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30일 전체 모의투표..경험없고 인력은 부족공관장들 "시한폭탄 되나"..입법보완 시급 지적
  • 내년 19대 총선부터 도입되는 재외국민 선거를 앞두고 전 재외공관에 비상이 걸렸다.

    사상 처음으로 치러지는 이번 재외국민 선거를 둘러싸고 시행상의 문제점과 부작용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어 정부와 국회 차원에서 보다 세심하고 빈틈없는 입법적 보완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3일 외교통상부와 중앙선관위 관계자들에 따르면 중앙선관위는 다음달 30일 전 재외공관에서 대규모 모의선거를 실시할 예정이다.

    대상공관은 전 재외공관 166개 가운데 내전 중이거나 천재지변을 겪고 있는 5개 공관을 제외한 161개 공관으로, 각 공관마다 30∼50명씩 약 5천명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가운데 치러진다.

    지난해 11월에는 21개국 26개 투표소에서 제한적인 모의선거가 실시됐다.

    투표 참여자는 주로 한인ㆍ종교단체 종사자들이나 상사 주재원 등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선관위는 이번 모의선거에 대비해 16일부터 20일까지 서울 종로구 선거연수원에서 106개 재외공관의 재외선거 담당관들을 참석시킨 가운데 재외선거 관련 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다.

    이들 106개 공관은 모의선거 대상 공관 161개 가운데 선관위 직원이 파견된 주요 55개 공관을 뺀 것이다. 선거관리 경험이 없는 외교관들을 대상으로 선거관리 규정과 절차를 숙지시키는 게 교육의 목적이다.

    지역별로는 ▲아주 24개 ▲중동ㆍ아프리카 28개 ▲유럽 36개 ▲미주 18개다.

    이들은 선관위로부터 ▲모의선거인 등록신청 및 국외부재자신고 접수처리 ▲모의선거인 명부 작성ㆍ열람ㆍ이의신청ㆍ확정 ▲모의투표용지 등의 발송과 모의 정당ㆍ 후보자 정보자료 제공 ▲모의투표소 설치ㆍ운영, 모의투표 회송ㆍ개표 등의 사무절차를 교육받을 예정이다.

    이에 따라 전 재외공관이 본격적인 선거준비 태세에 돌입하게 됐으나 정작 각 공관은 선거관리 경험이 전무한 상태에서 과중한 선거관리 업무까지 떠맡게 돼 시행과정에서 적지 않은 문제점이 표출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선거의 공명성 확보가 관건이다. 이미 각종 한인단체 등이 정파에 따라 사분오열되고 혼탁ㆍ과열선거 조짐이 감지되고 있는 가운데 선거 부정행위를 단속할만한 실효적 수단이 부재한 실정이다.

    현지에서 불법 선거운동을 적발하더라도 사법관할권이 없어 처벌할 법적 근거가 없으며 현재 영사의 조사는 법원에서 증거능력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설령 영사의 조사가 법적 효력을 갖더라도 불법선거 혐의자가 조사에 응하지 않으면 이를 제재할 수단이 마땅치 않다.

    국내 수사기관이 공관에 출석한 사건관계인에 대해 인터넷 화상장치를 이용, 국내에서 원격조사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으나 증거능력 인정의 핵심인 진정 성립 여부를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

    또 선거사범에 대한 처벌 강화를 위해 과태료 부과나 여권발급 제한 조치 등이 입법적으로 검토되고 있으나 해외에서 활동하는 선거사범들에 대해 어느 정도 실효적 처벌이 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이 같은 불공정 시비는 대선과 같이 국내 선거결과가 초박빙으로 나타날 경우 중대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고 경우에 따라 커다란 사회적 혼란을 초래할 위험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투표에 참여할 재외국민 유권자의 수가 240만 명에 달해 선거의 승패와 정권향방을 가르는 '판도라의 상자'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각 공관이 선거를 치러본 경험이 없는 가운데 과중한 업무부담에 시달리고 있는 점도 문제다. 각 공관은 선거인 명부 작성부터 투표용지 발송과 투표소 운영 등 실제 투표 진행, 불법 선거 운동 단속 등의 다양한 역할을 소화해야 한다.

    그러잖아도 일손이 모자란 공관에서 수사권도 없이 재외선거 불법혐의자를 단속ㆍ조사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쉽지 않고 투표관리 업무의 전문성이 부족해 '미숙한 일처리'로 공정성 논란을 야기할 소지도 있다. 각 공관마다 재외선거관리위원회가 설치되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공관장에게 책임이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불법적 이중국적자를 확인하는 것도 어려운 과제다. 외국국적을 취득해 대한국민 국적을 상실했음에도 이를 신고하지 않아 가족관계 등록 또는 주민등록이 말소되지 않은 이중국적자는 투표참여에서 배제해야 하지만 이중국적 여부를 완벽하게 확인해내기 어렵다는 게 외교소식통들의 설명이다.

    공관이 없거나 원거리의 재외선거인이 공관을 두차례(선거인 등록신청때와 실제 투표때)씩 방문해야 하는 투표참여상의 불편도 큰 문제다.

    이는 저조한 투표율 문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210만 명의 재외국민이 있는 미국의 경우 공관이 고작 10개에 불과해 1개 공관이 3∼5개주를 떠맡아야 할 처지다. 외교가에서는 적어도 선거인 등록신청을 우편으로 접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런 상황 속에서 선거관리를 맡을 각 공관은 마치 '시한폭탄'을 받아든 것처럼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당장 10월부터 각 공관에 재외선관위가 설치되면서 선거준비가 본궤도에 오르게 되지만 현실적으로 행정시스템과 인력이 준비되지 못한데다 자칫 선거 공정성 논란과 정치적 시비에 휩쓸리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한 외교소식통은 "선거의 공명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보다 면밀하게 입법보완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공관장 몇 자리가 날아가는 게 문제가 아니라 국가적으로 큰 비용을 치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