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이후 대한민국과 함께 한 굴곡의 세월<미니 인터뷰> 신철민 보신각 관리사무소장
  • 한 해의 시작을 알리는 서울시 한복판의 은은한 울림, 보신각 제야의 종 타종이 올해로 57회째를 맞았다. 이번 타종 행사에는 인터넷 추천을 통해 선발된 11명의 시민대표들과 오세훈 서울시장, 허광태 시의회 의장, 서울지방경찰청장, 종로구청장과 함께 33번의 종을 치게 된다.

    1953년 한국 전쟁 직후부터 타종을 시작한 ‘제야의 종’은 대한민국 굴곡의 역사와 함께 했다. 그래서 제야의 종에 대한 그동안의 기록을 보면, 특별한 사연과 함께 시대 메시지를 읽을 수 있다.

  • ▲ 눈 내리는 보신각 전경. 28일 하얗게 눈 덮인 보신각 앞을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뉴데일리
    ▲ 눈 내리는 보신각 전경. 28일 하얗게 눈 덮인 보신각 앞을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뉴데일리

    ◇ 1953년부터 총56회 타종, 참여인원 총 569명

    보신각 ‘제야의 종 타종행사’는 1953년도 시행된 이래 1979년을 제외한 2009년까지 총56회 타종식이 거행됐으며 타종에 참여한 인원은 총569명이다. 이 중 시민대표로 참여한 인원은 총409명으로 전체참가자의 71.9%를 차지한다.

    시민대표가 타종에 참여하기 시작한 것은 1986년부터로 이때 문화예술인과 모범시민 각1명씩이 참여, 점차 일반시민의 참여비율이 확대돼 갔다.

    최초 타종식부터 1985년까지는 서울시장․부시장․교육감․ 서울시경찰국장 등 공무원이 타종행사에 참여했다.

    외국인(출생지 기준)이 타종행사에 처음으로 참여한 해는 2002년으로 작년까지 외국인 참여인원은 총13명이다.

    '85년부터 양로원․고아원 등에서 17년간 간호사로 봉사해 온 ‘마가렛 닝게토’ 가 외국인으로는 첫 타종에 참여했다.

  • ▲ 2006년 제야의 종 타종 행사ⓒ서울시
    ▲ 2006년 제야의 종 타종 행사ⓒ서울시

    ◇ 시민대표 최대 참석 110명, 최고령 102세, 최연소 11세

    서울정도 600년을 기념하는 해를 맞이했던 1993년 타종 행사엔 각계 시민대표 110명이 타종행사에 참여, 지금까지 가장 많은 참여인원을 기록하고 있다.

    시민대표 최고령 참여자로는 1999년도 102세 나이에 타종행사에 참가한 ‘전방이’ 옹(1897.8.21생)으로 기록돼 있다. 그 다음 최고령으로는 국내 항일운동을 주도한 前한국독립동지회장 독립지사 정영국 옹(1910.2.3생)이 1994년도 84세 나이로 타종에 참여했다.

    외국인(필리핀인)으로 한국의 그늘진 곳을 50년 동안 보듬고 이주노동자들의 고통을 어루만지면서 살아온 천사수녀 ‘미켈라 산티아고’ 수녀도 74세 나이로 2007년도 타종행사에 참여했다.

    최연소 참여자는 ‘글쓰기 금상’을 수상한 서울미룡초등학교 김선희 학생(1983.11.17일생) 으로 1994년 당시 11세 나이로 타종행사에 참석했다.

    운동선수로는 2005년 김연아 선수가 당시 나이 15세로 타종에 참석했다.

    최연소 외국인 타종인사는 2005년도에 참여한 경희대 러시아어과 강사 ‘까리나 알렉산드로브나(28세)’다.

    광복50주년을 맞이하는 1994년 타종행사엔 구국 항일 운동에 일생을 바친 김우전 광복회 부회장 등 광복회 대의원 50명과 세계최초로 256MDR 반도체 개발연구원 최창식, 인공위성수신기인 고속디지털장치(IDR)를 개발․수출해 제31회 금탑 산업훈장을 수상한 하병철 등 세계화․미래화를 선도할 주요인사 30명이 함께 했다.

