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노동조합 후하게 평가, 교사 책임과 의무를 등한시”줄패소에 지역주민들 “밥먹고 다니냐” 물으면 “빌어먹고 다닌다”
  • “세상에서 판사님이 제일 무섭다.”

    첫 마디였다. 그는 담배 한 개비를 빼들었다. 담배 연기는 마치 답답한 그의 심경을 대변하고 있는 듯 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26일 조전혁 한나라당 의원에게 교사 1인당 10만원씩 총 3억4천여만원의 손해배상과 선고 이후 20%의 이자를 지불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예상보다 큰 액수였다.

    조전혁 의원은 1일 <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스스로를 감정기복이 크게 없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법원의 판결에 대한 섭섭함은 감추지 못했다. 법원이 전교조에 대해 노동조합이란 측면에 대해서는 후하게 평가하고, 교사로서의 책임과 의무란 측면은 등한시 했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 교원단체 명단공개에 따른 이행강제금 1억4천여만 원을 채우지 못해 수개월째 국회의원 월급이 차압되고 있다. 그는 “이행강제금은 이번 달로 다 끝난다”며 희미하게 웃어보였다.

    지금까지 전교조와 소송에서 줄곧 패하면서 금전적 손해도 컸다. 가족들에게는 미안한 마음뿐이지만 끝까지 가볼 생각이다. 조 의원은 “역사적으로 자료와 정보를 남기기 위해 대법원까지 갈 것”이라고 했다. 법원의 경향이 바뀌게 되면 훗날 자신의 투쟁도 재평가되리라는 믿음에서다.

  • ▲ 조전혁 한나라당 의원은 1일 <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전교조와 소송 끝까지 가겠다"고 밝혔다. ⓒ 연합뉴스
    ▲ 조전혁 한나라당 의원은 1일 <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전교조와 소송 끝까지 가겠다"고 밝혔다. ⓒ 연합뉴스

    - 지난 26일 법원 판결이 났을 때 기분이 어땠나.
    “처음엔 그랬나보다 했는데 지금은 섭섭한 것이 많다. 전교조는 두 개 단어의 합성어다. 교사 + 노조. 노동조합과 교사로서의 의무를 동시에 지니고 있다. 지금까지의 판결 경향을 봤을 땐 교사로서의 책임과 의무에 대해서 법원이 등한시 하고 노동조합의 원리에 대해 법원이 너무 후하게 점수를 준 것 아닌 가 싶다. 법원에 대해 상당히 섭섭하다.”

    - 법원에서는 교원단체의 명단공개가 반드시 필요한 행위라고 볼 수 없다고 했다.
    “반드시 알고 싶어 하는 학부모들이 있다. 호기심 차원이 아니다. 특히 전교조 같은 경우 각종 계기수업을 통해 아이들의 교육내용을 마음대로 정해 가르쳤다. 제재는 하지 못해도 학부모도 정확히 알 권리가 필요하다.

    특히 학교 교육은 자녀들의 교육권을 갖고 있는 학부모와 국가 간의 계약이다. 우리나라는 국가교육과정을 채택하고 있는데 교육의 목적과 내용이 규정돼 있다. 그런데 전교조라는 사적인 집단이 국가교육과정을 무시하고 자신들이 임의로 정한 교육과정의 일부를 가르쳤다. 학부모들에게 허락을 맡아야 하는 부분이다.“

    - 교원단체 명단 공개 이후, 일부 교사들은 학부모들의 ‘탈퇴’ 공세에 시달리기도 했다.
    “교사로서 자긍심을 갖고 있는 분이라면 학부모를 설득해야 하지 않겠나. 학부모들은 전교조를 이익단체로 비난하는 것이 아니다. ‘내 아이 생각이 잘못될까 두렵다’는 것이다. 부모로서 당연한 권리다. 정말 (전교조를 지지하는) 교사라면 우리가 하는 이 내용 자체가 역사적으로 타당하고 정의로운 것이라고 학부모를 설득해야 한다.”

    - 전교조에 문제의식을 느끼게 된 계기는 언제인가.
    “전교조에 사적인 원한 같은 것은 없다. 2000년대 초 대학 강단에 섰을 때 놀랐다. 중-고등학교 때 사회, 경제 다 배운 아이들의 생각에 집단주의, 국가주의적 색이 짙었다. 왜 그런가 보니 전교조 교육이 있었다. 그 차원에서 아이들의 생각을 바로잡아주기 위해 자청해서 교양과목도 맡았다. 그거로도 갈증이 안 풀려 사회운동도 하고 이렇게 정치까지 왔다.”

