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퍼 컴퍼니로 불법대출 받은 후 폐업,1년 넘게 대주주 방관하다 최근 압수수색
  • 부산저축은행 비리사건은 일부 광주일고 출신 금융사기범들이 부산 서민들 둥골을 빼먹은 사건이고, 보해저축은행 비리사건은 불법 기업인수합병을 노리는 기업사냥꾼들이 인수자금을 이용하기 위해 목포 서민들의 호주머니를 턴 사건이다. 전일저축은행 비리사건은 연예계 '대부'를 자처하던 대주주가 저축은행을  자신의 '사금고' 처럼 멋대로 불법운영 함으로써 전북 서민들의 돈을 빼먹은 사건이다.

    2009년 12월 31일 전북의 대표적인 저축은행인 전일저축은행이 영업정지 됐다. 부산저축은행과는 달리 대주주에 대한 압수수색은 1년 6개월이 지나서야 이뤄졌다. 이곳 대주주가 그의 친척을 '팔아' 우리나라 연예계에서 ‘대부’처럼 군림했던 것도 충격이다.

    이상한 전일저축은행 처리 과정

    전일저축은행은 2009년 3분기 말 기준, 자산 1조2,497억 원 수신고 1조3,215억 원 여신 1조1,069억 원을 보유하고 있다 했다. 그러나 전일저축은행의 실제 BIS 비율은 -11.83%(자기자본 -1,583억 원)이었다.

    영업정지로 자금이 묶인 사람은 6만3,700여 명, 5,000만 원 이상 예금자는 3,573명(피해액 367억 원), 후순위채권 구매자는 183명(피해액 162억 원)이었다. 피해자 대부분이 금융지식이 부족한 70~80대 노인층이었다.

  • 금융당국은 처음 영업정지 명령을 내린 뒤 2개월의 유예기간을 주고 자본금을 채우도록 했다. 하지만 경영진은 위장납입을 시도하다 들켰다. 금감원은 3월 26일 경영진을 검찰에 고발했다.
    예금보험공사는 전일저축은행의 우량자산만을 인수해 ‘예나래저축은행’이라는 ‘가교은행(실제 주인을 찾기 전까지 예금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예보가 만든 임시 은행)’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부실자산만 남은 전일저축은행은 2010년 8월 법원으로부터 파산선고를 받았다. 전일저축은행 전무 김 모 씨, 감사 최 모 씨 등 임원 4명은 2010년 12월에 구속됐다. 대표 김종문 씨는 불법 대출 등의 혐의로 수배됐다. 

    반면 대주주에 대한 철저한 수사는 없었다. 서울지검 특수부가 대주주인 은인표 씨의 자택과 사무실, 그가 소유한 제주도 호텔 카지노 등을 압수수색한 것은 경영진을 구속한 지 몇 달이나 지난 뒤였다.
    검찰은 은 씨 등이 전일저축은행에서 2,200억 원이 넘는 불법대출을 받고 정관계에 로비를 했다고 보고 있다.

    친척과 함께 ‘연예계 대부’로 군림하던 은 씨

    지난 6월 2일 검찰이 압수수색한 대주주 은 씨의 서울 사무실은 특이하게도 삼성동 인터콘티넨탈 호텔 스위트룸이었다. 은 씨는 이 호텔 스위트룸을 사무실로 쓰며 시가 7억 원이 넘는 마이바흐를 타고 다녔던 것으로 전해졌다.

    주변 사람들에게는 ‘큰 손’이었다. 단골 일식집 주방장이 횟집을 열고 싶다고 하면 ‘가게를 알아보라’며 돈을 주고, 절에 ‘종’을 시주하고, 제주시장을 위해 4억여 원을 들여 콘서트를 여는 등 누군가 뭐가 필요하다고 말만 하면 거액을 척척 건네 인기가 좋았다고 한다. 여기에 쓴 돈은 대부분 불법 대출받은 돈이었다. 검찰은 은 씨가 개인적으로 사용한 불법대출액이 400억 원 가량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 ▲ 전일저축은행 대주주 은인표 씨가 타고 다녔다는 마이바흐. 가격이 7억 원을 넘는다.
    ▲ 전일저축은행 대주주 은인표 씨가 타고 다녔다는 마이바흐. 가격이 7억 원을 넘는다.

