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립생물자원관(관장 김종천)은 일명 얼음골로 알려진 강원도 화천 풍혈 및 정선 풍혈, 연천풍혈, 포천풍혈 등 최근 새롭게 알려진 4개 풍혈지에 대한 식물상 조사에서 참골담초, 개병풍, 애기가물고사리 등 다수의 희귀식물이 자생하고 있음을 새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풍혈지(風穴地)란 암석이 무더기로 쌓여있는 너덜지대 옆 바위틈에서 여름철에도 찬 공기가 스며 나오고 얼음이 어는 ‘국소적 저온환경’을 형성하는 지역이다.

  • ▲ 북방계식물 참골담초 ⓒ 뉴데일리
    ▲ 북방계식물 참골담초 ⓒ 뉴데일리

    이번 조사에서 한반도 고유종인 ‘참골담초’, ‘산개나리’, ‘자병취’와 함께 ‘흰인가목’, ‘꼬리까치밥나무’, ‘북분취’, ‘큰제비고깔’ 등 국내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다양한 북방계 희귀식물들도 함께 발견됐다.(식물 보호를 위해 정확한 위치정보는 미공개).  참골담초는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에만 분포하는 한반도 고유종으로 강원도 삼척, 정선 등의 일부 지역에서만 발견되던 희귀식물이며, 보통 골담초에 비해 작은잎의 수가 많고 가시가 적은 것이 특징이다.
    흰인가목은 국내에서는 설악산 및 발왕산에서만 자생지가 확인된 북방계 희귀식물로, 경기도 지역에서 자생하는 것은 이번에 처음 밝혀진 것이다.

    또한 정선 풍혈지에서는 멸종위기야생동식물 Ⅱ급에 해당하는 ‘개병풍’의 군락지도 확인됐다. 개병풍은 강원도 일부 지역(주로 석회암지대)에서만 자생하는 희귀식물로 세계적으로도 중국의 동북 3성에만 제한적으로 분하는 것으로 알려진 식물이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 국내 자생지가 1~2곳에 불과한 애기가물고사리, 공작고사리, 토끼고사리, 개석송, 두메고사리 등 다수의 북방계 희귀 양치식물의 새로운 국내 분포지도 찾아냈다. 애기가물고사리는 국내에서는 강원도 삼척의 1곳에서 6개체만 확인된 희귀 북방계 양치식물로 조사지인 정선 풍혈에서 20여개체의 생육이 확인됐다.
    공작고사리는 울릉도에서 비교적 흔하지만 내륙에서는 강원도 일부 지역에서 발견되는 북방계 양치식물로 경기도 지역의 자생지는 이번에 처음 밝혀진 것이다.

  • ▲ 새로 발견된 포천 풍혈. ⓒ 뉴데일리
    ▲ 새로 발견된 포천 풍혈. ⓒ 뉴데일리

    그동안 풍혈지에 대해서는 기후 및 지형학적 연구가 있었으나, 식물상에 대한 연구는  부진했다.
    국내 얼음골 식물상 조사는 널리 알려진 밀양얼음골, 진안풍혈, 냉천, 의성 빙혈 등 7곳을 대상으로 2005년 시작되었으며, ‘뚝지치’, ‘한들고사리’ 등의 희귀식물이 남한 지역에 분포하고 있음이 밝혀지기도 했다.
    특히 홍천의 얼음골 조사에서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설악산 능선부에만 소수 개체가 남아 있는 ‘월귤’이 대규모로 발견되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국립생물자원관 관계자는 “풍혈지에서 북방계 희귀식물들이 다수 생육하는 것은 빙하기에 남하했던 북방계 식물들에게 이들 풍혈지가 저온환경을 유지해주는 피난처로서 역할을 했기 때문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국립생물자원관 관계자는 또 “기상학, 지질학, 생물학적으로도 매우 귀중한 가치를 지닌 풍혈지가 피서객들이나 인공구조물 때문에 훼손될 우려가 높다”며 “북방계 식물종들에 대한 유전적 다양성 등 관련 연구를 지속적으로 수행할 예정이며, 그 결과를 바탕으로 증식, 복원 등 풍혈지 식물에 대한 현지내·외 보전대책을 수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