  • ▲ 2008년 제야의 종 타종 행사에 참석한 인사들ⓒ서울시
    ▲ 2008년 제야의 종 타종 행사에 참석한 인사들ⓒ서울시

    ◇ 8회, 최다 참석 김충용 종로구청장

    제야의 종 타종행사에 가장 많이 참석한 인사는 김충용 종로구청장(2002~2009년)으로 총8회를 참석했으며,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이 4회 참석, 재선에 성공한 오세훈 시장은 이번에 5회째다.

    일반 시민대표 중 타종식에 2번 참여한 이는 국민마라토너 이봉주선수와 평창동에서 10대(代)를 살아온 이기종 씨가 93년, 96년에 타종에 참여했다.

    2005년도부터는 타종행사 참여 인사 선정방식을 처음으로 ‘인터넷 및 우편 등에 의한 공개추천’을 도입해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함께 참여하는 행사로 격상하게 되는 계기를 마련, 현재에 이르고 있다.

    ◇ 타종행사 참석 자체만으로 명예

    타종행사에 참여한 시민대표들은 희망․나눔․봉사․희생 등을 상징한다. 때문에 타종행사에 참석했다는 것은 국가 발전에 공을 세웠거나 시민들에게 큰 귀감을 준 사람이라는 의미기도 하다.

    2002년 새벽 성북구 고려대 정문 앞 자전거를 타고 달아나던 소매치기를 뒤쫓다 교통사고로 사망한 장세환 씨를 대신해 부친 장기효 씨가 타종에 참석했다.

    또 지하철 6호선 안암역 승강장에 추락한 어린이를 구출한 김대현(서울디지털고 2학년) 학생이 2005년 타종에 참석했고 2003년 철로에 떨어진 어린이를 구하다 다리를 잃은 철도원 김행균 씨도 2006년 제야의 종과 함께했다.

    자신은 임대 아파트에 살면서도 김밥을 팔아 번 돈 70%를 어린이 재단, 복지단체 등에 전달하고 생면부지의 만성신부전증 환자에게 신장까지 기증한 김수자 씨가 2009년 타종에 참석했다.

    거동이 불편한 92세 아버지를 지게에 모시고 금강산에 다녀온 효자 이군익 씨, 자신의 간을 이식해 간암에 걸린 아버지의 목숨을 살린 효자 이용준 군 등 우리나라 효자 효녀들은 물론 멀리 외국에서 한국으로 시집와 3명의 자녀와 앞이 안 보이는 시어머니를 부양하는 나나우미유꼬 씨도 있다.

    이 밖에도 마라도 등대지기 김석천 소장(2004년) 가거도 경비대장 박성철 경위(2008년), 마린보이 박태환 선수(2006년) 등도 타종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 ▲ 보신각 종과 함께 선 신철민 관리소장. 신 소장의 꿈은 평생을 보신각과 함께 하는 것이다.ⓒ뉴데일리
    ▲ 보신각 종과 함께 선 신철민 관리소장. 신 소장의 꿈은 평생을 보신각과 함께 하는 것이다.ⓒ뉴데일리

    <미니 인터뷰> 신철민 보신각 관리사무소장

    올해 제야의 종 타종 행사에 참석하는 인사는 선발된 일반 시민 11명을 비롯해 총 16명. 하지만 이들은 사실 종을 치는 당목(撞木)에 손을 올려 약간의 힘만 주고 있을 뿐 실제로 당목을 움직이는 사람은 따로 있다.

    타종 인사들에게 종을 치는 방법을 간단하게 설명하긴 하지만, 초보자들이 맑고 은은한 소리를 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문가가 맨 뒤에서 힘과 종을 때리는 간격 등을 조절하는데 이 중요한 임무를 맡은 사람이 신민철 보신각 관리소장<사진>이다.

