한 점은 그의 정치적 성향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안 원장과는 "가치를 공유하는 사이"라고 한 박 시장이 야권 통합 정당 추진에 힘을 싣고 있다는 점은 그의 통합신당 행(行)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부분은 바로 `안철수 신당론'이다. 보수와 진보의 이념보다는 상식과 비상식의 가치관을 가진 그로서는 기성정당에 몸담기보다는 창당 수순을 밟아 대선 출마를 선언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 안 원장의 `멘토'인 법륜 스님(평화재단 이사장)이 안 원장 중심의 `제3신당' 가능성을 내비쳐 귀추가 주목된다.
이밖에 안 원장이 대선까지 무소속 행보를 계속 하거나, 서울시장 선거 때처럼 직접 출마하지 않고 `킹 메이커' 역할을 하는 선에서 정치 행보를 멈출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