    다음은 그의 불법대출 수법 중 한 사례다.
    경매에서 낙찰가 9억 짜리 여관을 산 뒤 이를 전일저축은행에 저당 잡혀 30억 원을 대출받고 돈을 갚지 않았다. 결국 여관은 경매에 넘어갔는데, 낙찰자는 다시 전일저축은행이었다고 한다. 검찰은 이런 식으로 은인표 씨가 불법대출받은 돈이 2,000억 원이 넘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은 씨의 불법대출과 호화생활보다 눈길을 끄는 게 연예계와의 관계. 은 씨는 사촌인 E 모 씨를 통해 연예계 ‘대부’처럼 활동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은 씨의 사촌인 E씨는 공중파 방송 PD출신으로 유명한 연예 프로그램 제작자다. 검찰은 E 씨가 2006년부터 전일상호저축은행으로부터 거액을 대출받은 것을 밝혀냈다.

    하지만 E씨는 '불법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E씨에 따르면 당시 그는 대출받은 회사 경영진도 아니었다고 한다. 2006년 초 엔터테인먼트 회사인 E사가 전일저축은행을 찾아 '상장사인 모티스를 인수하려 하니 대출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E사의 주주 중에는 E씨도 있었다. 이때 E사 측은 전일저축은행에 향후 인수할 회사의 주식이 발행되면 모두 담보로 설정하겠다고 말했다. E사 경영진은 E씨가 가진 다른 회사의 주식도 담보로 제공해달라고 요청했다. 전일저축은행은 모티스 주식이 발행되기 전까지는 E사가 제시한 주식을 담보로 설정하고 2006년 3월부터 4월까지 77억 원을 대출해줬다. E사는 이 대출을 받아 모티스의 모회사인 에이도스를 인수했다. 인수후 유상증자된 주식은 전일저축은행에 담보로 제공했다. E씨는 이와는 별개로 41억 원을 대출받아 DY엔터테인먼트 유상증자에도 투자했다.

    E씨 측은 '주식을 담보로 설정했기 때문에 대출이 가능했다'고 주장한다. 반면 전일저축은행 대주주 은인표 씨는 법원에 제출한 진술서에서도 E씨에게 해준 대출에 대해 ‘거절하기 힘든 친분관계’를 이유로 내세웠다.

    E씨가 투자했던 DY엔터테인먼트는 이후 디초콜릿E&F(현 스톰E&F)라는 회사에 흡수된다. 디초콜릿E&F는 한때 국내 최대의 연예기획사로 막강한 힘을 발휘했다. 하지만 지금은 상장폐지된 상태다.

    불법대출자금, 연예계 패권 쟁탈전에 동원됐나

    디코콜릿E&F는 복잡한 역사를 가진 회사다. 1994년 8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주축이 되어 첨단정보통신 제조, 생산 및 판매 등을 내세워 설립했으며 2000년 6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됐다. 2001년 4월 (주)지오시스를 인수, 이름을 트루윈테크놀로지로 변경했다. 2006년 5월에는 (주)팝콘매니지먼트와 심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고 다음달 이름을 (주)팝콘필름으로 변경했다. 2007년 2월에는 이름을 (주)도너츠미디어로 변경하고, 팬텀엔터테인먼트그룹 자회사로 편입됐다. 같은 해 3월 DY엔터테인먼트를 인수했다.

    2008년 4월 팬텀엔터테인먼트그룹이 관리종목이 되자 독립해 이름을 (주)워크원더스로 바꿨다. 같은 해 9월, 팬텀엔터테인먼트그룹 사정이 좋아지자 다시 자회사로 들어가지만, 11월 부실이 반복되자 또 떨어져 나왔다. 12월에는 커피 프랜차이즈 기업인 디초콜릿코리아(주)를 합병한 뒤 이름을 (주)디초콜릿E&F로 변경했다.

