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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북한의 책임을 묻기 위해 단호하게 조처해 나가겠다" 지난달 24일 이명박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통해 천안함 사태를 "북한의 군사적 도발"로 규정하며 한 약속이다.
같은 날 김태영 국방부 장관은 국회에 나와 대북 심리전 재개와 대북감시 태세 격상 등 후속조치를 내놨다. 대북 심리전은 전단 살포와 확성기를 통한 대북 방송 등이다. 그런데 군이 지난달 30일 이를 보류했다는 언론보도가 나왔다. 같은 달 28일까지만 해도 북한에 확성기와 전광판 등을 이용해 대북 심리전을 재개하겠다고 했던 정부였다. 대북 심리전 보류는 '단호한 조치를 하겠다'던 당초의 강경한 입장에서 크게 후퇴한 모습으로 정부가 속도조절을 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낳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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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안함 사태와 관련, 이명박 대통령이 24일 오전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왜일까. 우선 6·2 지방선거가 변수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군합동조사단의 천안함 사태 조사결과 발표가 공교롭게도 지방선거 공식선거일과 겹치면서 야당으로 부터 '북풍'을 선거에 이용하려한다는 비난을 받은 만큼 선거 전 대북 심리전을 재개할 경우 '북풍' 논란을 증폭시켜 불필요한 오해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 한 관계자도 "6·2 지방선거 때문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실제 야당은 천안함 조사 발표와 이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뒤 여권을 '전쟁 유발 세력'으로 몰아가고 있다. 정부로선 이런 정치상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30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국방부 관계자 역시 보류 결정을 밝히면서 "당초 기상 여건 때문에 전단 살포를 연기해왔는데 정치적인 상황도 고려해 전단 살포를 당분간 하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전쟁에 대한 국민 불안이 생각 보다 크다는 판단도 심리전 보류 결정의 이유로 꼽힌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전쟁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이 있는 상황에서 서둘러 대북 심리전을 펼칠 경우 북한도 맞대응 할 것이고, 이 경우 국민들의 심리적 불안은 물론 사회·경제적으로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이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뒤 북한은 대남 위협 수위를 급격히 높였고 이에 우리 금융시장도 일시적이었지만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정부로선 이런 부분에 대해서도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중 양자회담과 한·일·중 정상회담을 통해 3국이 천안함 사태에 대해 협력하기로 합의한 만큼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는 게 좋지 않다는 판단도 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과 120분가량 단독회담을 한 원자바오 중국 총리가 30일 한일중 정상회의 뒤 "현재 가장 시급한 것은 바로 천안함 사건으로 인해 생긴 영향을 해소하고 긴장을 점차적으로 해소하며 특히 충돌을 피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은 이번 사태에 대한 중국의 입장인 동시에 메시지로 볼 수 있다. 북한이 당분간 개성공단 폐쇄 등의 조치를 취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기도 하지만 중국의 협조를 구하는 우리 입장에서도 이런 메시지를 무시하기 힘들다는 분석이다.
정부가 금주 중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장에게 서한을 발송하는 등의 압박절차에 들어가는 상황에서 북한을 먼저 자극하는 행동에 군 당국이 부담을 느낀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서둘러 심리전을 재개해 (우리 정치·경제·사회가) 불안해 질 경우 군 책임론이 나올 수 있다"고 봤다. 또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이 체류 직원들의 안전을 위해 대북 심리전 자제를 요청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청와대 외교·안보라인은 대북 심리전 보류에 손사래를 친다. '속도조절' 주장에도 고개를 흔든다. 한 관계자는 "이미 스피커는 설치하고 있고, 스피커 설치에만 최소 2~3주가 걸린다"며 "심리전 보류를 결정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미 심리전을 시작했기 때문에 일일이 공개하지 않는 것이다. 심리전은 북한에 하는 것인데 일일이 다 알리면 심리전이 되겠느냐"고도 했다. 다른 관계자 역시 "보류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며 "심리전은 시기적으로 필요할 때 하는 것이고 보류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박선규 청와대 대변인도 31일 브리핑에서 "현재 이 대통령이 원칙에 따라 단호한 대응을 차근차근 힘차게 진행하고 있다"면서 "대응은 국내적 부분과 국제적 부분이 나눠진 게 아니라 연동된 게 많고 현재 국제사회가 보여주는 적극적 협조 분위기를 통해 책임 추궁의 압박강도도 높아지고 있다. 이번 중국의 변화도 그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박 대변인은 "이런 상황변화를 예의주시하면서 효과적으로 적절하게 대응하기 위해 우리 정부가 노력하고 있고 향후 벌어질 각종 사안에 대해서도 철저히 준비하고 있으며 (정부는) 어떤 리스크도 대비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