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李明博 대통령이 또 후퇴하였다. 金台鎬(김태호) 총리 후보자가 자진사퇴한 것은, 자신을 내정한 李 대통령이 끝까지 자신을 지켜주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에 도달하였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중앙 정치무대에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40代의 金 전 경남지사를 총리로 끌어올리기로 결심한 것은 李 대통령이었다. 대통령은, 출마하였으면 당선이 확실한 그를 경남도지사 선거에 나가지 못하게 하였다고 한다. 그를 대신하여 출마한 후보는 낙선하였다.
     
     국무총리직을 활용, 有力 대통령 후보가 되는 것은 한국의 權力구조와 政治생리상 불가능하다는 것을 李 대통령은 몰랐다. 정운찬 총리도 화려하게 등장하였지만 초라하게 물러났다. 그의 능력 때문이라기보다는 대통령 중심제하의 국무총리가 갖는 한계 때문이다. 이번에 金台鎬씨가 총리에 임명되었더라도 그의 퇴장은 정운찬 총리보다 나을 수 없었을 것이다.
     
     金 전 지사가 친화력도 있고, 공무원 노조의 不法활동에 단호하게 대처한 점은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번 청문회에서 제기된 의혹들도 결정적인 것은 아니었다. 결정적인 것은 야당과 언론의 공격을 막아줄 병풍이 없었다는 점이다. 잠재적 경쟁자들이 우글거리는 한나라당은 야당 편에 섰고 보수 언론들도 가혹한 비판을 하였다. 국회의 임명 동의안 표결이 진행되었더라면 여당내의 반란도 예상되었다.  
     金 전 지사의 의지력과 李 대통령의 배짱과 對與(대여)설득력만이 그를 구할 수 있었다. 李 대통령은 자신이 책임지기로 하고 발탁한 金 후보자를 위하여 그 누구도 설득한 흔적이 없다. 김 후보자가 오늘 자진 사퇴함으로써 좋은 人材(인재)가 될 만한 40代 정치인이 중간에 꺾여버렸다. 그렇게 된 책임은 李 대통령이 져야 한다. 그는 金 전 지사를 책임져 주지 않았다.
     
     李明博 대통령은 야당과 親北세력이 트집 잡는 사람들을 쉽게 포기하는 경향이 있다. 통일부 장관으로 내정되었던 남주홍씨, 경찰청장 후보로 임명되었던 김석기씨의 경우가 그렇다. 반면, 애국진영에서 강력하게 반대하였던 6·15 반역선언 지지자를 사회통합 수석 비서관으로 임명하였다. 지난 서울교육감 선거에선 그가 좋아한 정치적 無名의 교장을 출마시켜 놓고선 지지율이 오르지 않으니 물러나게도 하지 못하고, 보수단일화를 시키지도 못하여 親전교조 후보가 불과 34%의 득표율로 당선되도록 하였다. 李 대통령은 이념적, 정치적 의리가 없는 사람이다.
     
     李 대통령의 이런 無이념적, 中道的, 기회주의적 행태는 후반기를 맞은 그의 레임 덕을 가속화시킬 것이다. 임기의 반이 지나가는 바로 그 날을 맞아 金 총리 후보자가 사퇴한 것은 상징적이다. 많은 국민들은 이렇게 걱정한다. '너무나 쉽게 무너지는 이런 대통령과 이런 한나라당이 민주당보다 100배나 더 악랄한 김정일 정권을 상대로 국민의 안전을 지켜줄 수 있는가?'
     
     2006년 지방선거에서 사상최악의 참패를 한 노무현 당시 대통령은 지지율이 10%대를 기는 가운데서도 자신의 신념에 따라 불가능하게 보이던 두 정책을 관철시켰다. 애국세력의 반대를 무릅쓰고 韓美연합사 해체를 강행하였고, 좌파세력의 반대를 꺾고 韓美FTA 협상을 마무리 지었다. 김영삼은 1995년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직후 노태우 비자금 수사를 밀어붙이고, 특별법을 제정하면서까지 5·18 수사를 강행하였다.
     
     李 대통령은 死活(사활)을 걸고 이념투쟁을 해야 하는 한반도에서 태어나 국군 통수권자 겸 대한민국 대통령이 된 사람이다. 그런 그가 이념의 시대는 지났다면서 中道노선을 선택하였다. 한겨울이 한창인데 '추위는 끝났다'면서 내복바람으로 뛰쳐나간 꼴이었다. 그의 中道노선은 法治, 安保에까지 적용됨으로써 국가기강과 국민정신을 망치고 있다.
     
     그는 G20 정상회의에 과도한 기대를 걸고 김정일과 만나는 일에 미련을 버리지 않은 듯하다. 김태호 전 지사의 落馬(낙마)로 2012년 大選에 대한 李 대통령의 구상은 차질을 빚게 되었다. 親李 세력도 새로운 구심점을 찾아 분열할 것이다. 만만하게 보이기 시작하면 李明博 대통령의 측근에 대한 폭로가 이어질 것이다. 그는 정치력이 약해질수록 애국세력엔 차게, 북한정권과 從北세력엔 약하게 나갈 것이다. 20일만에 끝난 李明博의 一場春夢(일장춘몽), 그 대가는 비쌀 것이다.
     
     李 대통령은 헌법정신으로 돌아가, 從北(종북)세력을 정리하고 나라를 정상화시키라는 역사적 사명을 띠고 대통령이 되었으나 中道노선을 취함으로써 국가와 민족에 배신을 때렸다. 단 한번도 從北세력과 정면 대결하지 않았다. 선전포고 사유에 해당하는 武力기습을 당하고도 두 달 동안 "예단말라. 북한소행이란 증거 없다"고 버티다가 진실이 드러난 뒤에도 武力보복을 하지 않았다. 그는 악독한 독재자 앞에서 대한민국을 자선단체로 만든 사람이다.
     
     2년6개월 뒤엔 물러날 李 대통령이다. 남은 임기중 북한에선 급변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위기감을 느낀 남한의 從北세력은 북한정권에 유리하고 대한민국에 불리한 반역적 행동을 집중적으로 전개할 것이다. 李 대통령이 알아서 잘 해주겠는가? 불가능할 것이다. 오히려 비겁함으로 역사적 기회를 놓칠 가능성이 크다. 이념무장이 절실한 시기에 신념도 용기도 없이 부지런한 사람을 지도자로 만난 것은 韓民族의 불행이 될지 모른다.
     
     이런 대통령, 이런 與黨을 믿고 사는 것은 썩은 새끼줄을 잡고 인수봉을 오르는 것과 같다. 韓國人들은 각자 보조 자일을 마련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