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 전투화, 불량 포신, 불량 장갑차군당국 "우리도 소비자, 답답하다"
  • 신형 장갑차 침수사고, 불량 전투화 대량발견 소식에 이어 지난 8월 6일에는 우리 군의 주력전차인 K1 전차가 사격훈련 중 포신이 파열되었다는 소식까지 알려지면서 군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와 불신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K1 전차의 포신 파열 사건이 지금까지 8~9회 가량 있었다는 사실을 국방부가 확인하면서 논란이 점차 커지고 있다.

    K1 전차 포신 파열의 의문점

    현재 우리 군은 K1 전차와 주포를 KM256 120mm 활강포로 강화한 K1A1 전차를 실전 배치해 놓고 있다. 이번에 사고가 난 전차는 이 중 K1, 일명 ‘88전차’다. 1988년 공개된 뒤 지금까지 ○○○대가 실전 배치돼 있다.

    파열 사고가 난 주포는 KM68A1 105mm 구경 강선포(포신 내부에 강선이 들어 있어 포탄이 회전하면서 날아가는 포. K1A1 전차에 장착된 KM256 120mm 포는 강선이 없는 활강포다.)로 WIA에서 생산납품하고 있다. 과거 M-48A5K 구형 전차의 개량 사업에도 사용된 KM68A1 강선포를 더욱 개량해 K1에서는 이동 중에도 사격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번에 포신 파열사고가 난 전차는 8월 4일 사격 훈련을 마친 뒤 정비를 끝내고 기동훈련을 한 다음 8월 6일 첫 사격 중 포신 끝부분이 50cm 가량 파열됐다. 다행스럽게도 인명 피해는 없었으며, 날아간 포탄은 표적에 명중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전차의 포는 1,000발 가량을 사격하면 수명이 거의 다하는데 이는 이론적인 것이고 보통 전투 중 연발 사격을 하거나 하면 그 이전에도 포신을 교체하게 된다. 지난달 6일 사격 훈련 중 사고가 난 포의 경우 360여 발 가량을 사격한 상태였다고 군은 밝혔다.

    그렇다면 포신 파열의 원인은 무엇일까. 군사 전문가들은 ▲포신 불량 ▲탄약 불량 ▲이물질 유입 중 세 가지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이야기한다.

    포신은 대부분 주조형태로 만들어 진다. 주조 기술이 낮을 경우에는 주물 과정에서 기포가 발생해 포탄이 날아갈 때의 폭압을 견디지 못하고 균열이 생겨 포신이 파열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수백 대 이상의 K1 전차가 수백 번 이상 포 사격을 했음에도 불과 8~9회 가량의 파열 사고가 있었고, 우리 군의 주력인 K1A1의 KM256 주포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포신을 제작하는 기술의 부족으로 이런 사고가 발생했을 가능성은 낮다고 한다.

    탄약 불량의 경우 포탄 추진에 필요한 화약이 변질되거나 이물질 등이 유입돼 폭압이 균일하지 않을 경우에는 포신에 각기 다른 압력을 가하면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마지막이 이물질 유입인데 이 경우에는 전차 관리 부대의 문제가 된다. 전투 중 이런 이물질 유입 문제가 생겼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대부분의 사격 훈련이 서행으로 이동 중이거나 정지 간 사격인데다 훈련 전 장비를 철저히 점검하는 부대 특성까지 고려하면, 이물질로 인한 문제 발생은 부대의 책임이라 할 수 있다.

    2009년 10월 사고 원인 묻자 군 “정확한 원인은 우리도 모른다”

    그런데 문제는 93년 이후 지금까지 8~9차례의 유사한 사고가 있었다는 점. 2009년 10월에도 이번 포신 파열 사고와 비슷한 사고가 발생한 적이 있었지만 언론에 대대적으로 알려지게 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군 당국은 “인명사고가 아니었기 때문에 공개하지 않았다”는 궁색한 답변을 늘어놨다.

    군은 2009년 10월 포신 파열사고의 원인에 대해 정밀 조사를 실시했다고 대답했지만 그 원인에 대해 알려달라고 하자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지만, 이물질에 의한 포신 파열로 추정된다”는 애매한 답변만 했다. 이에 국방부 기자단이 따지고 들자 “소비자인 우리들은 얼마나 답답하겠느냐”며 하소연하기도 했다.

    하지만 천안함 사태 이후 안보에 대해 높아진 국민들의 관심 탓에 예전 같으면 ‘인명사고’가 아니라는 이유로 잊혔을 사건사고들이 줄줄이 보도되는 상황에서 군의 ‘우리도 원인을 몰라 답답하다. 철저히 진상을 조사하겠다’와 같은 답변은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실제 지난 5~6월 보급된 전투화 중 4000여 켤레 이상의 밑창이 떨어진 불량 전투화, 2009년 12월에 이어 올해 7월에 같은 문제가 발생, 결국 부사관의 목숨을 앗아간 K21 신형 장갑차 침수사건, 그리고 2007년 5월 말 훈련 중 포신이 폭발한 ‘문무대왕’함 폭발 사고 등이 있을 때마다 ‘철저히 조사하겠다’는 발언 이후 유야무야돼왔던 것, 여기다 지금까지 각종 사건사고에도 불구, 방위산업체들에게 강력한 시정조치나 배상을 요구하지 못하고 있는 부분 또한 의혹으로 떠오르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군에 대한 불신은 시중 여론뿐만 아니라 여의도 정가와 언론, 청와대로까지 번져 나가는 분위기다. 자유선진당은 “1대당 80억 원인 K2전차와 32억 원인 K21장갑차 개발에 투입된 국방예산은 무려 3400억 원이다. 장기간 시험평가를 거쳤는데도 결함투성이고 군은 결함을 고치기보다는 덮기에 급급하다”며 군의 해이한 자세를 질타했다.

    여기다 이명박 대통령이 안보태세점검총괄회의 보고서 내용에 대해 참석자들에게 함구령을 내리고 군의 태도에 대해 부정적인 발언을 한 것이 알려지면서 일부 군사전문가들은 ‘장수만 차관을 방위사업청장으로 보낸 것, 보도된 점검회의 내용 등으로 미뤄 청와대가 군에 대한 고강도 개혁을 준비하고 있지 않느냐’는 추측까지 내놓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군이 빈발하는 각종 안전사고에 대해 객관적이고 분명한 조사결과를 공개하지 않을 경우 군, 특히 방위사업과 관련된 부문들은 또 다른 ‘개혁 대상’으로 전락하게 될 우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