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법대 동창회, 25일까지 전시회 열어
  • 서울 법대라는 명칭은 2010년을 기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그 대신 몇 년간의 진통 끝에 제도와 절차가 변경되어 올해부터 로스쿨로 불린다. 처음 서울대가 있던 자리, 그 곳은 ‘대학로’로 재탄생 했으며 몇 년 전 방영되었던 ‘지금도 마로니에는’라는 드라마 속에서나 그 모습을 볼 수 있게 됐다. 특히 출세의 관문으로 알던 서울법대가 있던 곳에 남아있는 유일한 흔적은 ‘법대 문방구’뿐이다.

     그런데 요즘 젊은이들 사이엔 대학로 하면 130개가 넘는 연극 공연장이 있어서인지 연극동네인줄 안다. 서울대가 있던 대학로 중심엔 마로니에 공원이 살아있고 초입엔 동대문과 이어지는 이화동이 있다. 이화동 언덕마루에 있는 이화장엔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헌법을 만들고 그 법에 의해 나라살림을 이끌었던 장관들을 선임한 ‘조각당’이 자리 잡고 있다.

    그 앞에는 왕조시대와 일제 강점기를 거쳐 근대국가 개념을 완성한 이승만 건국 대통령 동상이 있다. 이 곳은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법에 의해 나라 살림을 이끌어가기 시작한 성지와 같은 장소이다. 그럼에도 연 중 국무위원이나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 299명 중 이화장을 다녀간 사람은 열 손가락 안에 들 정도다. 

    그렇게 서울법대 주변은 급변했고, 엄청난 시대변화와 더블어 법은 더 복잡하고 어려워졌다. 사람들은 법조인 하면 무미건조하고 생활의 멋이 없을 것으로 예단하기도 하지만 법속에서 살았던 이들이 미술, 문학, 음악 등 예술을 사랑한다는 사실을 알게됐다. 그런 연유로 서울법대 동창이 모여 ‘법문예전’이라는 타이틀로 한국에서 처음 전시회를 한다.

  •  이번 전시 작품 중 대한민국 예술원장을 지낸 고 이대원(1921-2005) 전 홍익대 총장의 ‘농원(1996)’은 수억을 호가 한다. 이 항녕 박사(1915-2008)의 서예와 목각, 배명인 전 법무부 장관의 금빛으로 ‘금강경’대작, 정 종섭 법대 학장의 ‘귀거래사(도연명)’와‘반야심경’ 박 병호 전학장의 ‘安其學而親其師樂其友而信其道’ 교훈을 쓴 작품도 있다.

    회화작품으로는 배기민 전 상사중재원장, 이한춘대사, 매우 특이한 헤어스타일의 안경은 전 KBS PD의 서양화, 박영희 시인 겸 화가의 동양화, 윤두식 전 미대 교수의 독특한 기법의 벽화, 그리고 최종고 서울 법대 교수는 문인 이 광수의 홍지동에 있는 생가 ‘춘원고택’외에 초상화 두 작품을 더 출품했다.

    화우회 모임을 이끌고 있는 염 인섭 회장의 유화 폭포와 항구, 국민고충처리위원장 주광일 변호사의 백두산천지와 마리아상, 전 대구 고법 지흥원 변호사의 석불상, 또 순수 예술로 여체의 누드를 선보인 김정남 최경락 동창의 작품이 있는가 하면 유근원 이재형 변호사의 추상화도 있다.

    사진에는 개인 전시회도 열었던 ‘삶과꿈’김 용원(전 대우전자 사장)대표의 외국 폭포를 찍은 작품은 김현산 명지대 교수의 꽃핀 고목사진과 대조를 보인다. 한국법학원장인 이재후 변호사의 히말라야 풍경, 최 종고 교수의 독일 라이프찌히의 어떤 건물벽화 ‘구 동독 시민의 통일 촉구 궐기 대회’와 인도 구자라트 지방의 양치기 가족사진까지 세계의 다양하고 놀라운 장면을 발품 안들이고 편하게 감상 할 수 있다. 

     법을 전공하신 분들 중에 ‘법문예전 전시회원’은 아니지만 예술적 재능이 뛰어난 분들이 많다. 황 병기선생은 오래전부터 예술원 회원으로 국악계의 큰 별이고 (최근 국립극장 ‘어부사시사’ 국악칸타타 발표회 예술감독), 또 영화제를 세계적 반열에 올려놓은 ‘부산 국제 영화제’의 주역 김 동호 위원장도 서울 법대 출신이다.

  • 회원 중에는 서울법대에 재직하면서 무려 다섯 작품을 선보인 최종고 교수는 시간도 예술적으로 활용하는 특별한 능력이 있어 보인다. 최근엔 이승만 건국 대통령에 대한 저서까지 준비하여 곧 출간 된다는 소식까지 있으니 말이다.

     “법 학자로서 잘못된 역사의식을 가진 사람들의 머리속에는 초상화처럼 선명한 그림을 직접 그리고 싶었던 것인가” 묻고 싶었지만 기회가 없었다. 혹시 그렇다면 청소년들의 의식이나 국가 정체성을 호도하는 세력을 바꿔놓는데 좋은 길잡이가 될 것 같아 출간이 기다려진다.

    서울 법대 동창회에서 처음 전시하는 ‘법문예전’에는 33명이 100점을 선보인다. 전시기간은 4월 17일부터 25일까지이고, 개막식은 17일 오후 5시이다. 전시 중 관람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이며, 무료관람이며 단체관람도 가능하며 한전프라자 갤러리(2105-8190), 서울법대 동창회 사무실(736-2266)로 문의 하면 된다.
    법을 전공하지 않았으면 예술인이 되었을까? 그들의 작품이 기대되는 또 하나의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