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적극적 심사권 인정…원심 깨고 저자의 청구 기각
  • 盧정부 시절부터 좌편향 논란을 빚은 금성출판사 근·현대사 교과서에 대한 교육과학기술부의 수정명령이 적법하다는 고등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행정1부(김창석 부장판사)는 16일 김한종 한국교원대 교수 등 금성출판사의 근·현대사 교과서 공동저자 3명이 교과부 장관을 상대로 낸 수정명령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1심 판결을 깨고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1심에서 교과용 도서심의회 심의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점 때문에 수정명령이 위법하다’고 판결한 데 대해 "수정은 검정이나 개편과는 개념적으로 구분되고, 관계규정상 수정명령은 검정절차와는 달리 심의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하지 않고 있다"며 절차상 하자가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또 "교과서 검정 권한에는 본질적으로 검정된 교과서 내용을 추후 교육목적에 적합하게 수정하도록 명령할 수 있는 권한도 포함된다"며 "국가는 검정신청 도서가 학생 수준에 적절한지, 편향적인 이론·시각·표현을 담고 있거나 국가체제·정통성을 부정하는 것은 아닌지 심사할 수 있다"며 교과서 내용에 대한 국가의 적극적인 심사권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교과부가 내린 29개 항목의 수정지시를 일일이 검토한 뒤 "이해하기 어렵거나 오해가 생길 여지가 있는 표현, 불명료한 서술, 역사적 사실의 긍정·부정적 측면 가운데 한쪽만 쓰거나 주장·선전만 서술함으로써 잘못된 역사 인식을 야기할 수 있는 부분, 역사현실에 부합하지 않는 부분을 고치도록 한 것 등이어서 수정명령의 필요성이 있고 (교과부의) 재량의 범위에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일례로 ‘1917년 러시아 혁명은 세계사의 새로운 이정표가 됐다’는 문구를 거론하며 ‘이정표’는 사회주의나 공산주의를 미화할 수 있는 이념적 편향성을 내포하고 있어 가치중립적인 ‘전환점’으로 대체하라고 한 지시는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또 ‘남한과 마찬가지로 북한도 단독정부 수립의 과정을 밟아나갔다’는 부분은 “전후 문맥 상 분단의 책임이 남한에게 있는 것으로 오해할 소지가 있으므로 이 부분의 삭제를 명령한 것은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금성교과서가 발행한 ‘고등학교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는 2002년 7월 교과부의 검정 합격을 받고 이듬해 초판이 발행됐으나 盧정권 때인 2004년 10월 국정감사에서 좌파 편향성이 심각하다는 주장이 제기된 후 논란이 거듭됐다.

    2008년 11월 교과부가 역사교과 전문가협의회의 검토를 거쳐 교과서 내 29개 항목을 수정하라고 지시하자 공동 저자들은 ‘지시를 취소하라’는 소송을 냈으며 1심은 "이 건 수정은 실질적으로 검정과 같으므로 교과용 도서 심의회의 심의를 거쳐야 하는데 그러지 않아 위법하다"며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한편 소송을 제기한 저자들을 지지하는 ‘교과서 문제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고등법원 판결이 나오자 "저자 동의도 없이 교과부가 자의적으로 수정을 명령해 교과서를 뜯어고치는 것이 적법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면 검정교과서 제도의 근간은 완전히 무너진다"며 "소송을 제기한 공동저자 3인이 대법원에 상고할 것"이라고 밝혀 금성출판사 근․현대사 교과서 문제를 계속 끌고 나갈 것임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