  • ▲ 보신각 종과 함께 선 신철민 관리소장. 신 소장의 꿈은 평생을 보신각과 함께 하는 것이다.ⓒ뉴데일리

    “종을 치는 방법을 말로 설명하긴 어렵다. 그 날의 기온, 습도, 기압 등 모든 것을 고려해야 하고 종을 치는 의미를 마음에 담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1년 365일 보신각 종과 함께 동고동락하는 신 소장은 2006년부터 제야의 종을 치기 시작한 5년차 ‘종지기’다. 선임이라 할 수 있는 40년 동안 보신각 종지기 생활을 한 조진호 전 관리소장에 비하면 적은 경력이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신 소장의 자부심은 남다르다.

    당초 서울시는 2006년 당시 조진호 관리소장이 지병으로 세상을 떠나자 조 소장의 아들에게 가업을 물려받길 권했다. 책임감이나 사명감이 없이는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 보신각 관리 일이기 때문. 하지만 조 소장의 아들이 개인적인 이유로 이를 사양하자 조 소장은 그동안 눈여겨봐온 신민철 씨를 추천했다.

    신 소장은 "조 소장님이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 '더 이상은 보신각 관리를 못하게 될 것 같다. 너라면 안심하고 맡길 수 있을 것 같은 데 한번 해보지 않겠느냐'고 물어온 적이 있다"며 "이후 보신각이 집에 있는 것처럼 편안하고 궁합이 맞는다는 생각이 들어 보신각 관리책임자에 지원하게 됐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처음 보신각 종 타종을 했을 때 ‘나랑 궁합이 맞는다’는 숙명 같은 느낌을 받았다. 종도 영혼이 있는 생명체다. 아직은 부족하지만 이제는 어느덧 종과 교감을 할 수 있는 것 같다.”

    신 소장은 “보신각 종은 우리 민족의 애환을 담은 서울의 지킴이다. 기회만 된다면 보신각종을 평생 지키며 살고 싶다”고 소망을 담아냈다.

     

     

    다음은 이번 제야의 종 타종 추천 인사 11명 명단

     

    성 명

    성별

    나이

    현 직

    주 요 경 력

    이민혜

    25

    사 이 클

    국가대표

    ○ 광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사이클), 은메달 획득

    2006 도하 아시안게임 금메달, 은메달, 동메달 획득

    김철범

    44

    한울식품

    대 표

    장애인 고용 기업으로 2010년 100만 달러 수출탑 수상

    ○ 직원 31명중 26명(80%)이 장애인이며, 20명은 중증장애인

    주남철

    71

    고 려 대

    명예교수

    2010 서울시 문화상(문화재분야) 수상

    30여 년간 전통문화유산 보존 및 문화유산정책 발전에 앞장

    이애란

    46

    경인여자대학교

    교 수

    탈북여성 최초 박사학위(이화여대) 취득

    ○ 2010 용기 있는 국제여성상

    수상(미국 국무부)

    김윤진

    37

    영화배우

    한국인 최초 미국 헐리우드에 진출한 월드스타

    청소년 쉼터에 자서전 기부, 판매수익금 전액을 불우이웃돕기에 기부

    문세인

    17

    성남여자

    고등학교

    2학년

    별거중인 부친대신 조부모를 극진히 모셔 효행대상 수상

    ○ 어려움 속에서도 의사가 되어 봉사하겠다는 야무진 꿈을 가진 여고생

    후 지

    다미나고

    40

    다 문 화

    가정주부

    일본에서 시집온 14년차 주부, 효부상 수상

    시부모, 시동생, 3남1녀 등 9명의 대가족으로 다문화가정의 전형

    정명화

    66

    첼리스트

    서울시 홍보대사, 2009 서울시 문화상 수상

    ○ 유니세프한국위원회 친선대사로 자선연주를 통해 기부

    최종춘

    43

    소 방

    공 무 원

    ○ 2010 최고 영웅소방관 선정, 중앙119구조대

    천안함 침몰사건 현장 등 14년동안 대형특수재난 현장 출동

    배인귀

    32

    공군중사

    ○ 2010년 백혈병으로 투병중인 10대 소녀에게 골수 기증

    ○ 2008년 장기와 골수기증을 서약한 우리사회의 빛과 소금

    엄기영

    59

    서울드라마

    페스티벌총회회장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지원 민간단체회장

    ○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성공을 위한 전국민 100만인 서명운동 전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