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세를 기다리며 

     북한 주민 9명이 심야의 배를 타고 남으로 왔다. 그중엔 북의 이른바 '혁명열사'의 직계 후손도 있었다. 그런가 하면 철원의 일부 주민들은 이민복 씨의 대북 전단 살포를 몸으로 저지했다. 서로 인연이 닷지 않는 이 두 장면을 바라보면서, 한반도인들은 과연 하나의 동류(同類)인가를 의심하게 된다. 한반도는 고대 부족국가 시대로 돌아갔다는 느낌이다. 예(濊), 맥(貊), 숙신(肅愼), 마한, 진한, 변한으로...

      남북으로 갈라진 것에 더해서, 북은 권력 블록(bloc)부족, 시장부족, 유랑민 부족들로 갈라졌다. 남한은 지역부족, 이념부족, 세대부족, 몸싸움으로 적대하는 이익집단 부족들로 갈라졌다. 이걸 다원화라고 미화하기엔 낯간지럽다. 다원화라기보다는 전국시대(戰國時代)라는 편이 더 가깝지 않을까.

      한반도는 이렇게 근대 국민국가 시대에서 고대 부족사회로 역류하고 찢어지는데 중국은 당제국(唐帝國)으로 등장했다. 그것을 견제하던 일본은 리더십의 위기와 천재지변으로 정신이 없다. 우리를 엄호(掩護)하던 로마제국(아메리카)은 언제까지 한국에만 신경 쓸 형편이 아니다. 그래서 2015년에는 한미연합사가 해체된다.

      김정일은 당제국의 한 하위체계로 북한을 편입시키고 있다. 영토와 주권을 넘겨주는 방식이 아니라 해도 영향권(影響圈, sphere of influence)이란 국제정치적 의미에선 그렇지 않은가? 임진왜란 때 의주(義州)로 도망간 선조(宣祖)가 명(明) 천자(天子)에 애걸한 것을 오늘의 김정일이 되풀이하고 있는 셈일까?

      이 해체 현장에서 한반도 남쪽에 터잡은 통합적 근대 국민국가의 헌법질서를 옹호하는 세력이 해야 할 바는 자명하다. 춘추전국 시대와 부족사회를 통합한 영웅의 길을 가야 한다. 고대 통일국가를 이룩한 영웅들, 그리고 훗날의 근대 통일국가를 이룩한 영웅의 길-그것은 비전, 힘, 리더십의 세 가지였다. 역사를 바라보는 고매한 철학과 통일된 미래를 위한 디자인, 압도적인 군사적 억지력, 그리고 매력적이고 인격적인 흡인력이다.

      우리는 오늘(3/26) 그 영웅상(像)을 기리고 창출하려 천안함 46용사와 한주호 준위 추모문화제에 간다. 거기서 우리는 간구해야 한다. “하느님 우리에게 모세를 보내 주소서!”

     류근일 /본사고문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