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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재창출을 위한 발판으로 내년 총선 ‘물갈이론’이 급부상하면서 한나라당이 크게 요동치고 있다.
총선을 향한 공천 경쟁이 조기에 불붙는 양상이다. 취임 한 달을 맞는 홍준표 대표가 새로 임명한 당직자들이 연이어 물갈이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물갈이론’이 점차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 홍준표號 당직자, 일제히 ‘물갈이’ 요구
당 인재영입위원장인 주호영 의원이 40%대 물갈이를 예고한 데 이어 공천 실무를 담당할 김정권 사무총장이 “총선에서 자기희생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며 논란에 불을 지폈다.
여기에다 쇄신파인 김용태 기획위원장이 4일 “지역구 내에서 대통령이나 당 지지율보다 개인 지지율이 낮으면 공천에서 탈락시키자”며 객관적 ‘물갈이 기준’을 제시하기까지 했다.
여의도연구소장을 맡고 있는 정두언 의원도 “당 지지율보다 개인 지지율이 현저히 낮은 후보는 교체지수에서 반영돼야 한다”며 ‘물갈이론’에 가세했다
이 같은 물갈이론은 현 당직자들의 입에서 나온 만큼, 홍 대표와 교감이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홍 대표가 내년 대선 이후의 정치적 입지 등을 고려해 공천의 주도권을 쥐려한다는 시각이 있다.
공교롭게도 지난 7월 전당대회에서 홍 대표를 지지한 것으로 알려진 당 쇄신그룹이 물갈이론의 중심에 서 있는 점도 이러한 해석에 힘을 싣고 있다.
■ 영남권 중진의원들 “홍준표 성급하다”
특히 물갈이의 대상으로 ‘존재감 없는 영남권 중진’이 거론되면서 이 지역 중진들이 격하게 반발하고 있다.
대상은 홍준표 대표다. 영남권 중진의원들은 홍 대표를 향해 하나같이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부산지역 친이계 3선 중진 안경률 의원은 한 라디오에 출연해 “지도부에서 그런 (물갈이) 얘기를 쏟아내고 있는데 당이 지나친 물갈이를 하다 큰 것을 잃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공천 문제로 내부 전력을 소진할 때가 아니다. 말을 앞세워 함부로 발언할게 아니라 국민에게 다가가는 정책을 선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남의 한 친박계 중진은 홍 대표를 겨냥해 “공천에 대한 개인의 영향력을 과시하기 위한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영남권에 친박계 의원이 많은 만큼, 친박계를 겨냥한 포석 아니냐는 의구심이다.
박근혜라는 유력 대권주자를 가진 친박계보다 사실상 와해하다시피 한 친이계 영남권 중진들의 불안감은 더 커 보인다.
영남의 한 친이계 중진의원은 “(홍 대표가) 계파를 없애자며 당선되더니 이제 자기 계파를 만들려는 것이냐. 물갈이는 숫자로 볼 때 절반이 넘는 초선부터 해야 한다”고 말했다.
■ 일부 최고위원 ‘인위적 물갈이’ 반대
여기에 최고위원들도 대체로 공정한 기준과 시스템에 근거하지 않은 ‘인위적 물갈이’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유승민, 원희룡, 나경원, 남경필 최고위원 등이 공천개혁에 공감하면서도 ‘인위적 물갈이’에는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물갈이론’은 그 추이에 따라 향후 여권 내 상당한 갈등을 불러일으킬 소지가 다분하다는 지적이다.
당 지도부가 국민경선제 도입, 현역의원 평가를 위한 공정한 기준 마련, 예측 가능한 공천 일정 마련 등 공천 방향을 이달 중 마무리짓기로 했지만, 논의가 제대로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현역 평가기준은 의원들의 `정치적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인데다, 향후 대선 경선시 각 계파의 세력과도 연결되는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반발이 적은 ‘국민경선 원칙’을 당헌·당규에 반영시키는 작업은 이달 말쯤 통과시키되 구체적인 현역평가 기준을 만드는 ‘지수개발 TF’는 내달 중순 이후에나 만들어 작업하기로 한 것도 이를 감안한 것이다.
특히 나경원 최고위원은 “공천에 대해 중구난방식으로 여러 이야기가 나오는데 시스템에 의한, 국민의 손에 의한 물갈이가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민공천이 원칙이고, 전략 공천은 최대 20% 비율로 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