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 주민투표가 1/3을 넘지 못하고 아쉽게 무산되었습니다. 저도 며칠 내로 “복지포퓰리즘추방운동본부”(이하 운동본부) 대변인 직을 사임하고 본업인 열린북한방송으로 돌아올 것입니다.

    이번 투표는 아쉬움을 많이 남겼지만 우리가 얻은 것도 적지 않았습니다. 1/3을 넘기지 못한 것은 정말 안타까운 것이지만 우리가 패배한 것은 결코 아닙니다.

    우선, 이번 투표는 사실상 인민재판식 공개투표였습니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5당과 좌파 시민단체가 투표거부운동을 했습니다. 이로 인해 4명이 들어가는 투표소 참관인 중 2명은 투표거부진영에서 지명한 사람들이었습니다. 때문에 투표에 참가한 사람들은 자신의 정치적 성향과 가치관이 완전 공개되는 가운데 투표해야 했습니다. 이런 악조건에서도 215만이 당당히 투표에 참가한 것입니다. 이 215만 서울 시민은 온전히 우리들의 편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이 215만(25.7%)의 의미는 거대한 것입니다. 이 수치는 2010년 지방선거에서 오세훈 시장이 얻은 25.4%보다 많습니다. 그 때 선거는 휴일이었고 이번 투표는 평일이었는데도 더 높은 수치가 나온 것은 보수세력의 힘이 훨씬 더 커졌음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그 뿐 아니라 이 수치는 지난 2008년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48개 선거구 중 40개를 휩쓸었을 때 보다도 훨씬 높은 수치입니다. 그 때 한나라당이 얻은 총득표는 183만표(22.7%) 가량이었습니다. 이는 이번 10월말 서울시장 재보선을 하더라도 우리가 결코 불리하지 않음을 시사해 줍니다.

    아울러 민주당은 이번 선거에서 내상을 크게 입었습니다. 자기들의 핵심 통치이념이었던 참여민주주의를 스스로 부정했습니다. 눈앞의 이익을 위해 자신의 영혼을 판 괴테의 파우스트가 된 것입니다. 그들은 이번 전투를 자신의 의도대로 무산시켰지만, 이번 투표거부는 참여민주주의를 표방해왔던 자신들의 발목을 두고두고 잡을 것입니다.

    또한 이번 투표운동기간 두드러진 한나라당의 무기력함, 무소신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과거에도 그랬지만, 특히 이번에는 한나라당이 보수세력의 구심이 될 수 없음이 명확해 졌습니다. 좌우간의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는 와중에도 한나라당 원내대표라는 사람은 무상보육해야 한다며 지금이 전시인지 평시인지 구별도 못하는 청맹과니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친박진영의 유승민 의원은 이번 투표에서 이겨도 곤란하다라며 복지포퓰리즘 추방하고자 하는 보수세력의 열망에 공개적으로 찬물을 끼얹졌습니다. 한나라당의 사실상 리더인 박근혜 대표는 이런 자기 측근의 망발에도 나몰라라 끝까지 침묵을 지켰습니다. 이번 투표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많은 사람들은 박근혜 대표가 국가의 장래를 생각하는 큰 정치인이 아니라 실리에만 연연하는 작은 정치인이 아닌가라는 의구심을 더 크게 가지게 되었습니다.

    오세훈 시장이 “주민투표와 시장 사퇴 연계” 기자회견을 하면서 투표 참여의 열기가 최고조에 달했을 때에도 박대표는 시종일관 침묵을 지켰습니다. 이번 투표는 무상복지국가로 갈 것인지 지속가능한 복지국가로 갈 것인지 국가의 중차대한 미래를 묻는 것임에도 침묵을 지킨 것입니다.

    더욱 실망스러운 것은 “투표참여는 민주주의의 기본이다”는 정도의 발언도 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이는 박대표의 리더로서의 자질을 심히 의심케하는 것이었습니다. 박대표에 격앙된 일부에서는 박근혜 대표를 가롯 유다에 비유하는 발언도 비록 사석이지만 나왔습니다. 오세훈 시장은 십자가에 못박혀 산화해 가는데 박대표는 보수의 핵심 이념을 배신한 가롯 유다같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 비유는 약간 지나친 감이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박대표가 더 이상 보수의 대표가 될 수 없다는 공감대는 더욱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제 남은 문제는 더욱 더 강화될 복지포퓰리즘 공세를 과연 누가 막을 것이냐 입니다. 이 문제 때문에 우리 보수들의 번민은 갈수록 깊어져 갑니다. 자기 개인 인기와 재선에만 골몰하는 집단인 한나라당은 더 이상 우리의 대안이 아닙니다.

    박근혜도 더 이상 보수의 대변인이 아닙니다.
    박대표는 복지포퓰리즘 문제뿐만 아니라 북한 문제에서도 어정쩡한 모습을 지속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폭격 사건 등 국가의 대재난이 있을 때도 박대표는 구체적 입장을 피력하지 않았습니다. 또 그는 자서전에서 "북측과 툭 터놓고 대화를 나누면 그들도 약속한 부분에 대해 지킬 것은 지키려고 노력한다. 나는 2002년 북한 방문을 통해 이런 확신을 얻었다"고 했습니다. 이는 우리가 경험을 통해 알고 있는 김정일과 전혀 다른 김정일입니다. 박대표가 과연 북한의 본질, 김정일의 본질을 제대로 알고 있는지 의심하기에 충분한 발언입니다.

    오세훈은 장렬히 산화했고, 한나라당은 딴나라당이 되었고, 박근혜도 믿을 수 없는 상황에서, 보수세력의 시름은 깊어만 갑니다. 이번 투표에서 총단결한 보수세력의 기세는 충분히 높아지고 있지만, 구체적인 대안을 못만들면 이 힘은 금방 분산되고 맙니다.

    당장 오세훈 시장 사퇴 후 치러질지도 모르는 서울시장 재보선이 있습니다. 이번 복지포퓰리즘을 추방하고자 뭉친 215만의 서울시민들은 서울시장 재보선에서 이 때 무상복지 야권후보와 진검승부를 해서 최종 승자를 가리고 싶어 합니다. 그런데 과연 한나라당 후보가 우리를 대변할 수 있을까요? 아니면 215만의 명령을 집행해야 할 제3의 후보를 준비해야 되는 걸까요?

    지금은 보수세력 내부의 대논쟁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우리 입장을 대변할 진정한 리더쉽을 어떻게 만들어 나갈까요? 전투(주민투표)는 끝났지만 전쟁은 계속됩니다. 우리는 대오를 새롭게 정비해야 합니다.

    이번 주민투표에 참여해 주신 215만 서울시민 여러분께 송구한 마음으로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대한민국 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