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 vs. 통일부 설전에 <뉴데일리>는 뭔 죄?<미디어오늘>과 통일부, 모두 ‘소통’에 적극적이었으면
  • ‘엠바고 파기’로 ‘유명(?)’해진 <미디어오늘>과 <조선중앙통신>의 ‘폭로(?)’로 바빠진 통일부가 지난 2일의 한 기사 때문에 열심히 설전을 벌이고 있다.

    <뉴데일리>도 <미디어오늘>이 기사에서 언급하는 바람에 얼떨결에 끼어들게 됐다. 그런데 이들의 설전 내용과 통일부의 대응을 보니 가관이었다.

    <미디어오늘> vs. 통일부의 설전

    <미디어오늘>은 지난 2일 ‘이명박 정부, 조선중앙통신 전문 삭제 요청’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포털 등에 송고했다.

    <미디어오늘>은 이 기사에서 “통일부는 1일 대변인실을 통해 국방위 발표문 전문을 게재했던 <뉴시스>와 <오마이뉴스>, <프레시안>, <뉴데일리>, <서프라이즈> 등에 전문을 삭제해달라고 요청했다. 통일부는 ‘국방위 대변인 발표문이 기자와의 문답 형식으로 실린 조선중앙통신과 연합뉴스가 전재계약을 체결하고 있는 만큼 연합뉴스가 보도하지 않은 발표문 전문을 게재해서는 안된다’고 이유를 들었다”고 보도했다.

    <미디어오늘>은 “통일부의 요청에 따라 일부 언론들은 전문을 내리거나 요약 발췌해 보도했다. <뉴시스>는 전문을 내렸으며, <오마이뉴스>는 발표문 전문 대신 요약발췌문을 다시 올렸다. 그러나 <프레시안>과 <뉴데일리>는 통일부의 요청을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 ▲ 지난 2일 <미디어오늘>이 '통일부 압력설'을 내놓자 다른 언론들이 그대로 따라가는 모습을 보였다.
    ▲ 지난 2일 <미디어오늘>이 '통일부 압력설'을 내놓자 다른 언론들이 그대로 따라가는 모습을 보였다.

    <미디어오늘>은 이어 “통일부는 전재계약을 체결하고 있는 <연합뉴스> 측에서 다른 언론사들이 <연합뉴스>가 보도하지 않은 발표문 전문을 게재토록 한 것은 통일부와의 계약 범위를 넘은 것이라면서 문제를 제기해온 데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통일부는 3일 오후 한 장의 해명자료를 냈다.

    “통일부는 지난 1일 일부 언론이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발표한 ‘북한 국방위 대변인 중통 기자 질문에 대한 대답’을 전재한 것과 관련해 해당 언론사측에 북한 보도의 전문을 게재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는 것이다.

    “이는 <연합뉴스>가 정부와 <연합뉴스> 간의 ‘뉴스정보 서비스 구독계약’에 근거하여, 일부 언론사가 전재한 북한 보도 전문을 삭제해 줄 것을 통일부에 공식 요청한데 따른 것”이라고 통일부는 밝혔다.

    통일부는 “정부와 <연합뉴스> 간의 구독계약은 <연합뉴스>의 뉴스 저작권과 <연합뉴스>가 정부에 제공한 뉴스 정보의 제3자 제공 금지를 규정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그런 이유로 “이러한 조치를 ‘통일부가 조선중앙통신의 해당 보도 내용이 부담스러웠기 때문에 전문 삭제를 요청했다’고 주장하는 건 전혀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다.

    <미디어오늘>과 통일부 하는 행동 보니 ‘아, 답답해!’

    <미디어오늘>의 보도 중 맞는 말도 있다. <뉴데일리>도 <조선중앙통신>의 발표 전문을 게재했다.

    이를 통해 북한의 주장에서 허구성을 찾아내고 남남 갈등을 부추기려는 북한의 의도를 전문에 앞서 적시해 주기 위해서였다. 우리 정부가 이번과 같은 허술한 남북 비밀접촉을 해서는 안된다는, 교훈을 얻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다. 

    통일부가 해명한 “연합뉴스와 통일부는 별도 계약을 통해 뉴스뿐만 아니라 조선중앙통신의 주요 보도 내용을 제공하고 있고 이를 제3자에게 제공하면 안 된다”는 것도 사실이다.

    문제는 이들이 서로 ‘속내’를 들춰내는 과정에서 뭐가 그리 급했는지 제대로 사실 확인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미디어오늘>은 <뉴데일리>에 확인도 하지 않고 ‘통일부의 요청을 거절했다’고 적었다. 하지만 <뉴데일리>는 거절한 적이 없다. 아니 통일부가 <뉴데일리>에 요청한 적이 없다.

    통일부는 이 일에 무관심한 듯 했다. 3일 오후 출입기자 등록과 함께 이 문제에 대해 물어볼 겸 통일부를 찾았다. 기자실에서는 ‘오늘은 보도 자료가 없다’는 말을 들었다. 기자실을 나와 대변인실에 들렀다. 직원에게 ‘혹시 지난 1일과 2일에 <조선중앙통신>의 국방위 대변인 발표와 관련해 언론사에 전화를 했느냐’고 묻자 ‘그런 일 없었던 걸로 안다’고 답했다.

    이상하다 싶어 1시간 뒤 전화를 걸어 같은 질문을 했다. 그제야 ‘언론사에 연락한 적이 있다. 그에 대한 해명자료가 곧 나올 것’이라고 답했다. ‘지금 보낸다’던 자료는 결국 서너 차례 독촉을 한 뒤에야 받을 수 있었다.

    <미디어오늘>과 통일부, 둘 다 자기주장 내세우는 건 좋다. 하지만 지킬 것은 지키는 게 어떨까. <미디어오늘>은 지금까지 우파 매체나 정부 비난할 때마다 ‘소통에 나서라’고 했다. 그런데 정작 그들 스스로는 ‘소통’에 이리도 소극적인가. 기본적인 확인 전화 한 통쯤은 <뉴데일리>에 했어야 하지 않을까.

    통일부는 내부에서 서로 정보 공유조차 안 되는 걸로 보인다. 어떻게 된 건가. 이러니 北의 협박성 '폭로'에도 국내 언론이랑 ‘씨름’하고 있는 게 아닌가. <미디어오늘>과 통일부는 그들이 남에게 요구하는 것들을 먼저 지켰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