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의 수십년래 최대의 권력 이동이 "실질적 변화의 징조로 작용하기 보다는 정치적 음모의 양상을 띠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9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북한 최고지도자 김정일이 막내 아들 김정은을 대장 칭호와 함께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임명하고, 자신의 누이, 또 절친한 친구인 고위 군 장성을 승진시킨 것은 20대 후반으로 알려진 김정은의 권한을 강화하고 왕조적 승계를 확실히 하려는 목적으로 보인다면서 이같이 분석했다.

    특히 거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인 김정은의 부각, 김씨 일족의 공산당내 섭정 가능성은 향후 북한의 불투명성을 더욱 고조시킬 것이라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권력 승계 와중에서 북한이 태동단계의 경제계획을 거의 포기하고, 핵프로그램과 관련된 새로운 국제 대화에 들어오는 것을 거부하면서 주변국가들과 미국이 그 의도에 대해 경계심을 갖도록 하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 군부와 김씨 왕조의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전문가는 거의 없지만 북한 상황을 예의주시해온 많은 전문가들은 권력 승계의 초기 단계에서 외부 세계와의 대화를 위한 의지 등 안정되고 신뢰할만한 리더십을 찾아 보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NYT는 특히 지난 1994년 김일성 사후 김정일이 권력을 승계하면서 북한 체제는 붕괴되지는 않았다 하더라도 수백만명의 주민들이 기아로 숨지는 등 불안정성이 나타났었다면서, 그러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1980년대부터 정치 무대에 등장해 14년간 후계 준비를 했던 것에 비해 김정은이 권력 승계 과정을 밟았다는 징후는 거의 없는 상황이어서 김일성-김정일 세습 당시 보다 더 불안한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새로운 지도자들이 자신들의 민족적 신뢰도를 제고시키기 위해 한국과 일본, 미국과의 긴장 악화를 가져올 수 있는 도발적 행동을 벌일지도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지난 3월 천안함 공격도 젊은 김정은을 군부가 신뢰하도록 하기 위한 무력시위였을 것으로 일부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는 것이다.

    조지타운대 아시아 연구소장인 빅터 차 교수는 "지금 문제는 북한이 천안함과 같은 위험한 일을 할 것인지 여부"라며 "그들은 불안정한 상태이며, 권력 승계 문제는 그들을 훨씬 더 예측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NYT는 대부분의 내부 권력 갈등은 정권의 붕괴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북한에서의 그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며, 그 이유는 중국이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중국은 국경 지역에서의 정치적 폭발성을 피하려 하고 있고, 북한의 식량.에너지 부족 사태때 마다 끊임없이 지원을 해 왔으며, 북한의 핵개발에 대한 국제적 제재를 무력화 시키는 조치를 취해 왔다는 것이다.

    한편 NYT는 김경희와 최룡해의 승진과 관련해, 김경희의 남편 장성택과 함께 이들 세 명이 새로운 지배그룹을 형성하면서 최소한 김정은이 아버지 김정일을 완전히 대신할 수 있을 때까지 군부를 계속 장악하고 왕조를 유지시켜 나가는 역할을 할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김정일의 각별한 총애를 받고 있는 김경희는 새로운 집단지도체제의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