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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유엔으로부터 총 15개 분야의 청정개발체제(CDM) 사업을 평가할 수 있는 '검·인증 전문기관'으로 지정됐던 에너지관리공단이 최근 집행위원회에 의해 '자격 정지'를 통보받은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다.
청정개발체제(CDM·Clean Development Mechanism)란 교토의정서에 의해 온실가스(이산화탄소)를 의무적으로 감축해야 하는 선진국들이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는 여지가 많은 개발도상국에 투자해 취득한 감축량을 탄소배출권으로 가져오거나 일반 상품처럼 되파는 제도를 일컫는다. 따라서 CDM 사업이 활성화 되기 위해선 탄소배출량을 측정하고 인정하는 국제적인 전문기관의 평가가 필수적이다.
이른바 'CDM 운영기구'라 불리는 이들 검·인증 전문기관은 전 세계적으로 26개에 불과하며 국내 기관, 특히 개발도상국 중에선 에너지관리공단이 최초다. 더욱이 26개 운영기구 가운데 15개 전 분야에서 전문기관 자격을 획득한 기관은 6개에 그치고 있어 에너지관리공단의 탄소배출 검증 기술은 세계적으로도 인정받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지난달 26일 유엔기후변화협약 CDM 집행위원회는 독일의 한 검·인증기관(TUEV SUED)과 함께 한국의 에너지관리공단에 대해 검증 매뉴얼의 요구 사항을 통합·수정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검·인증기관으로서의 자격을 정지한다고 밝혔다.
◇6개월간 12개 분야 영업정지 = 로이터 통신 등 외신은 지난달 31일 보도를 통해 "유엔 산하 CDM 집행위원회가 한·독 양 기관에 대해서 CDM 사업의 검·인증 업무를 정지시킨다고 밝혔다"면서 "독일의 기관에 대해선 전 분야에 대해 자격을 유보하며 한국의 에너지관리공단은 일부 분야에 대해 검·인증 자격을 정지시킨다는 내용"이라고 덧붙였다.
보도에 따르면 독일 측은 전체 15개 분야 모두에 대해 자격 정지 통보를 받았으나 에너지관리공단은 3개 부문(에너지 분야)을 제외한 나머지 12개 분야에 대한 일시 영업정치 처분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에너지관리공단 측은 "이번 유엔의 조치가 다소 상징성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6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탄소배출 검·인증을 하는 'CDM 운영기구'는 1,2,3위 기관이 다 유럽 기구일 정도로 대부분 선진국에 한정돼 있는데, 개도국 중에선 최초로 에너지관리공단이 검·인증 기관으로 선정되다보니 그간 국제 사회로부터 (곱지 않은)주목을 받아왔던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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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17일 오후(현지시간) 덴마크 코펜하겐 벨라센터에서 열린 제15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 참석해 '다함께 행동을(taking action together)'이란 제목의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하지만 "우리나라가 아직 개도국 지위에 머무르고 있다는 특수성 외에도 CDM 집행위원회가 해를 거듭할수록 해당 기구들에게 품질을 계속 높일 것을 주문하고 있어 이같은 유엔 측의 '지정 유보' 혹은 '영업 정지' 통보를 받은 기관이 비단 우리나라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심지어 "전세계 26개 CDM 운영기구 중 상위 1,2,3위 기관 역시 이런식의 지정 유보 통보를 받았었고 당시 이들 기관은 15개 전 분야에 대해서 정지 명령을 받았다"고 밝혔다.
따라서 "여러가지 복합적인 이유가 작용, 영업정치 명령이 내려졌지만 결국엔 품질을 좀더 높일 것을 주문한 경고성 조치에 지나지 않아 크게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CDM 집행위원회에서 요구한 사항, 특히 인적자원 구성 부문만 보강하면 6개월이 아니라 3~4개월 내에도 원래 지위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에너지관리공단은 먼저 검·인증 자격을 부여받았던 에너지 부문 3개 분야에 대해선 합격 판정을 받았으나 나중에 추가된 건축, 조림, 수송 등 12개 분야에 대해선 한결 까다로워진 CDM 프로젝트를 수행하기에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개도국 지위' 유지한 한국에 보복조치? = 문제는 이번 유엔 측의 조치가 단순 경고성이 아닌, 지난해 말 '코펜하겐 협정'에서 개도국 지위를 유지한 한국에 대한 일종의 '보복 조치'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 마디로 한국이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의무나 책임은 지지않고 열매만 따먹으려 한다는 시각이다.
한 익명의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일부 선진국에서 기후변화협약 의무감축국에 편입되지 않은 한국에 대해 노골적인 불만을 털어놓으며 선진국의 지위를 부여, 온실가스 의감축에 동참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음에도 불구, 개도국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것에 대해 국제 사회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세계에서 9번째로 많은 양의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우리나라는 1990년부터 2000년까지 10년간 온실가스 누적 배출량이 세계 11위를 기록한 바 있으며 1990~2005년 기준 온실가스 배출 증가율이 99%에 달해 OECD 국가 중 수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다행히도 지난해 코펜하겐에서 열린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선 다시 한번 개도국의 지위를 부여받는 행운을 누렸다.
하지만 올해 우리니라가 개최하는 'G20 정상회담'에서 또 한번 기후 변화에 대한 논의가 나올 것으로 보여 주최국으로서 온실가스 감축 움직임에 참여해야 한다는 각국의 유·무형적 압박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지난 코펜하겐 협정에서 올해부터 3년간 300억 달러를 개도국에 지원하고 2020년까지 매년 1000억 달러씩 지원할 것을 선진국들에게 요구한 바 있어 개도국고 선진국 사이에 놓인 우리나라로선 선진국의 책임 일부를 떠안아야 하는 상황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 역시 온실가스 배출량을 지난 90년 수준보다 평균 5.2% 감축해야 한다는 교토의정서 협약 기간이 2012년 만료됨에 따라 우리나라는 2013년부터 온실가스 감축 대상국에 포함될 것이 확실하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