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후보선출 방식과 당 지도부의 노골적인 한명숙 감싸기에 반발해 무소속 출마까지 검토했던 민주당 이계안 후보 측이 경선 참여 의사를 밝히면서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는 예정대로 6일 정해지게 됐으나, '무늬만 경선' '당내 민주주의 후퇴'라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민주당 서울시장 경선은 후보간 TV토론 없이 100% 여론조사로 실시하기 때문에 이변이 없는 한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유력하다. 어느 정도 예고된 민주당 경선은 그래서 더욱 반민주적이고 맥빠진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명숙 과잉보호'라는 자성도 나온다.

    특히 전날 열린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과 대비돼 이번 지방선거를 '민주 대 반민주'구도로 치르겠다는 민주당의 전락을 어그러뜨리고 있다. 지방선거의 최대 승부처가 항상 수도권이고 '서울시장'이라는 직함이 갖는 위상을 감안한다면 민주당이 토론 한번 없이 단순 '인기투표방식'에 의존해 서울시장 후보를 내는 데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크다.

    사실상 당내 추대에 의한 '한명숙 띄우기'는 '한명숙 사전선거 운동의 일환아니냐'는 비판까지 나오는 상황이지만 민주당은 이런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한명숙 비호'에 나서는 모양새를 연출하고 있다.

  • ▲ 한명숙 전 총리가 지난 3월 24일 오전 속행공판에 출두하기 위해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들어서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 한명숙 전 총리가 지난 3월 24일 오전 속행공판에 출두하기 위해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들어서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토론 한 두번이 후보선출에 결정적이지 않다?"

    김효석 민주당 의원은 4일 한 라디오에서 '한나라당은 TV 토론과 경선을 하는데 비해 민주당은 여론조사로만 후보를 뽑는 데 대해 밋밋한 것은 아닌가'라는 비판에 "우리가 생각해도 조금 아쉽기는 하다"고 시인하면서도 "여러 가지 당내 일정이라든지 형편상 그렇게 갈 수 밖에 없는, 불가피하게 그런 결정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 ▲ 민주당 김효석 의원 ⓒ연합뉴스
    ▲ 민주당 김효석 의원 ⓒ연합뉴스

    '그렇게 갈 수밖에 없는 당내 사정이 뭔가'라는 추궁에 김 의원은 "TV토론을 하기에는 일정도 사실 지금 빠듯하다"면서 "한 전 총리가 지금까지 재판에 시달렸지 않느냐. 그래서 지금 토론하거나 여러 가지 심적 상태가 시간적으로 무리가 있다고 판단된 것 같다"며 한 전 총리를 적극 감쌌다.

    김 의원은 '최소한 한 번 정도의 TV 토론회는 필요한 것이 아니냐'고 지적엔 "새로운 인물 같으면 알리기 위해서 그런 기회가 꼭 필요할지 모르겠지만, 한 전 총리나 이 후보는 어느 정도 시민들에게 알려져 있다"면서 "토론 한 두 번 했다는 것이 그렇게 결정적인 것이라 생각지는 않다"고 강변했다.

    한 전 총리 캠프 측도 재판 탓에 선거 준비기간이 짧았던 만큼 경선에 투입할 에너지를 본선 경쟁력에 쏟아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캠프 관계자는 "이번 선거는 한명숙 대 오세훈, 그리고 민주 대 반민주로 이끌어 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뒤 "지금은 당내 경선보다는 본선 경쟁력에 더 초점을 둬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계안 "내가 한명숙 검찰 수사 약점잡아 공격할 것 같나"

    전날(3일) "죽음보다 더 싫은 '무늬만 경선'을 거부하고 싶지만 민주당의 승리를 위해 독배를 들겠다"며 100%여론조사 경선방식에 응한 이 후보측은 당 지도부의 사실상 '한명숙 낙점'을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그러면서도 당 지도부의 '한명숙 비호'에 서운한 속내를 숨기지는 않았으며 "경선이라는 말 자체가 참 무색하다"고 평하기도 했다.

  • ▲ 민주당 이계안 서울시장 예비후보 ⓒ 연합뉴스
    ▲ 민주당 이계안 서울시장 예비후보 ⓒ 연합뉴스

    정세균 대표와 김근태 상임고문은 이날 오찬회동에서 당 경선방식을 수용한 이 후보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하고, 이 후보의 선당후사의 노력은 결국 당에 의해 보상받게 하겠다"고 추켜세웠다. 같은시각 일부 기자들과 오찬간담회를 가졌던 이 후보는 이 발언을 전해듣고는 "아직 경선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당 대표가 그런 말을 하는 것은 잘못됐다"면서 "나는 벌써부터 안중에도 없는 것 아니냐"며 서운함을 표했다.

    그는 TV토론이 무산된 데 대해서도 "내가 한 전 총리의 검찰 수사 건을 약점잡아 공격할 것 같나"면서 "그런 것을 우려해 미리 정책질의집을 홈페이지에 올려 놓았다는데 당 지도부는 어떤 반응도 보여 주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렇듯 이번 민주당 서울시장 경선이 사실상 '한명숙 추대' 수순밟기식으로 이뤄지면서 경쟁 후보는 물론 비주류 의원들을 중심으로 곱지않은 시선이 나오고 있다. 한 전 총리 측도 이런 비판을 염두에 둔 듯 경선에 대한 언급을 최대한 자제하며 TV토론 준비 등 본선 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치열한 경선과정 없이 사실상 서울시장 본선에 무혈입성하게 된 한 전 총리에 대한 당내.외 비판여론은 계속되고 있다. 또, 당내 경선과 4번의 TV토론 등 검증과정을 거친 여권후보이자 현직프리미엄을 안고 있는 오세훈 시장을 상대로 그가 본선에서 어느정도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