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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노영민 대변인은 11일 오전 '광우병 파동' 촛불시위 다시 억측을 퍼뜨린 지식인과 의학계 인사들을 꼬집은 이명박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에 "국민의 불안을 조장한 정부의 잘못조차 잊어버리고 만 것이냐"고 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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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주당 박지원 신임 원내대표가 10일 국회에서 주호영 특임장관으로 부터 이명박 대통령의 축하난을 전달 받고 있다. ⓒ연합뉴스
같은 당 이규의 부대변인도 이날 논평을 내고 "검역주권에 대한 반성은 까맣게 지워버리고 적반하장 격으로 촛불시위에 참여했던 국민들을 향해 '반성하라'고 요구하고 있다"며 "2년 만에 이 대통령의 자책과 반성이 국민을 향한 겁박으로 돌변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2년 전 '광우병 파동' 촛불시위 당시 대국민담화와 특별기자회견을 통해 두 차례나 국민 앞에 사과했던 이 대통령이 입장을 바꿔 국민들에게 반성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대통령의 발언을 살펴보자. 김은혜 청와대 대변인이 전한 이 대통령의 이날 국무회의 발언은 다음과 같다.
"우리 사회가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갈등과 분열이 적지 않다. 촛불시위 2년이 지났다. 많은 억측들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됐음에도 당시 참여했던 지식인과 의학계 인사 어느 누구도 반성하는 사람이 없다. 반성이 없으면 그 사회의 발전도 없다. 이같이 큰 파동은 우리 역사에 기록으로 남겨져야 한다는 점에서 총리실과 농림수산식품부, 외교통상부, 지식경제부 등 관련부처가 (공식) 보고서를 만들어주기를 바란다. 역사의 변환기에 정부가 무심코 넘기기보다 지난 1,2년을 돌아보고 우리사회 발전의 계기로 삼을 필요가 있다. 촛불시위는 법적 책임보다 사회적 책임의 문제다.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자료를 만들도록 애써 달라"
이 대통령 발언 어디에도 국민에 대한 반성 요구는 없다. 이날 이 대통령의 발언을 전한 김 대변인은 "책임 부분은 정부는 물론 지식인도 말에 대한 책임을 지는 자세가 중요하다는 취지로 한 것이지 일방적으로 어느 한쪽을 탓하는 언급이 아니었다"며 "(어느 한쪽을 탓하려면) 백서를 만들라고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변인은 "(이 대통령이) 4대강에 대해서도 '반대의견은 우리가 더욱 치밀하게 정책을 검토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한 것처럼 정부도 성찰할 기회가 됐고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했다"며 "이런 부분 때문에 (광우병 파동에 대한) 백서를 만들라고 주문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광우병 파동은 이 대통령 스스로 두 번이나 고개를 숙인 사안인 만큼 다시 꺼내기 부담스런 이슈다. 더구나 6·2 지방선거를 앞둔 민감한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이 대통령이 이를 직접 언급하고 공식보고서 작성까지 주문한 것은 우리가 겪고 있는 사회적 갈등과 분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너무 크고 선진국 진입에도 큰 장벽이 되기 때문이란 판단에서다.
같은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검찰과 경찰 개혁을 위한 범정부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지시했고, 3대 비리(교육비리, 토착비리, 권력형 비리) 척결에 대해서도 "법적으로 해결하기 이전에 사회지도층이 먼저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주문한 것도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근거 없는 발언과 행동이 미치는 악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허위로 드러난 광우병 파동으로 우리가 치른 경제적 손실은 계산하기 힘들만큼 크다. 최근 4대강살리기사업 논란도 마찬가지다. 이 역시 과학의 문제인데 지금의 관련 학자들간 벌이는 찬반 논란은 과학의 영역을 벗어나 일방적 홍보와 흠집 내기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게 현실이다.
민주당 주장처럼 당시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 과정에서 허점을 보인 것은 이 대통령 스스로도 "의견수렴 노력이 부족했고 식탁 안전에 대한 국민의 요구를 꼼꼼하게 헤아리지 못했다. 저와 정부는 뼈저린 반성을 하고 있다"고 인정하고 사과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이 하지도 않은 '국민 반성 요구'로 다시 광우병 파동 논란을 꺼내는 것은 경제적 손실만 야기할 뿐이다. 전날 이 대통령의 발언을 설명한 김 대변인이 12일 오전 부터 기자들을 찾아 "이 대통령의 발언 그대로만 써 달라"고 부탁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몇몇 언론이 일부 좌파 성향의 시민단체 주장을 이 대통령의 발언처럼 보도했기 때문이다.
10일 이 대통령으로 부터 원내대표 당선 축하난을 받은 박지원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성공해야 나라가 산다. 야당이지만 무조건 반대, 장외투쟁은 하지 않고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협력할 것은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하루 만에 민주당은 이 대통령이 하지도 않은 발언으로 정치·사회적 논란만 부추겼다. 민주당은 "2년 만에 이 대통령의 자책과 반성이 국민을 향한 겁박으로 돌변한 것"이란 비판 이전에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협력할 것은 협력하겠다"는 발언을 하루 만에 뒤집은 것부터 돌아봐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