    - 전교조의 어떤 교육이 문제인가.
    “전교조는 계기수업, 통일교육 등을 많이 한다. 이것은 국가와 국민 간 합의된 내용 밖이다. 광우병 파동 났을 때 집단행동 같은 것도 전교조의 특성이다. 전교조가 어떤 교육을 하는지 학부모들이 알 필요가 있다. 학부모가 학교에서 우리 아이들이 어떤 교육을 받는지 알고 사후에 모니터링을 할 수 있게 해 줘야 한다. 전교조 뿐 아니라 교총도 마찬가지다.”

    - 전교조의 순기능을 주장하는 이들도 많다.
    “전교조는 2개의 모습을 갖는다. 나도 이해가 되고 수긍이 가는 부분은 우리나라의 교육 관료주의, 구태, 부패, 권위주의다. 이런걸 보면 나라도 전교조 가입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전교조 교사 중에는 정의, 교육에 대한 열정을 품고 있는 분들이 많다. 부인하지 않는다.

    다만 전교조 지도부는 다르다. 전교조의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운동권과 관련이 깊다. 과거 농촌운동, 노동운동으로 사회혁명운동을 이뤄가던 세력들이 전략을 바꿔 사회 각 분야에 진지를 구축했다. 그 일환으로 만들어진 게 전교조다. 태생부터 정치운동을 위해 만들어진 조직이다. 교육은 일종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제는 노조 본연의 자리로 돌아와서 교사들의 권익향상을 위한 일을 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 이번 명단공개 관련 소송이 전교조에는 어떤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는가.
    “차좀 타달라고 했다가 전교조의 반발로 교장선생님이 자살한 사건 등을 보면 교사집단이 맞나 싶을 정도다. 전교조 몸체를 건드리면 무관용주의(No tolerance)가 달라 붙는다. 일반 교사들끼리 분쟁이 일어나도 끝까지 소송을 하니까 같은 교직에 있는 분들도 전교조 소속 교사들을 부담스러워 한다.

    몇 차례 소송을 통해 전교조도 갑갑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전교조를 포함해 좌파 세력들은  법의 경계선상을 넘나들며 투쟁했다. 그들은 나보고 법 만드는 국회의원이니까 법을 지키라고 했다. 앞으로 전교조는 특히 선생님들이니까 더 법을 지켜야 할 것이다. 나처럼 법을 어겼다고 판결되면 거기에 대해 금전적이든 뭐든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노조활동도 법의 테두리 안에서 해야 할 것이다.”

    - 노 모 개그맨이 조 의원을 짐승에 비유한 사건도 있었다.
    “1심에서 ‘모욕죄’가 인정돼 벌금형이 나왔는데 2심에서 선고유예 판결이 났다. 이는 대한민국 법의 수치라고 생각한다. 참작사유가 내가 법원 명령을 무시하고 명단을 공개한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이것은 뭔가 하면 술 취한 사람이 나를 때렸는데 술 깨고 나서 '조전혁이 법원판결을 어긴 것이 괘씸해서 때렸다'고 하면 정상참작 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법원 판결 하나로 조전혁 개인에 대해 누구든지 모욕해도, 폭행해도, 심지어  살인해도 정상참작의 사유로 넣을 것인가. 이행강제금 결정을 내린 판사에게는 섭섭한 마음이지만 나를 모욕한 개그맨에게 선고유예를 하면서 그 결정을 참작한 판사는 도저히 납득이 가질 않는다.”

    - 내년 선거를 앞두고 있는 지역구 의원이다. 지역 내 여론은 어떤가.
    “여러 사건을 겪고 있으니 걱정해 주시는 분들이 많다. ‘돈은 우짜는 겨’ ‘밥은 안굶고 사느냐’고 물으신다. 그러면 ‘빌어먹고 산다’고 말한다. 동네에 소문이 좀 났다. 잘 웃고 다니고, 대형 전교조와 싸우고 뉴스에 나오니까 선거구민들에게는 깊게 박혔다. 지역에는 일주일에 한두 번 꼴로 간다. 계속 이런 일들이 있으니까 매일은 못 간다. A4사이즈의 의정보고서 들고 다니면서 내가 이런 일을 했고, 앞으로 이 일들을 할 테니 읽어보고 평가해달라고 말씀드린다.”

    - 마지막으로 전교조에 당부하고 싶은 말은.
    “손해배상 소송에 대해서는 대법원까지 가려고 한다. 전교조에 부탁하고 싶다. 나하고의 싸움이었으니까 나 말고 다른 의원들이나 학부모단체에는 소송을 하지 않았으면 한다. 교사 집단이면 학부모와 신체적 접촉이 아닌 이상 이런 것으로 소송하는 것은 취하해야 한다.

    칼을 좋아하면 칼로 망하듯 소송을 좋아하면 소송으로 망한다. 나하고만 하자. 해도 한 명만 패면 되지, 여러 사람 상처주면서 끝까지 하면 되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