    2009년 3월, 자회사인 DY엔터테인먼트를 완전히 합쳐 연예 매니지먼트 사업을 겸하기 시작했다. 2010년 3월 설경구, 송윤아, 이수경 등 ‘S2007 엔터테인먼트’ 소속 배우들과 전속 계약을 맺는다. 하지만 같은 해 6월 22일, 회사 경영진의 횡령혐의로 조사를 받게 된다. 2010년 7월, 주주총회에서 이름을 (주)스톰E&F로 바꾸며 재기를 노렸지만 2011년 4월 13일 자본전액잠식 등으로 코스닥시장에서 퇴출됐다.

    복잡한 역사 뒤에는 2009년 말 벌어진 ‘경영권 분쟁’ 사건도 숨어 있다. 2009년 DY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한 MC 신동엽 씨와 그의 우호세력, 그리고 당시 디초콜릿E&F의 경영권을 갖고 있던 팬텀엔터테인먼트 그룹 이도형 前회장이 경영권을 놓고 겨루고 있었다.

    그런데 주주총회를 앞두고 이 前회장이 돌연 지분을 모두 매각해 버렸다. 주주총회 하루 전에는 서울지법이 신동엽 씨와 우호세력들이 보유한 주식의 의결권행사금지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이렇게 경영권 분쟁이 흐지부지되는 사이 주주총회는 권승식 씨(현재는 사임)를 새 대표로 선임했다.

    권승식 씨는 정훈탁 現IHQ 대표와 매우 각별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정훈탁 대표가 끼어들면서 연예인 전지현 씨도 휘말렸다. 금융위는 경영권 분쟁 시작 전 정훈탁 대표가 전지현 씨 명의의 증권계좌로 주식을 사들여 시세차익을 얻었고, 권승식 씨 또한 차명으로 주식을 매집해 부당이익을 취했다며 검찰에 고발했다.

    전지현 씨는 금융위 조사에서 ‘해당 계좌를 2004년 정 대표 부탁으로 개설한 뒤 그 존재 자체를 잊고 있었던 터라 직접 주식거래를 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한편 정훈탁 대표는 ‘그 계좌는 오래전부터 전지현의 재산증식을 위해 위임을 받아 관리하던 계좌로서 전적으로 전지현의 소유’라고 주장했다. 이 사건으로 한때 결혼설까지 나돌았던 전지현 씨와 정훈탁 대표는 완전히 결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전 씨가 문제의 증권계좌를 직접 해지해 돈을 인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이 디초콜릿E&F 경영권 분쟁 뒤에는 ‘P’라는 ‘헤지펀드’가 숨어있다고 주장한다. 당시 디초콜릿E&F 측이 경영권 방어 등을 위해 ‘P’사에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하면서 자금을 모두 소진했다는 주장이다. 이 ‘P’사는 국내 10여 개 코스닥 기업에도 투자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예계 거물 E 씨 "나도 사기꾼들에 당했다"

    이처럼 복잡한 ‘연예 사업’의 '핵심'에 있었던 E씨는 본지에 연락해 "나는 연예계 사기꾼들에게 속았다"고 주장했다. E씨는 "이 사건으로 2007년 내내 검찰에 불려다니면서 조사를 받았고, 모두 무혐의 판결을 받았다"며 "지금 나와 관련해 전해지는 이야기는 모두 악의적인 언론 보도 때문"이라고 말했다. E씨는 "전일저축은행으로부터 받은 대출 또한 검찰 조사 결과 무혐의 처리되었다"고 밝혔다.

    한편 전일저축은행 대주주 은 씨는 2008년 사기 혐의로 3년형을 선고받고 영등포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다. 은 씨가 구속된 후 주 모 의원, 박 모 前의원, 김 모 의원 등 ‘권력 실세’들이 줄줄이 면회를 왔다고 한다. 부산저축은행 사건으로 구속된 은진수 前감사위원도 은 씨를 면회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시사 주간지는 ‘그가 수형 생활을 대부분 병원에서 보내며 자유롭게 사람을 만나고 외출하기도 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은 씨에 대한 '특혜'에 대해 은 씨 측근은 “은 씨가 ‘예금보험공사나 금감원은 이미 손을 다 써두었고, 검찰 수사가 들어오면 지검장에게 10억~20억 원 던져주면 된다’고 큰 소리 쳤다”고 한다. 은 씨는 그동안 문제가 불거지려 할 때마다 수억 원짜리 시계를 사서 뿌리는 등 정·관계에 거액 로비를 했다는 것이다.

