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조차 '자식 두둔'…"교사 폭행후 수표 내밀어"
  • "수업 뒷정리를 하다 뒤돌아 본 사이 한 남학생이 분필과 지우개를 던져 머리에 맞았다. 많은 학생이 보는 앞이어서 수치심 때문에 고개를 들 수 없었다."

    24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에 따르면 각각 전화상담과 홈페이지 게시판을 통해 교권침해 사례를 수집한 결과, 학생이 교사의 권위를 무시한 사례가 줄을 잇고 그 정도도 심해지는 것으로 나타나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학생이 교사에게 물건을 집어던지거나 심지어 직접 폭행하는 등 최근 충격을 준 '여교사 성희롱' '교사 몰래 단체로 춤추기' 동영상보다 더한 사례도 많았다.

    한 교사는 교총이 지난 10월25일부터 지난달까지 수집한 `학생인권조례, 체벌금지로 인한 학교현장 내 고충사례'에서 "선생님한테 반말하거나 욕을 하는 일이 수시로 벌어지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한 학생은 심지어 여자 담임선생님의 배를 (발로) 차고 도망가면서 '때릴려면 때려봐. 신고할테니까'라고 큰소리로 외치기도 했다"고 전했다.

    중학교 3학년 영어를 담당한다는 한 교사는 "꾸중한 교사의 차를 송곳으로 뚫고 동전을 던져 차 유리를 깬 학생도 있다"고 말했다.

    한 초등학교 6학년 담임교사는 "수업태도가 불량한 학생에게 '부모님께 전화한다'고 하자 '선생이 엄마에게 꼰지른다'며 책상을 뒤엎고 교실 앞으로 나와서 교탁을 발로 걷어차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다"며 혀를 찼다.

    부모가 자녀의 잘못을 지적하는 교사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사례도 많았다.

    서울의 한 중학교 교사는 지난해 9월 전교조 교권상담실과 전화상담에서 "치마가 긴 학생에게 주의를 주자 다음날 어머니가 교실로 찾아와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얼굴을 때렸다"고 털어놨다.

    이어 "학부모는 사과는커녕 '이거면 되겠냐'며 수표를 내보였다"고 말했다.

    두 교원단체 모두 해가 갈수록 교권침해 정도가 심해지고 학생들 사이에서 교사의 권위를 무시하는 경향이 일반화돼가는 안타까운 현실은 인정하면서도 그 원인에 대해서는 상반된 견해를 내놨다.

    전교조 엄민용 대변인은 "교권 침해가 심해지고 있어 상당히 우려스럽다"며 "문제의 아이들은 학교에서 버림받은 아이들이다. 학교가 소수의 공부 잘하는 학생 위주로 돌아가 설 자리가 없으니 그러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학교가 학생에게 진정 필요한 교육을 등한시하고 경쟁만 부추기는 한 교권침해는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교총 김동석 대변인은 "교권 침해 사례를 수시로 신고받았지만 지난달 체벌금지 이후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학생들이 '학칙을 어겨도 교사와 학교가 어찌하지 못한다'며 그릇된 해방감을 누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 대변인은 "12년 전 체벌을 금지한 영국의 웨일스 지방에서 지난 5년간 학생이 교사를 폭행한 사례가 4천건에 달한다"며 "체벌을 계속 금지하면 우리도 영국의 교실 붕괴를 그대로 답습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