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7계획, 현재 문제에만 집착…K-21, 실전과는 다른 실험조건모두 근본원인 해결, 미래 대책 아닌 ‘빈 틈 메우기’에 자기만족
  • 지난 31일 방위사업청 등은 경기 남양주시 인근 야외시험장에서 K-21 장갑차의 수상운행시범을 보였다. 국방부, ADD, 방사청 관계자와 국방부 출입기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시범은 무사히 끝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후문을 듣고선 최근 비판받고 있는 307계획의 문제가 오버랩 됐다.


    ‘잠수 장갑차’ K-21의 근본적인 문제


    K-21 장갑차는 작년 7월 29일 수상운행 시험 중 강 속으로 가라 앉았다. 이 사고로 부사관 한 명이 숨졌다. 이 사고는 ‘불량전투화’ ‘K-1 전차 포신 파열’ ‘K-9 엔진 캐비테이션’ 등이 잇달아 드러난 시기에 터진 것으로 언론의 큰 관심을 끌었다.

    그렇게 몇 달이 흘러갔다. 그러다 다시 지난 3월 31일 시범 행사가 열린 것이다. 이 행사가 있기까지 장갑차 문제는 다시  별 관심을 끌지 못했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K-21 장갑차의 문제점이 모두 개선된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그게 아니었다. 시범을 참관했던 이들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한마디로 ‘눈 가리고 아웅’이란다.

    작년 수상운행 사고 이후 방사청 측은 물막이와 변속기 문제를 사고 원인으로 거론했다. 하지만 언론은 K-21의 무게중심 문제 등 ‘설계결함’을 지적했다. 이에 방사청 등 K-21 개발 관계자들은 ‘설계상에 일부 문제는 있지만 설계 결함은 아니다’라고 답해 비난을 받았다.

    이후 방사청과 ADD 등은 문제가 된 물막이와 변속기 등을 개량해 3월 말 공개시범이 성공하면, 4월 말부터 이미 생산된 K-21을 전력화하고 생산을 재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래서 설계변경이 있었나 싶어 수상운행 시범 참석자로부터 그 내용을 들어 보았다. 그랬더니 9명의 보병이 탑승하는 곳에 사람 무게의 ‘더미(Dummy)’를 실어놓고 천천히 강을 건넜다고 한다.

    작년 사고 직후 브리핑을 하러 온 관계자들에게 K-21 장갑차에 수상운행기능이 꼭 필요한 이유를 물었다. 그러자 그들은 ‘적의 공격이 치열할 때 공병을 기다리지 않고 즉각 도하하기 위한 것’이라고 답했다.

    이 상황을 가정한다면 장갑차에 탄 보병들도 차 내에서 대응사격을 위해 이리저리 뛰는 게 당연한 일 아닐까. 그런데 왜 이번 시험에서는 이 같은 ‘실전상황’을 고려하지 않았을까. 차체 앞부분의 무거운 삽을 떼어내고, 물막이 높이를 높이고, 수상운행에 필요한 ‘격벽 구조의 고무튜브’를 더 달아 놓는 것만으로 문제가 ‘완벽하게’ 해결된 것일까.


    ‘잠수 장갑차’와 닮은 국방개혁 307계획    


    한편 지난 3월 7일 발표된 국방개혁계획 일명 ‘307계획’이 발표되자 이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당시 언론을 통해 가장 많이 알려진 부분은 2020년까지 장성 정원을 15% 가량 줄이고, 합참의장에게 지금보다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하며, 각 군 참모총장 또한 전투지휘관과 같은 역할을 한다는 게 골자였다.

    이 같은 보도에 예비역 장성을 포함, 많은 이들이 ‘307계획’을 비판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어떤 언론도, 예비역 장성들도 ‘307계획’이 우리 군의 ‘비전’을 바꾸는 계획이 아니라는 점은 지적하지 않고 있다.

    ‘307계획’이 중점적으로 다루는 부분은 이렇다.

      ▲ 해병대 사령부 강화 및 이를 중심으로 한 서북도서 방어사령부 창설

      ▲ 합동군 사령부 대신 각 군 참모총장과 합참의장 간 군정권과 군령권 일부 분담

      ▲ 국군군수사령부, 국군교육사령부 등 새로 창설되는 합동사령부 지휘관에 해·공군 임명

      ▲ 북한 특수부대, 사이버 공격 등 비대칭 전력에 대응하기 위한 전력 및 인력 확충

      ▲ 한미 전작권 전환 이후의 전력발전계획

      ▲ 각 군 합동성 강화를 위한 통합교육 방안

    여기에 추가한다면 방위산업을 미래전략산업으로 육성한다는 정도다.

    지금 예비역 장성과 언론들은 이처럼 국방부가 제시한 내용만을 놓고 다투고 있다. 그러니 ‘307계획’의 ‘빈 틈’이 보이지 않을 수밖에.

    국방부가 발표한 ‘307계획’은 2010년의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도발로 드러난 우리 군의 ‘빈 틈’을 메우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그럼 미흡한 부분은 무었일까? 꼭 다뤄야 하는 데 빠졌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이렇다.

      ▲ 한반도 통일 이후 주변국과의 관계에 대한 군사 전략

      ▲ 우리 국력 신장에 따른 해외활동과 해외 직접개입 전력 확보 전략

      ▲ 미래전에 대비한 전력 개념 개발과 집단의 창설

      ▲ MESINT(측정정보)부터 IMINT(이미지정보), HUMINT(인간정보) 역량 강화를 위한 시나리오

    또 각 군의 합동성과 실전적 훈련은 강조되어 있지만, 그에 걸맞은 훈련비용 부분도 흐지부지하게 기술되어 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한 군 관계자나 소위 ‘안보전문가들’의 대응은 이렇다.

    “우리의 현존하는 위협이 북한 김정일 정권이고, 이에 맞서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지금 ‘307계획’의 근본 개념은 북한을 ‘압도’하는 데 있지 않다. 단지 북한이 우리를 위협하는 ‘빈 틈’만 메우려는 데 촛점을 맞추고 있다. 바로 그게 문제다.

    ‘307계획’은 북한의 도발에 대한 ‘항구적 대응책’이라기 보다는, 마치 K-21 장갑차의 ‘물막이 보강’처럼 2010년 북한의 도발로 드러난 문제만 보강하는 조치가 대부분임을 알 수 있다.

    우리의 경제력, 우리의 인력, 우리의 외교력에 실현 가능성 있는 미래비전을 합치게 되면 ‘빈 틈’만 메우는 게 아니라, 북한을 충분히 압도할 수 있다. 북한을 압도할 수 있게 되면, 한반도 통일 이후 주변국과의 관계 설정에서도 상당히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수 있게 된다. 그런데도 ‘왜’ 그런 전략 수립을 하려고 하지 않는가.

    이번에 국방부와 정부가 발표한 ‘307계획’과 ‘잠수 장갑차’ K-21 수상운행 시범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것보다도 더 큰 문제는 군의 자세다. 현상유지와 당장의 문제해결에만 급급하려는 자세가 문제의 핵심이다. 그러면서 작은 문제 해결을 ‘자화자찬’하며 자기만족에 빠져 들곤 한다. 부끄러운 일이다.

    20대 젊은이들이 매년 20만 명씩 군에 가고 있다. 정부조직 중 가장 ‘젊은 조직’이 군이다. 그런데 늘 이렇게 가장 ‘늙은 생각’만 한다. 답답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