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교사의 전교조를 떠나는 심경 고백의 글 화제
  • 한 중견 전교조 교사가 김순희 교육과 학교를 위한 학부모연합 상임대표가 전교조 교사들에게 보낸 편지를 읽고 느낀 고뇌를 한 포털에 올렸다. 이 교사는 전교조의 지향점과 교육현실에서 느낀 괴리감을 토로하며 전교조를 떠나겠다는 결심을 밝히고 있다. 다음은 이 교사가 올린 글의 전문이다. 한편 전교조 측은 편지를 보낸 김 대표를 상대로 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끔 생각이 많아 잠이 오지 않는 날에는, 컴퓨터 앞에 앉아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으며 글을 쓰곤 한다.
    모니터의 깜빡거리는 '커서'의 움직임과 귓속으로 들려오는 '음악소리'가 생각을 정리해 줄 때가 많기 때문이다. 오늘이 그런 날이다. 생각이 많은 날...
    학생이 선물해준 이어폰 사이로 '나는 가수다'의 임재범 노래가 흘러 들어온다. 혼신의 힘으로 노래를 부르는 모습은, 가창력과 어우러져 마음에 감동을 일으킨다. 소리 하나하나 호흡 하나하나가 큰 울림을 준다. 진정한 가수란 이런 것이구나 하고 깨닫게 해준다. 열정과 실력을 가진 그들이 진짜 가수라면 나는 누구일까? 나는 교사다. 교사로 부임한 후 벌써 15년 이상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며칠 전 교사인 나에게 '그럼 나는 진짜 제대로 된 교사인가'하고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하는 편지 한통을 받았다. 학부모 단체에서 전교조 선생들께 보낸 편지였다. 다른 전교조 선생님들도 받은 것 같다. 처음엔 읽지 않고 한쪽에 팽겨쳐 놓았지만, 다른 전교조 선생님이 학부모 단체가 어떻게 우리의 개인 정보를 알고 이런 편지를 쓰냐고 흥분하길래, 도대체 어떤 내용인데 그러나 하고 찾아서 읽어 보았다.

    편지의 내용은 전교조를 공격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자녀를 둔 부모 입장에서 교육에 대해 걱정하는 내용이었다. 우연히 읽은 짧은 글 하나가 아이의 생각을 자라게 하듯, 그 짧은 편지는 나로 하여금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었고, 15년 동안의 교직 생활을 돌아보게 하였다.

    우리가 주장했던 참교육은 아이들을 생각한 진정한 참교육이었을까? 편지의 주장대로 우리가 누군가에게 이용당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어쩌다 교사인 우리에게 동료교사들과 학부모들이 등을 돌리게 되었을까?

    이런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나는 80년대에 대학을 다녔다.
    그 때에는 각종 시위가 많았던 혼란한 시기였고, 선배들을 따라 시위에 합류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여겨졌던 시대였다. 이런 상황 속에서 캠퍼스에서는 참교육을 내세운 전교조가 등장했다.
    총학에서도 전교조를 지원하기 위한 바자회를 여는가 하면 전교조에 대한 지지를 공개적으로 밝히곤 했다.
    그런 분위기로 인해 나는 중학교 교사로 임용되면서 자연스럽게 전교조에 가입하게 됐다. 처음엔 진짜 참교육을 위해 노력하는 것 같았다. 나 자신도 그러한 노력에 일조하는 거 같아 뿌듯할 때도 많았다.

    그런데 15년 동안 전교조 생활을 하면서 느낀 건 본부에서 주장하는 내용들이 이념적인 색깔이 짙을때가 너무 많고 또 나의 생각과 다르고 현실과는 괴리되어 가고 있다는 것이다. 사춘기에 접어들어 반항과 일탈이 자연스러운 아이들에게 기본적인 사랑의 벌도 주지 못하게 만드는 '학생인권조례'는 너무 이상에 치우친 주장 같았다.

    과연 이것이 참교육일까? 인권도 좋지만 올바르게 자랄 수 있도록 기준을 잡아줘야 할텐데... 아이들의 인격을 존중해 주는 것 만큼이나 아이들을 제대로 가르치는 것 또한 중요한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마음에 자리 잡았다.
    또 하나 마음에 걸린 것은 아직 도화지처럼 순수한 아이들에게 일방적인 사상과 이념을 주입하는 모습이 과연 옳은가 하는 것이다. 이제 중학생인 아이들을 통일애국열사라는 사상도 검증 안된 사람들의 추모제에 데려가고,

    또 촛불시위 현장에 내보내 사진을 찍어오는 것이 수행 평가라는 동료 선생님들을 보면서 이게 과연 맞는 건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이들에게 태극기에 대한 경례를 거부하도록 가르치는 건 또 어떤가? 나라 자체를 부정하게 만드는 것은 아닌가.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모르겠다. 또 어찌 보면 모든 것이 내 잘못인지도 모른다. 나부터가 먼저 '전교조가 국민들에게 인정받기 위해서는 이런 잘못된 점에 대해 고쳐야 한다'고 주장했어야 했다. 조금 일찍 이런 주장을 펼쳤다면, 그리고 나부터 바로 잡으려고 노력했다면 조금은 달라질 수 있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일반 평교사인 내가 전교조를 상대로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나를 행동하게 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학부모가 우리들에게 보낸 편지에는 이렇게 써있었다.

    진정한 참교육을 원한다면, 이념세력에 의해 이용당하는 전교조를 떠나서 진정으로 스승의 길을 가라고. 공교육 붕괴를 가져온 '경쟁 없는 교육'을 주장하는 전교조 선생님들에게 아이를 맡기길 바라는 학부모가 어디 있겠느냐고.

    참으로 가슴 아픈 말이다. 스승과 부모는 한 몸 이랬는데, 학부모가 등을 돌린 교사인 우리에게 어떤 교육을 기대할 수 있단 말인가? 또 동료 교사들은 어떤가? 시시때때로 분란을 일으키는 우리를 보는 시선이 그다지 좋지 않은 걸 느낄 수 있다. 네트워크 시대에 서로 협력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는데 말이다.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이 일주일동안, 많은 것을 생각한 후 이제 나는 가면을 벗으려 한다. 의식 있는 교사처럼 보이기 위해, 또 단체에 속해서 조금 더 편한 학교생활을 하기 위해, 스스로도 확신이 없는 위치에 서서 더 이상 내 자신과 아이들을 속이지 않겠다.
    편지의 말처럼 나만 진정한 교육을 한다고 전교조가 참교육을 하는 집단이 되는 것은 아니다.

    쉽지는 않겠지만, 이제부터라도 아이들 앞에서 떳떳한 교사가 되기 위해, 그리고 진정한 스승의 의미를 되찾기 위해 전교조를 탈퇴해야겠다. 그것이 그동안 내 제자였던 아이들에게 사과하는 길이고, 또 앞으로의 교직생활을 스승답게 보낼 수 있는 유일한 길임을 알기 때문이다.

    이제 나는 '전교조 교사'가 아니다. 이제 나는 '진정한 교사'로 거듭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