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印 원자재 수요·달러 유동성 증가, 이상기후로 인한 생산감소삼성경제연 “물가불안심리 막고 자원확보 장기전략 마련해야”
  • 최근 주요 원자재의 국제유통가격이 2008년 금융위기 전후보다 많게는 두 배 이상 뛴 것으로 나타나 물가상승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삼성경제연구소가 밝혔다.

    삼성경제연구소는 25일자 주간 경제분석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이 밝히면서 단기적으로는 물가불안요인을 해소하고 장기적으로는 국가적 차원의 자원확보 전략을 강화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삼성경제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 1월 국제 구리시세는 9,788달러(2008년 톤당 8,985달러)에 달했고, 주석도 2010년 10월 톤당 2만7,600달러(2008년 톤당 2만5,500달러)에 달하는 등 주요 산업에 필수적인 자원들의 가격이 급등세라고 밝혔다. 여기다 일부 희토류(稀土類)와 실리콘, 텅스텐 등의 산업자원, 원당, 원면, 커피 등 농산물 가격도 2010년 4/4분기에 최고치를 갱신했다고 한다.

  • 삼성경제연구소는 원자재 가격의 급등이 중국과 인도 등 신흥공업국의 인플레이션을 부추겨 사회불안까지 가중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2008년 원자재 가격 급등 때 인도네시아, 멕시코, 이집트 등에서는 2007년 하반기부터 2008년 상반기에 걸쳐 대규모 시위가 발생한 바 있으며, 올해 초에는 농산물 등 생활에 필요한 기초적인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자 알제리, 튀니지 등에서는 물가상승에 항의하는 폭동이 발생했다.

    이 때문에 중국, 인도 등 거대 신흥공업국과 같이 ‘유동성’이 풍부한 국가에서는 물가상승률이 경제성장률을 훨씬 상회하고 있다고 한다. 중국과 인도 정부는 물가상승을 해소해보려고 기준금리를 인상하기도 했지만 역으로 경제성장률이 둔화되는 역작용을 하고 있어 해당 국가 정부에서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고 덧붙였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이 같은 일이 ▲원자재 공급부족 ▲세계 시장에 넘쳐나는 달러 ▲기상이변으로 인한 농산물 생산량 감소로 인해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원자재 공급부족의 경우 중국이 2011년 내수시장 부양을 위해 1,000만 채 공공주택 건설 사업과 농어촌 지역의 송배전 시설 확충사업을 준비 중인데다 다른 주요 산업에서도 경기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

    달러 유동성이 큰 것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가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고 있고, 여기다 미국이 불황타개를 위해 달러 유동성을 확대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목했다. 이렇게 풍부해진 달러는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원자재 시장으로 흘러들거나, 신흥공업국이나 개발도상국으로 쏠려 해당 국가에서 인플레이션을 초래한다는 분석이다.

    작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라니냐 현상’ 또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라니냐 현상’으로 인한 세계적인 홍수와 한파로 인해 2011년까지는 농산물 생산량과 시장 전망이 불안하다는 전망이다. 여기다 철광석, 석탄과 같은 자원들의 생산과 수송도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고.

  • 하지만 삼성경제연구소는 2008년 이후 각국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는 탓에 당시와 같은 수준의 혼란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선 중국의 원자재 수요는 계획과는 달리 내수 시장의 경기 둔화 가능성이 높아 계획만큼 많은 자원을 흡수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고, 생산량이 크게 감소할 것으로 보이는 농산물 등의 경우에도 각국의 비축량이 2008년에 비해 크게 늘어 심각한 상태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는 게 이유였다.

    삼성경제연구소는 다만 전반적인 원자재 상승 추세가 2011년까지 이어지면서 물가상승에 대한 불안감이 확대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정부는 생활물가안정을 목표로 ‘미시적 가격안정책’을 통해 물가인상 기대심리를 해소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정부와 기업은 원자재 가격의 급등락에 흔들리지 말고 자원 확보를 위한 장기적 전략을 마련해 필수적인 원자재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수단을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중국 등 일부 국가에서 희토류 자원을 정치무기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한국 경제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 내에서 자원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결론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