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여-정의화, 新권력 앞에 ‘줄다리기’ 팽팽
  • 한나라당의 새 투톱이 당 쇄신 국면에서 대립 양상을 보이고 있다. 재보선 패배 이후, 당 쇄신을 외쳐왔으나 이들의 갈등은 차기 당권의 주춧돌이 될 비상대책위원회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권력투쟁으로 비춰지고 있다.

    황우여 한나라당 신임 원내대표와 당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선임된 정의화 국회부의장의 회담이 9일 끝내 불발됐다. 정치적 역할 구분에 관해 협의해보자는 정 비상대책위원장의 제안을 황 원내대표가 거부한 셈이다.

    정 위원장은 지난 8일 황 원내대표에게 안상수 전 대표와의 ‘3자회동’을 제안했다. 황 원내대표와 소장파가 최고위원들의 퇴임 직전 의결한 비대위 구성안을 무효화하려하자 “비대위 출범을 미룰 테니 만나자”고 제안했다. 사실상 비대위 인적 구성과 기능에 대한 담판을 짓자는 의도였다.

    하지만 황 원내대표는 3자회동을 거부했다. 대신 “가벼운 티타임 정도는 가능하다”고 응답했다. 당내 논란이 있는 비대위를 논의하기 위한 공식 만남은 부담스럽다는 뜻이었다.

    황 대표는 9일 오후 기자들과 만나 “비대위가 비대위답게 잘 좀 해나갔으면 좋겠고. 내 일정이 이 모양이라 예의를 갖추고 만나는 거는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고 사실상 회동을 거부했다.

    정치권은 이를 두고 사퇴를 앞둔 최고위원회가 선임한 비대위를 인정하지 않고 자신이 대표 대행을 맡아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하고 있다.

  • ▲ '쇄신바람'이 불고 있는 한나라당의 투톱체제가 시작부터 삐걱이고 있다. (왼쪽부터)황우여 신임 원내대표, 정의화 비상대책위원장.ⓒ 연합뉴스
    ▲ '쇄신바람'이 불고 있는 한나라당의 투톱체제가 시작부터 삐걱이고 있다. (왼쪽부터)황우여 신임 원내대표, 정의화 비상대책위원장.ⓒ 연합뉴스

    지난 원내대표 경선에서 소장파가 황 원내대표를 지지한데다 그도 소장파의 ‘젊은 대표론’을 지지하는 정치적 연대가 가시화되고 있어 황 원내대표의 ‘대표대행’에 힘이 실리고 있다.

    특히, 황 원내대표가 △추가감세정책 반대 △한미FTA 강행처리 반대 △전월세 상한제도입 검토 등 과거 한나라당이 추진하던 정책에 반대론을 펼치면서 소장파와의 거리감을 좁히기도 했다.

    또한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들도 황 원내대표에 거부감이 적은데다가 일부 의원들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또 다른 연대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이에 홍준표 전 최고의원은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이 될 수 없는 것은 당헌상 명백하다”면서 황 원내대표의 비대위원장 겸직에 제동을 걸었다.

    이날 끝내 정 위원장과 황 원내대표의 회담은 성사되지 않았다. 정 위원장은 이날 황 원내대표에게 일정 조율을 위해 수차례 문자메시지를 보냈으나 ‘묵묵부답’이었다.

    이에 정 위원장은 성명서를 내고 “비대위 구성 절차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소장파의 문제의식은 저와 같은 것”이라며 “11일로 예정된 의총에서 당초 최고위가 결정한 사항을 추인받고 수정·보완할 것이 있다면 적극 수렴할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최고위의 결정대로 비대위를 진두지휘하겠다는 정 위원장과 비대위 전면 재구성을 요구하는 황 원내대표의 갈등은 오는 11일로 예정된 한나라당 의원총회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