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캠페인- 크라이슬러 닷지의 '카 체이스'
  • 무언가 구매할 때 사람들은 물건뿐 아니라 브랜드 이미지도 함께 산다. 옷가지에 박힌 브랜드 로고는 그 사람이 그 옷을 대략 얼마쯤 주고 구입했는지 알리는 영수증 역할을 한다. 고급 자동차 꽁무니에 박힌 제조사 로고 역시 그가 대략 어느 정도의 재력을 가진 사람인지 보여준다.

    물론 모든 사람들이 다 부가티나 람보르기니, 좀 더 검소(?)하게 벤츠나 BMW 로고가 박힌 차를 끌고 다닐 수 있는 게 아니다. 또한 재력 과시가 브랜드 이미지가 제공하는 유일한 기능도 아니다.

    많은 사람들은 무조건 고가 브랜드를 선택하기보다는 자신이 추구하는 이미지와 맞는 브랜드를 선택한다. 대부분의 브랜드들이 공략해야 하는 것도 바로 그 부분이다.

    미국 크라이슬러의 닷지(Dodge)는 오래 전부터 ‘젊은 남성’들 차였다. 특별히 잘 빠지거나 미끈한 디자인도 아니다. 하지만 80년대부터 많은 미국 젊은이들이 가장 가지고 싶은 첫 자동차로 닷지 픽업트럭을 꼽은 것은 바로 닷지가 갖고 있는 젊고 활동적인 이미지 덕분이었다.

    닷지를 몰고 싶어 하는 평범한 젊은 미국 남성들은 과연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할까?

    ‘카 체이스(Car Chase)' 캠페인은 바로 그 의문에서부터 시작됐다. 젊은이들은 영화, 특히 액션영화를 좋아한다. 액션 영화라면 뭐니뭐니해도 자동차 추격 장면이다. 자동차 추격전이 너무 진부하게 느껴진다면 기차나 버스라도 동원해야 한다.

    반면 젊은이들은 시대물, 우리 식으로 말하자면 사극을 좋아하지 않는다. 스테판 프리어즈(Stephen Frears) 감독이 영화 ’위험한 관계(Dangerous Liaisons)‘에서 그랬던 것처럼, 화려한 로코코 의상을 입고 문어체를 사용한다면 제아무리 슈퍼스타 존 말코비치라 해도 10분 내에 대다수 젊은 미국 남성들을 숙면에 빠뜨릴 수 있다.

    이 광고는 바로 그런 평범한 젊은 미국 남성들 취향을 제대로 반영했다.

    로코코 시대 의상을 입은 귀부인과 그 딸이 닷지의 신 모델 차저(Charger)를 몰고 간다. 귀부인은 딸의 남자친구를 완강히 반대하는 모양이다.

     

    이어 역시 닷지를 탄 젊은이가 나타나 귀부인에게 헐리우드 액션 스타일로 둘의 사이를 허락해 달라고 청원한다. 말도 안 되는 장면들이 이어지지만 도무지 지루하지도 않고 눈을 뗄 수 없다.

    왜 그럴까?

    막판에 내레이션이 그 해답을 알려주며 폭소를 자아낸다.

    “자동차 추격 장면이 영화를 더 낫게 만든다(Car Chases Make Movies Better)!".

    남성성은 여성성과 대비될 때 가장 돋보인다. 근육질 남성의 몸처럼 다부지게 디자인한 다지를 평범한 액션 장면 안에 넣었더라면 지금처럼 사람들 기억에 남을 만한 장면을 만들어내지 못했을 것이다. 너무도 여성적인 로코코 시대 귀부인들이 다지를 모는 장면 자체가 관객들의 시선을 꽉 붙들고 놓아주지 않는 것이다.

    이런 반전과 유머, 남성성과 여성성, 그리고 옛 것과 새 것의 적절한 대비. 이것들은 모두 앞서 말한 것과 같은 소비자 분석을 통해 얻어진다.

    소비자들이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는지,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내는 것보다 더 좋은 아이디어의 원천은 없다. 좋은 아이디어는 결코 우연히 얻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최근 여러 매체에서 ‘올해의 대행사’로 선정되며 승승장구 하고 있는 미국의 위덴+케네디(Wieden+Kennedy)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