    한편 E씨는 "전일저축은행으로부터 빌린 돈을 DY엔터테인먼트 유상증자 때 투자했다가 망했다"고 주장했다. 현재 파산신청을 한 상태라고 했다. 하지만 연예계를 아는 사람들은 E씨가 지금도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한다고 생각한다. 

    E씨는 1997년부터 2002년까지 연예기획사들로부터 ‘PR비’ 명목으로 1억 원 상당의 금품을 받아 챙기고 신인 연예인의 친구를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돼, 2004년 10월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E씨는 2009년에도 전북 출신의 조직폭력배와 손을 잡고 서울 강남 역삼동에서 불법 카지노바를 운영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은 바 있다. 이 외에도 연예계에 퍼진 ‘악성루머’도 있다.

    ‘은 씨 같은 악당이 잘 사는 세상’ 보여준 전일저축은행

    전일저축은행 비대위 측은 검찰이 전일저축은행 핵심 관계자들에 대한 수사를 수개월 넘게 미룬 점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 측은 “은인표 씨가 자신의 통장을 쓰지 않고, 재산을 다른 사람 앞으로 빼돌려 조사에 애를 먹고 있다”고 밝혔다.

    금감원도 한 언론과의 대화에서 ‘이들은 검찰 수사선상에 오르지만 번번이 빠져나간다’고 말했다. 전일저축은행 부실을 조사한 예금보험공사 측은 “E씨가 100억 원, 은인표 씨는 2,000억 원가량의 대출에 직간접으로 간여했다고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 ▲ 전일저축은행이 영업정지된 후 영업점에서 항의시위 중인 피해자들. 대부분 7~80대다.
    ▲ 전일저축은행이 영업정지된 후 영업점에서 항의시위 중인 피해자들. 대부분 7~80대다.

    과거 전일저축은행을 정상궤도에 올려놨던 백 前행장도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 그는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2003년에 제기했던 전일저축은행의 범죄 행각을 당시 금감원과 검찰에서 제대로 처리만 했더라면 지금의 부산·삼화저축은행 같은 대재앙은 미리 막았을 것이다”라고 한탄했다.

    백 前행장은 “당시 내 금융 인맥을 총동원해 증자에 나서면서 전일저축은행을 간신히 살려놓았다. 그런데 그러자마자 오너인 이 씨 부자는 은 씨 등 검증되지도 않은 사람에게 160억 원을 받고 금고를 넘겼다”고 말했다. 백 前행장은 “그때 전일저축은행 인수에 나선 은 씨 등 일당에는 금융 브로커 박 모 씨 등이 개입되어 있어 오너인 이 씨에게 매각을 반대했더니 ‘내 것을 내가 판다는데 왜 자꾸 반대하느냐’라고 야단치더라. 그래서 내가 ‘전일저축은행은 이미 회장님 개인의 것이 아니라 예금주인 전북도민의 것’이라고 호소했지만 먹히지 않았다. 그만큼 저축은행의 오너들이 갖는 도덕성 불감증은 심각했다”라고 밝혔다.

    백 前행장은 인터뷰에서 금감원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금감원의 유착 비리는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 정도"라며 "전일저축은행에서 무자격자들에게 몇십억 원씩 불법 대출이 연이어 이뤄지고 있는 실태를 2004년 두 번에 걸쳐 금감원에 팩스로 보냈다. 그런데 나중에 경찰에서 내가 김 모 당시 전일저축은행 대표와 대질 심문을 할 때 김 대표가 갖고 있던 서류 속에 내가 금감원에 보낸 제보 팩스를 발견했다. 내가 금감원에 고발한 은행 비리 문건을 금감원 측이 그대로 은행 경영진에 제공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일저축은행을 둘러싼 비통함과 한탄이 흘러나오고 있지만 이 지역을 대표한다는 민주당 의원들은 전일저축은행 피해자들, 특히 후순위채권 피해자들에 대한 구제대책에 대해 지금까지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때문에 비대위 측은 ‘부산저축은행 피해자들이 차라리 부럽다’는 말까지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