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율 달성 쉽지 않아...사퇴하면 오는 10월에 보궐선거보궐선거, 총선-대선에 불리하게 작용
  • 오는 8월 24~25일쯤으로 예정된 서울시 세금급식 주민투표를 앞두고 오세훈 서울시장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야권이 압박하고 있는 카드인 ‘시장직 사퇴’에 대한 딜레마다.

    시장직을 걸면 승부의 관건인 투표율(최소 33.3%)을 높일 수 있지만, 대신 감수해야할 위험성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오 시장은 22일 <조선일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주민투표에 시장직을 걸지를 놓고 깊이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회 원로와 오피니언 리더들을 만나 조언을 구하고 있는데, 직(職)을 걸어야 투표율을 높이고 진정성을 보일 수 있다고 하는 분도 있고 정책에 대한 주민투표를 하는데 결과에 자리를 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분도 있다"고 했다.

    서울시도 이번 세금급식 주민투표에서 투표율만 충족된다면 투표결과는 세금급식 반대 의견이 더 많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하지만 주민투표법상 전체 유권자 836만명 중 279만명 이상이 투표하지 않는다면, 투표함조차 열 수가 없다. 이 경우 행안부의 유권해석상 앞서 민주당 다수의 서울시의회가 의결한 ‘친환경무상급식조례’의 효력만 남게 돼 오 시장 입장에서는 극히 불리한 상황으로 갈 수 있다.

    하지만 하한기 평일인 점을 감안할 때 분명히 투표율 달성은 쉬운 일이 아니다.

  • ▲ 오세훈 서울시장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 오세훈 서울시장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시장직을 거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그렇게 될 경우 일어날 수 있는 위험성이 너무 크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 뉴데일리

    ◇ 시장직을 걸게 되면?

    일단 선거 전문가들은 오 시장이 시장직을 걸어야만 오 시장 지지층과 보수진영을 결집시키고 오 시장 반대자들까지 투표장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문제는 시장직을 걸었다가 투표율이 예상만큼 나오지 않게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당장 오는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열리게 된다.

    오 시장은 물론 한나라당 입장에서도 이 같은 사태만큼은 막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자칫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면 '반(反) 한나라당' 정서가 높아지면서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걷잡을 수 없는 결과로 다가올 수 있다.

    원희룡 최고위원은 지난 18일 "오 시장이 '주민투표에 정치적 진퇴를 걸어 한나라당에 부담을 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고 했다. 홍준표 대표와 나경원 최고위원도 시장직을 거는 것에는 난색을 보이고 있고, 유승민·남경필 최고위원은 주민투표 자체에 반대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서울시장직을 걸라"고 계속 압박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최악의 경우 민주당 소속의 서울시장이 탄생할 수도 있다. 현재 25개 자치구 중 20명의 민주당 구청장이 장악한 상황에서 시장까지 민주당이 되게 된다면 그동안 오 시장이 추진해온 갖가지 사업이 그대로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 ▲ 18일 오전 여의도 한나라당사에서 열린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나경원 최고위원이 무상급식 주민투표와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18일 오전 여의도 한나라당사에서 열린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나경원 최고위원이 무상급식 주민투표와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주민투표 이긴다고 한나라당이 변할까?

    서울시 안팎에서는 오 시장이 정치적 생명을 모두 걸어 주민투표에서 승리한다고 하더라도 그 동력이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하는 생각도 많다.

    주민투표 승리 이후 박근혜 전 대표에 이은 뚜렷한 여권 NO.2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오 시장에게 최근 좌클릭을 보여주는 한나라당 지도부가 과연 힘을 실어줄 것인가라는 걱정이다.

    실제로 친박 진영에선 "오 시장이 내년 대선에 출마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주민투표와 시장직을 연계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계속 보내고 있다.

    오 시장도 "대선 불출마를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생각하는 중"이라고 했지만, 자칫 대선 불출마를 미리 선언하면 오히려 당 안팎의 관심도가 떨어지면서 투표 동력을 잃어버릴 수 있다는 점을 걱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 시장의 한 측근은 "한나라당이 전폭적 지원을 약속한다면 시장직을 걸지 않고서도 승리가 가능하다"면서도 "하지만 복지 정책을 최전방에 앞세운 한나라당이 과연 그럴지도 의문이고 지원 불가로 결론지어지면 주민투표를 성공으로 이끌어도 그 파급력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고 했다.

    이 외에도 야권에서 계속 공격을 늦추지 않고 있는 ‘불법’, ‘관권’ 선거 의혹도 투표 결과가 나온 이후에도 논란이 가라앉지 않을 하나의 요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