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4일 저녁. 호주 중동부의 한 주인 퀸즐랜드주 주도 브리즈번. 호주 제3의 도시인 이곳에서 앞으로 한국과 호주 관계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 한 행사가 한국인 주도로 열렸다. 지난해 만들어진 '한국-호주 비즈니스 협의회'(Queensland Korea Business Counsil, QKBC www.qkbc.org)의 공식 출범을 알리는 뒤늦은 창립행사였다.

    규모는 그리 크지 않았지만 사우스뱅크 기술대학 강당에서 열린 이날 참석 인사의 면면을 보면 이 행사의 의미를 주목할 만 했다. ‘한국-퀸즐랜드’라는 이름에 맞게 양측 인사 80여명이 함께 자리를 잡았다.

  • ▲ <span style=지난 4일 호주 퀸즐랜드주 브리즈번에서는 한국과 퀸즐랜드주의 인적 교류 강화와 경제 유대 증진을 목적으로 하는 한국-퀸즐랜드 비즈니스협의회 창립기념식이 열렸다 ⓒ 뉴데일리 " title="▲ 지난 4일 호주 퀸즐랜드주 브리즈번에서는 한국과 퀸즐랜드주의 인적 교류 강화와 경제 유대 증진을 목적으로 하는 한국-퀸즐랜드 비즈니스협의회 창립기념식이 열렸다 ⓒ 뉴데일리 ">
    지난 4일 호주 퀸즐랜드주 브리즈번에서는 한국과 퀸즐랜드주의 인적 교류 강화와 경제 유대 증진을 목적으로 하는 한국-퀸즐랜드 비즈니스협의회 창립기념식이 열렸다 ⓒ 뉴데일리

    퀸즐랜드측에서는 이 협의회 호주측 위원장을 맡은 이 지역 최고 명문대학 퀸즐랜드주립대의 리처드 포더링햄 부총장과 밥 애킨슨 퀸즐랜드주 경찰청장, 브리즈번 시장, 세계를 대상으로 화상 영어교육을 하는 국제유비쿼터스 교육협회(IUC)의 데이비드 인그램 학장 등 지역 주요 인사들이 얼굴을 내비쳤다. QKBC의 후원단체  중 하나인 스마트라이프 그룹의 CEO 스테판 일리지씨처럼 한국과 사업 중이거나 사업 기회를 얻으려는 기업 관계자들, 퀸즐랜드 뿐 아니라 다른 주에서 날아온 호주인도 있었다. 또 한국인을 입양한 호주시민 등도 자리를 잡았다. 이날 참석한 호주 인사들은 38개의 다양한 기관에서 온 인사 및 개인 합쳐 70여명이었다.

    한국측에서는 협의회 한국측 위원장 역할을 할 고영진 한국국제대 총장을 비롯해 정재훈 퀸즐랜드주립대 교수, 장원재 경기영어마을 사무총장, 하종명 한국식음료관광 연구소장, 김종원 브리즈번 한국교민회장 등이 참석했다. 현지에서 호주 학생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교사, 한국어 신문 발행인 등의 모습도 보였다. 얼마 안되는 숫자이긴 하지만 양국의 다양한 계층과 부류의 사람이 모인 자리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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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영진 한국국제대 총장 ⓒ 뉴데일리

    행사 시작에 앞서 대전 목원대 음대 이영신 교수가 가야금을 타고 호주 현지 교포음악인 김혜경씨가 플루트를 같이 연주하며 한국과  호주, 동양과 서양의 만남을 상징적으로 선포하는 합주를 선보였다. 이들도 이날 행사의 참석자였다.

    이런 사람들이 모여 만든 QKBC. 그 창립목적은 무엇일까. 한국 과 호주, 그 중에서도 퀸즐랜드 사이의 교류와 협력 강화다. 양측 기업과 개인간 사업과 문화, 교육 교류를 강화하고 상호 투자, 무역 발전을 도모하자는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이를 통해 서로간에 네트워크를 만들고 공동관심사에 대한 경험을 서로 긴밀히 나누는 데까지 나아가려는 목적이다.

    이를 위해 QKBC는 교육, 항공산업, 통신업, 금융업, 광업, 식품 및 낙농업, 서비스업, 제조업, 관광업 등 다양한 사업에 종사하는 기업 및 개인, 기관을 협의회 멤버로 참여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단체 설립에 주도적 역할을 한  정재훈 퀸즐랜드대학 언어 및 비교문화학부 교수는 이날 행사에서 한 짤막한 연설을 통해 협의회의 창립 배경을 설명했다.

    정 교수에 따르면 호주 입장에서 한국은 세 번째로 큰 교역파트너다. 퀸즐랜드로 보면 한국은 두 번째로 큰 교역국이다. 또 한국은 일본에 이어 호주가 교역에서 두 번째로 큰 흑자를 남기는 나라다. 호주의 대한국 무역 흑자는 중국의 6배나 되는데 흑자로만 따지면 한국이 중국보다 중요한 국가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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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재훈 호주 퀸즐랜드대 교수 ⓒ 뉴데일리

    정 교수는 “사정이 이러한 데도 한국에 대한 호주인들의 인식은 형편없고 인적 교류면에서 불균형이 삼각하다”고 안타까워 했다. 그는 연설에서 “호주 학생의 20%가 한 개 이상의 외국어를 배우는데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은 전체의 0.8%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대학생간 교류는 더 심한 불균형 상태다. 지난 2008년에만 한국 학생 4만5000여명이 호주로 공부하러 왔지만 같은 기간에 호주 학생은 겨우 100명 남짓만이 한국 유학길에 올랐다. 또 이미 인도나 일본은 퀸즐랜드와의 비즈니스 협의체가 오래 전에 설립돼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QKBC는 양국간의 인적교류, 그중에서도 젊은이들간 교류를 확대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정 교수는 그 구체적인 조치로 4가지 계획을 밝혔다.

