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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 한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여성이 보기에 그다지 매력적이지 못한 한 개그맨이 ‘여성들을 사로잡는 그만의 비결’을 밝혀달라는 요청을 수락하며 꼭 하던 말이 있다. ‘녹아듭니다! 빠져듭니다!’

    이와 같이 흔히 이성에게 반한 상태를 비유하는 ‘녹아든다’와 ‘빠져든다’는 말은 모두 ‘액체’와 관련되어 있다. 특히 이런 말들은 물과 같이 투명하고 맑은 액체보다는 무언가 되직하고 혼탁한 액체를 연상하게 한다. 2009년 칸 국제 크리에이티비티 페스티벌(칸 국제광고제) 인쇄 부문 은상을 차지했던 페리에(Perrier)의 광고 역시 그런 이미지를 사용했다.

    위에서 소개한 광고 영상을 보면서 단순히 ‘그래픽이 아름답다’ 이상의 느낌을 받는 것은 바로 그런 이미지를 차용했기 때문. 찬찬히 살펴보면 액상 요구르트의 파도치는 모습이 식품답지 않게 관능적으로 느껴지며, 요구르트 사이에 섞인 과일잼 역시 식물의 ‘생식기’, 즉 꽃술과 같은 형상으로 표현해 매우 감각적이다.

    도대체 요구르트가 ‘섹시’하다니 그게 웬말이냐고 할 사람도 없지 않으리라 본다. 하지만 ‘먹는다’는 행위는 매우 본능적이며 감각적인 것이어서 지금껏 수많은 영화와 그림에서 먹는 행위를 섹스와 결부시켜왔다. 어차피 식욕과 성욕 모두 욕망이라는 범주 안에 속하니까.

    결국 이 광고는 액체라는 매질을 통해 아무 거부감 없이, 아니 의식도 하지 못하는 사이 성욕을 불러일으키고 그 성욕을 식욕으로 전이시키는데 성공한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이 광고에서 사족으로 느껴지는 부분은 바로 중간 중간 긴 생머리를 흩날리는 여성의 등장. 행여 허연 액체의 파도를 보고 아무런 자극을 받지 못하는 목석과 같은 관객이 있을까봐 염려해 삽입한 장면이 아닌가 싶다.

    대행사는 미국 보스턴의 멀렌(Mullen), 광고주는 파지(Fage)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