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지 사방으로 광범위하게 흩어진 제7연대 장병들은 적유령산맥과 강남산맥으로 들어갔다.

    이때 제7연대는 중공군 제38군예하 3개사단과 제40군예하 3개사단이 에워싸고 있는 한 가운데 완전히 고립되어 있는 형국이었다. 제7연대 장병들이 중공군의 종심(縱深) 깊은 이 대규모 포위망을 돌파하고 아군이 있는 곳까지 나가려면, 개천-맹산선까지 걸어서 나가야했다.

    그 거리는 공중 직선 거리로 약 100킬로미터이고, 도로거리로 따지면 150킬로미터쯤 될 것이나 도로에는 중공군과 북한 내무서원들의 왕래가 심하여 이용이 불가능했다. 할 수 없이 태산준령을 넘고 강을 건너야 했다. 또 산속에서도 중공군을 만나면 교전하여 이를 뚫던가, 아니면 이를 피해서 멀리 돌아가야 한다.

     

  • 그러나 다행히 김용배 대령이 전사하자 즉시 준장으로 진급되었고, 제7연대 제1대대장으로서의 혁혁한 전공을 인정받아 태극무공훈장이 추서되었다. 임부택 대령도 태극무공훈장을 2개나 추후에 받게 됨으로써 제7연대 전쟁영웅 두 명은 모두 그 전공이 국가로부터 정식으로 인정되었다. 중공군 포위망 속에서 철수 작전을 하는 동안 김용배 대대장이 겪은 다음과 같은 일화가 있다.

    ◆ 산신령 예견(豫見)중공군 포위망을 벗어나다

    중공군 포위망을 뚫으며 나오기 시작한지 약 2주일이 지난 어느날, 김용배 대대장은 대대작전관 김윤환 대위, 정보관 최소위 등등 제1대대지휘부 장병 18명을 이끌고 묘향산 높은 봉우리에 다다랐다. 거기서 큰 바위굴을 발견했다. 몸을 숨길수도 있고 추위도 피할 수 있는 큰 굴이었다. 희천-개천도로를 내려다보니 유엔군 전폭기가 중공군 집결지를 맹폭하고 있었다.

    김용배 대대장은 이 바위굴에 당분간 머무르면서 상황을 살펴보고 차기 행동을 취하기로 했다. 아군이 반격해 들어오는 징후가 보이면 계속 바위굴에 머물다가, 아군이 묘향산 밑까지 진격해 들어왔을때 산을 내려가서 만나고, 중공군의 기세가 꺾이지 않고 계속 남진하는 징후가 보일때에는 산줄기를 타고 계속 중공군을 뚫고 나가기로 했다.

    다행히도 먹을것은 좀 있었다. 전날밤 화전민에게 강냉이 밥을 시켜먹을때, 돈을 많이주고 콩과 강냉이를 가마솥에 볶게하여 장병들의 호주머니를 채우고, 일부는 자루에 담아서 배낭속에 집어 넣었었다. 아껴서 하루 한끼 먹는다면 여러날을 지탱할 수 있는 식량이었다. 밤이되어 보초 한명을 굴 입구에 세워놓고 모두들 깊은 잠에 빠져있었다.

    새벽 4시쯤 김용배 대대장은 꿈을 꾸었다. 꿈 속에서 김용배 대대장 앞에 긴 수염을 기른 백발의 산신령님이 나타나셨다. 얼굴 모습은 이승만 대통령을 많이 닮았으나 훨씬 더 위엄이 있어 보였다고 한다.

    “자네가 김용배이지?”하고 산신령님이 물으셨다. “예에. 그러하옵니다. 신령님.” 정중히 머리를 숙이면서 김중령은 대답했다. “고생이많네.” 신령님의 위로의 말씀이었다. “황공하옵니다. 신령님.” 김용배 대대장은 또 머리를 숙이며 공손히 대답했다. “왜 여기에 머물러 있는가? 안되네.” 산신령님은 머리를 무겁게 옆으로 저었다. 그리고 다시 말을 이었다.

    “어서 일어나서 남쪽으로 떠나게. 오늘 중으로 귀인들을 만나게 될 걸세.” 깨고보니 꿈이었다. 너무도 선명한 꿈이었다. 김용배 대대장은 작전관 김윤환 대위와 정보관 최소위를 깨웠다. 그리고 꿈 이야기를 생생하게 들려주었다. 그 후 즉시 바위굴을 떠나기로 했다.

    19명의 장병은 굴을 나와 남쪽으로 행군에 들어갔다. 바위굴을 떠난지 여섯시간쯤 되었을 때, 유엔군 전폭기편대가 날아와서 김용배 대대장 일행 약 6킬로미터 앞의  희천-개천 도로에다 폭격과 기총소사를 퍼부었다. 그리고 남쪽에서는 포성이 쿵쿵쿵 들려오기 시작했다.

    약 두 시간 후, 미군 탱크수색대가 남쪽으로부터 중공군을 밀면서 진격해 들어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김용배 대대장은 18명의 장병을 지휘하여 그 곳으로 내려가서 미군을 만나 중공군 포위망을 벗어났다.

     

  • <6.25와 베트남전 두 死線을 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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