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600만원짜리 인세 붙은 ‘항소장’ 내

전두환 전 대통령이 수백만원자리 인지(印紙)가 붙은 항소장을 법원에 제출했다. 그는 가진 재산이 29만원이라며 천억원대의 추징금 납부를 거부하고 있다.

16일 서울중앙지법에 따르면 전 전 대통령은 1980년 계엄사령관 당시 불법행위와 관련, 이신범·이택돈 전 의원에게 10억원을 배상하라는 법원 판결에 불복해 지난 8일 항소했다.

그는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 수사단장을 지낸 이학봉 씨와 공동으로 항소장을 제출했다. 인지대금만 무려 608만2500원인 것으로 드러났다.

법원측은 “두 사람(전두환, 이학봉) 중 누가 돈을 낸 것인지 특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신범·이택돈 전 의원은 판결 확정 전에라도 10억원의 지급을 임시 집행할 수 있다는 판결에 따라 이학봉씨가 소유한 서울 강남구 역삼동 주택에 대해 16일 부동산 강제경매를 서울중앙지법에 신청했다.

이들은 전 전 대통령에게는 따로 파악된 재산이 없어서 별도의 조처를 하지 않았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비자금 사건으로 추징금 2205억원이 확정 선고됐으나 올해 1월 기준으로 1672억여원을 미납한 상태다.

당시 전 전 대통령은 재산이 은행 예금 29만원뿐이라고 주장, ‘무슨 돈으로 골프를 치러 다니느냐’는 판사의 지적에 “인연이 있는 사람이 많고 도와주는 분들이 있다”고 반박했다.

1980년 5~6월 전두환 당시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장의 지시를 받은 이학봉 씨는 합수부 수사관들에게 지시해 이신범·이택돈 전 의원을 영장 없이 잡아 가둬 수사했다. 이들은 수사관들의 고문과 협박에 범행을 자백, 계엄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돼 각각 징역 12년,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이 확정됐다.

이신범 전 의원은 2년7개월 복역하다 형집행정지로 석방됐으며, 두 사람은 1985년과 1987년 특별사면을 받고는 2007년 재심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이신범·이택돈 전 의원은 이후 불법행위로 고통을 당했다고 주장하며 전두환 전 대통령과 이학봉 씨, 국가를 상대로 2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지난달 17일 법원은 “피고들이 연대해 이신범 전 의원에게 7억원, 이택돈 전 의원에게 3억원을 각각 지급하라”는 1심 판결이 선고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