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훈 감독 실명 거론 독설…1인 4역 영화 인생 담아
  • ▲ 영화 '아이랑'으로 한국 영화계에 일침을 가한 김기덕 감독.ⓒ연합뉴스
    ▲ 영화 '아이랑'으로 한국 영화계에 일침을 가한 김기덕 감독.ⓒ연합뉴스

    김기덕 감독이 오랜 침묵을 깨고 발표한 새 영화 '아리랑'을 통해 한국 영화계에 직격탄을 날렸다.

    13일(이하 현지시간) 칸영화제 공식부문인 '주목할 만한 시선' 초청작이 상영된 프랑스 칸의 드뷔시관에서 김기덕 감독은 자신의 신작 '아리랑'을 첫 공개했다.

    '아리랑'은 다큐멘터리인지 드라마인지 판타지인지 장르가 불분명한 영화다.

    김기덕 감독은 자신, 또 다른 자아, 자신의 그림자, 그리고 이들을 지켜보는 감독 등 1인 4역을 소화했다.

     "사람이 오면 가는 날도 있는 거야. 널 존경한다고 찾아와서 너를 경멸하며 떠날 수도 있는 거야. 우정을 끝까지 선택하는 사람은 없어. 세상이 그런 거야. 네가 영화를 통해 수없이 얘기했잖아. 네 영화의 주인공이 네가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안타까워할 것 같아."  

    김기덕 감독은  "장훈 감독이 자신도 모르게 메이저와 계약을 했다"고 말한다.  

    장훈 감독은 김기덕 감독이 각본을 쓴 '영화는 영화다'를 통해서 장편 데뷔했으며 546만명을 모은 송강호·강동원 주연의 '의형제'를 통해 스타급 감독으로 부상한 젊은 연출자다.

    김 감독은 또 그의 영화에서 자주 악역으로 등장했던 어떤 배우를 겨냥한 듯 "악역 잘한다는 건 내면이 그만큼 악하다는 거야"라고 통렬히 비판하기도 한다.

    영화 '아리랑'은 김기덕 감독이 영화에서 밝혔듯 삶의 오르막과 내리막을 의미한다. 그는 삶의 오르막과 내리막을 오르내리면서 계속 영화를 찍고 싶다는 뜻을 피력한 셈이다.

    영화가 끝난 후 드뷔시극장에서는 약 3분의 기립박수가 이어졌다. 주목할 만한 시선에 진출한 영화 가운데 이러한 기립박수를 받은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세계 3대 국제영화제 중 베를린영화제와 베니스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은 김기덕 감독.

    인간의 은밀한 욕망을 밀도 깊게 그린다는 상찬과 여성을 남성의 시각에서 도구화한다는 악평 사이에서 서성이긴 했지만 그는 거의 매년 1편씩을 꾸준히 만들어온 '왕성한 창작자'였다.

    그러나 2008년 '비몽' 이후 작품활동을 돌연 중단했다. 그가 시나리오를 쓰고 제자인 장훈 감독이 연출한 '영화는 영화다'를 놓고 배급사와 소송 전을 벌이며 구설에 올랐다.

    김기덕 사단으로 분류되는 장훈 감독이 메이저 영화사와 계약하면서 그를 배신했다는 이야기가 나돌기도 했다.

    작년 연말에는 김기덕이 폐인이 됐다는 뜬소문까지 번졌다.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진출한 그의 열여섯 번째 장편영화 '아리랑'은 왜 김기덕 감독이 그간 영화를 만들 수 없었는지를 스스로 자문하고 영화를 통해 자신이 받았던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을 담은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