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일’이 차기 대통령의 역사적 소명이다

    [한국선진화 포럼/9월주제: 차기 대통령의 역사적 소명]
    명화연 (한국선진화포럼 NGL /서울대 가족아동학과 4)

     대학생들이 북한의 고통받는 주민들을 위하여 목소리를 내고 있다. 최근에는 대학생 단체들이 연합하여 청계광장에서 신숙자씨 모녀 송환을 촉구하는 촛불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들 대학생 단체들은 지난 8월 북한 주민들에게 보낼 편지를 낭독하고 영화 ‘김정일리아’를 상영하는 ‘8월의 편지’ 행사를 열기도 했다. 취업난이 심각해 자기 앞가림도 하기 바쁜 대학생들이 앞장서서 고통당하는 우리 동포를 위해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반면 기성세대와 정치인들은 오히려 북한 문제에 침묵하고 있다. 방해나 하지 않으면 다행이다. 8월의 편지 행사 때에는 수많은 정치인들이 학생들이 미리 예약한 시청 앞 광장을 점거하고 학생들의 행사를 노골적으로 방해하기도 했다. 결국 8월의 편지 행사는 북한 인권 실태를 보여주는 영화인 ‘김정일리아’ 상영 중 누군가에 의해 전선이 잘려 화면이 꺼지며 중단되고 말았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유력한 정치인들의 이러한 행태를 볼 때 북한 문제와 더 나아가 통일 문제의 해결은 멀게만 느껴진다.

     선진화포럼은 9월 ‘차기 대통령의 역사적 소명’이라는 주제로 월례토론회를 진행했다. 차기 대선에 대한 대중의 높은 관심 때문인지 많은 이들이 토론장을 가득 메웠다. 주제 발표자 송호근 서울대 교수는 현 정권의 공과를 짚은 후 다음 정권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논했다. 하지만 그의 발표에도 역시 정작 중요한 시대적 당면과제가 빠져 있었다. 다가올 북한의 급변 사태를 대비하고 통일을 준비해야 할 필요성에 대한 언급이 없었던 것이다. 

     지금은 다른 어떤 것보다 북한 문제, 더 나아가 통일 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뤄야 할 중차대한 시기이다. 현재 북한 김 부자의 3대 세습이 진행 중에 있고, 이 과정에서 북한 급변 사태가 일어나리라는 예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중국은 이를 예측하고 이미 북, 중 국경지대인 두만강과 압록강을 따라 철책을 깔고 유사시 투입할 전력을 대기시키고 있다. 북한에서 쿠데타와 같은 급변 사태 발생 시 대량 난민이 유입하는 것을 막으며 북한에 즉각적인 군사개입을 통해 북한에 친중 정권을 수립할 준비를 갖춘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북한 급변 사태에 대비하기 위한 논의가 거의 없는 상태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현재 차기 대선 후보 누구도 ‘북한 급변 사태’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있다. 북한 급변 사태는 곧 북한 정권의 몰락을 의미하여 북한을 자극할 것이 두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북한을 자극하는 것보다 더 두려운 것은 국민들의 표심을 잃는 것이리라. 사람들은 평화와 안정을 원하기 때문에 북한 급변 사태에 대한 이야기를 반기지 않는다. 국민들의 불안감과 공포심을 조장해 정치적 목적을 이루려 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임을 대선 후보들은 계산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역사적인 지도자의 소명은 지금 북한 급변 사태를 대비해야 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국민들을 설득하는 것이다. 위기에 앞서 대비하지 않고 미리 통일을 준비하지 않을 때 대한민국이 어떠한 길을 가게 될지 지도자는 먼저 올바로 인식해야 한다. 북한 급변 사태 발생 시 중국이 신속하게 북한에 친중 정권을 세우게 되면 대한민국은 그때부터 내리막길을 걸을 것이다. 한중일이 동북아에서 경쟁하는 상황에서 중국이 북한을 점하고 효율적으로 개발한다면, 또 동해로 진출하여 미국으로의 최단 수출 경로를 확보할 경우 우리는 경제적으로 수세에 몰리게 될 것이다. 또한 중국은 태평양의 패자로 군림하여 우리나라를 군사적으로도 압박해 올 것이다. 중국은 늘 태평양의 패자가 되고 싶어 했는데 북한을 흡수하면 안정적으로 동해의 항로를 이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현재 중국은 항공모함까지 만들고 있기 때문에 중국의 북한 선점은 한국과 일본을 모두 위협하는 일이 될 것이다.

     설령 북한이 정권 변화 이후에도 독립국으로 존속하게 된다 해도 북한은 결국 중국에 예속되고 말 것이다. 현재 북한을 유지시키는 것은 철저한 정보 폐쇄인데 현 독재 정권이 무너지고 새로운 정권이 수립되면 경제난으로 인해 개방은 불가피할 것이기 때문이다. 정보가 열리면 경제난으로 시달리던 북한 주민들은 모두 중국으로 이동하려 할 것이고, 급기야 중국에 흡수되기를 바라는 사람들도 많아질 것이다. 중국이 다민족 국가를 표방하고 있으며 조선족까지 자국의 소수민족으로 취급하는 상태이기에 이러한 과정은 더욱 현실적이다. 결국 중국은 동북아에서 패권을 쥐게 될 것이며 대한민국의 입지는 좁아질 것이다.

     통일은 언제나 대한민국이 지니고 있던 도덕적 의무이다. 김일성에 이어 김정일로 이어지는 독재의 폭압 속에 자유를 유린당하고 고통당한 것은 바로 우리의 혈육이었다. 이들의 고통을 외면한 채 우리는 얼마나 풍요를 누리며 살아 왔던가. 지금은 더 이상 우리의 도덕적 책임을 미룰 수 없는 때이다. 북한의 독재는 김일성이 죽으면서 끝이 났어야 했다.

     차기 대통령은 절대 대중이 원하는 것만을 들어주는 포퓰리스트여서는 안 된다. 차기 대통령의 소명은 대한민국의 장기 비전을 위해 대중을 설득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인도하는 것이다. 현재 많은 이들이 통일 비용을 이야기하고 북한을 껴안는 데 대한 부담감을 먼저 표하고 있다. 그래도 북한을 껴안지 않으면 결국 대한민국의 생존도 위협받을 것임을 지도자가 먼저 깨닫고 국민들을 설득해 나가야 한다.

     북한 급변 사태가 예감되는 요즈음, 대한민국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훌륭한 생존 전략은 바로 통일이다. 통일은 북한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이 생존을 넘어 새로운 도약을 하는 기점이 될 것이다. 통일이 한반도에 가져다 줄 폭발적 시너지 효과는 이미 여러 전문가들이 예견하고 있다. 다만 보다 합의된 여론으로 계획적으로 통일을 준비하기 위해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 차기 대통령이 앞장서서 통일 준비를 위해 힘쓸 때 남북은 혼란을 최소화하고 통일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