    우선 호주 학생들이 한국어를 공부할 수 있는 스칼라십을 여는 것이다. 그는 2011년까지 퀸즐랜드에 100개의 청소년 한국어 스쿨을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이 스쿨에 매년 세계 저명인사들을 초청해 공개강좌를 열 예정이다.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한국어 스쿨의 존재를 알리고 이를 한국에 대한 이해를 확대하는 계기로 삼겠다는 생각이다.

    한국의 문화 예술 행사를 퀸즐랜드에서 여는 것도 계획 중이다. 정 교수는 “6월이나 7월쯤 한국연극 행사를 주최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호주를 방문할 한국 극단은 ‘목화연극단’. 이 연극단은 한국전의 비극과 그 이후 이야기를 다룬 ‘내 사랑 DMZ’. 정 교수는 “이 연극이 호주의 한국전 참전용사들에게도 새로운 기억을 되살릴 것”이라며 “한국과 호주는 6.25때 자유를 지키기 위해 피를 흘린 동맹국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많다”고 소개했다.

    그는 또 QKBC는 올 4월 8일 경남 창원에서 ‘한국 퀸즐랜드의 날’을 열기로 했다고 소개했다. 이 행사에는 양국 교류 확대와 상호 이해 증진을 위해 협의회의 호주측 인사들이 대거 방한할 예정이다. 한국의 첫 퀸즐랜드 데이 행사를 창원에서 열기로 한 것은 경남 지역이 호주가 처음으로 한국에 진출한 곳이라는 인연 때문이다. 실제로 호주인 장로교 선교사들은 1890년대부터 부산을 포함한 경남 지방에 들어와 포교활동을 시작했다. 이는 한국과 호주간 첫 교류로 기록되고 있다.

  • ▲ <span style=이영신 목원대 음대 교수(왼쪽)의 가야금과 교포 음악인 김혜경씨의 플루트 합주 ⓒ 뉴데일리 " title="▲ 이영신 목원대 음대 교수(왼쪽)의 가야금과 교포 음악인 김혜경씨의 플루트 합주 ⓒ 뉴데일리 ">
    이영신 목원대 음대 교수(왼쪽)의 가야금과 교포 음악인 김혜경씨의 플루트 합주 ⓒ 뉴데일리

    이날 행사에 참석한 인사들은 행사 자체를 축하하면서 하나같이 QKBC의 정식 출범이 한국과 퀸즐랜드간 실질적 교류의 시발점에 될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그동안 교류의 당위성을 간혹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QKBC처럼 여러 사람을 초청해 공식 기구를 설립하고 본격 활동에 들어가기로 결의한 사례는 이제껏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양측의 한국인이 양측의 공동 행사 전반을 주도한 것도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이날 참석한 퀸즐랜드 주 정부의 네빌 코워드 교육훈련과장은 “QKBC가 한국과 퀸즐랜드 젊은이들의 실질적 교류에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퀸즐랜드에는 한국 교민이 2만명쯤 된다”고 소개한 김종원 퀸즐랜드 교민회장도 “퀸즐랜드와 한국간에 학생들 교류가 원할해 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또 “양측의 경제 교류 활성화가 이뤄지면 자영업을 주로 하는 교민의 사업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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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원 호주 퀸즐랜드 한인회장 ⓒ 뉴데일리

    QKBC가 이런 창립행사를 갖기까지에는 지난해 초 협의회를 만들어 1년여동안 주요 단체와 개인을 찾아다니며 취지를 설명하고 멤버 확대 및 재원 조달에 힘쓴 QKBC 실무책임자 정 교수의 노력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20여년동안 호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정 교수는 학교 업무로 바쁜 시간을 쪼개 퀸즐랜드 각지를 돌아다니며 한국과의 관계 강화가 중요하다는 점을 알리려 애썼다. 틈틈이 한국에도 와서 관련 인사들과 만나며 호주 진출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특히 청년 실업자나 젊은 학생들이 호주에서 더 많은 기회를 갖도록 하자는 정 교수의 취지에 의기투합한 고영진 총장은 그가 QKBC를 만드는 데 큰 힘이 됐다. 

    이번 행사에 든 비용은 이렇게 해서 참여시킨 10여개 기관에서 댔고 정 교수 개인적으로도 상당한 사재를 털었다. 이날 참석한 사람들도 "이 행사는 순전히 정 교수가 발품을 팔아 만들어낸 작품“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정 교수는 “호주는 자원이 풍부하고 땅은 넓지만 인구는 적어 한국 젊은이들이 꿈을 펼치기 좋은 기회의 땅”이라며 “QKBC는 호주 및 퀸즐랜드에 한국을 알리고 한국 진출을 돕는 목적도 있지만 호주를 이해하고 이곳을 인생의 기회로 생각하는 젊은이들이 대거 호주로 진출하는 데 도움을 주고 싶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