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들은 이 땅에 혁명을 추구하는 좌파세력입니다." 
     
     
      민동석 前농림수산식품부 차관보의 'PD수첩 재판' 피해자 최후진술서 全文
     
     재판장님은 언론의 자유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가지고 계시는지요? 피디수첩은 50분 방송동안 30곳 이상을 조작, 변조, 왜곡, 과장을 했습니다. 이미 잘 알고 계실 겁니다. 일본의 NHK같으면 단 한 군데 오보가 있어도 사장의 자리가 위태롭습니다.
     
     피디수첩은 단 한 곳도 스스로 수정을 하지 않았습니다. 진실한 사과도 없었습니다. 이런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허위방송은 기네스북에 오르기에 충분할 것입니다. 피디수첩 제작진은 이 재판을 언론의 자유가 침해당하는 사례 같이 세상에 왜곡시키고 있습니다.
     
     언론이라는 미명 뒤에 숨어 선동을 하고 그 마각이 드러나자, 언론자유 운운하는 피고인들의 태도에 대해 재판장님은 어떤 생각을 하고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오랜 시간 정성을 다해서 인터뷰를 했습니다. 그러나 피디수첩의 제작자들은 그 중 몇 마디만을 교묘하게 왜곡시켜 저를 매국노로 만들어 버리더군요. 엄청난 모욕과 비난의 돌멩이들이 저와 가족에게 날아들었습니다. 지금도 인터넷 광장의 바닥에 나뒹구는 몇 개만 보여드리면 이렇습니다.
     
      그들이 선동해서 저에게 던져진 파괴의 돌맹이들입니다.
     “이완용은 나라만 팔아먹었는데, 민동석은 국민의 생명까지 팔아먹은 놈이다.”
      “협상을 마치고 악수하며 웃던 악마 같은 모습이 밉다”
      “바로 너! 민똥석 너는 역사와 민족의 이름으로 매국노라 부르리라”
      “밤거리 조심해라 죽는 날까지”
      “돌 맞지 말고 총 맞아라, 네가 한 짓은 구족을 멸해야 될 일을 했다”
      “너의 이름 석자가 국사책에 남길 바란다. 이완용과 이병도와 같은 반열에 오른 걸 축하 한다”
      “저런 놈하고 사는 마누라 년 상판떼기 한번 보고싶데…퉤”
      “저넘 가족들은 다 어디서 무엇하고 있나? 저넘 가족들은 저넘이 저런 짓 하고 있는 거 아나? 알고도 입 다물고 있단 말인가”
     
      차마 입에 담기 곤란한 욕들이 수없이 많습니다. 저와 가족의 인격권은 피디수첩이 만들어준 산더미 같은 모욕과 경멸의 무덤 속에 매장된 지 이미 오래입니다.
     
      그런데 참 이상한 게 있습니다. 법을 조금이라도 한다는 사람은 모두다 네가 ‘공인’이니까 명예를 훼손당해도 된다고 말하는 겁니다. 판례이론이 그렇다는 겁니다. 외무공무원 생활을 30년 해왔습니다. 어린 시절 저의 꿈은 외국사절들과 멋진 담판을 이루어내는 국가대표였습니다.
     
     가난 속에서 그 꿈 하나로 버티면서 젊은 날의 고통과 장애물을 넘어왔습니다. 환경이 괜찮은 사람들은 그래도 도서관에서 하루 종일 공부하곤 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먹고살기 위해 회사원으로 파김치같이 지쳐 쓰러져도 꿈을 버리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저는 외교관이 됐습니다.
     
     지난 세월 직급이 낮으나 높으나 또 어떤 나라에서 근무하거나 저는 나 자신이 대한민국이라고 생각하며 일해 왔습니다. 조국과 민족을 위한다는 보람을 먹고 사는 존재였습니다. 가족도 고통을 함께 나누었습니다. 아내 역시 외교관의 부인으로서 남모르는 온갖 궂은 일을 해왔습니다. 자식들은 한군데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돌아다녀야 했습니다. 가족들에 대한 변명은 나라를 위하는 외교관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공무원 30년 생활을 결산하는 시점에서 쇠고기 협상대표가 됐습니다. 젊은 시절 꿈꾸던 자리였고 가족들에게 자랑이었습니다. 협상대표는 수많은 사항들을 입체적으로 계산하면서 일해야 하는 복잡한 자리입니다. 비싼 고기값 때문에 입시생 아들에게 고기한번 제대로 먹이지 못하는 엄마의 가슴 아픈 것도 생각해야 합니다.
     
     동시에 국내 축산업자의 이익도 고려해야 합니다. 미국에서는 쇠고기를 사가지 않으면 자기네들도 한국에서 핸드폰이나 자동차를 사지 않겠다고 난리를 치기도 합니다. 겉으로는 점잖은 협상이지만 내막은 치열한 국제적 생존경쟁의 장이었습니다. 저는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성공적인 결실을 얻어냈습니다. 협상타결로 인해 우리나라가 쓰나미 같은 미국발 금융위기를 빨리 모면할 수 있었습니다. 그 덕에 G20 회원국도 되고 정상회의도 유치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계속되는 무역흑자의 원인을 만들어 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이 시점에서 생각해도 제 양심에는 한 점의 거리낌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도 공인의 위치인 공무원이기 때문에 언론의 자유를 구가하는 방송이 뭐라고 해도
     어둠 뒤쪽의 사람들이 돌멩이를 던져도 그냥 그걸 감수해야 하는 게 법률이고
     판례의 이론이라는 건 정말 납득하기가 힘듭니다.
     
     저는 이번 사건에서 피디수첩의 악의를 적나라하게 보고 있습니다. 작가는 이메일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명박에 대한 적개심이 하늘을 찌를 때’ 이 한마디는 모든 배경을 웅변하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그들이 가장 미워하는 것은 대한민국입니다.
     
     저는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공무원이었습니다. 그리고 협상대표였습니다. 대한민국을 미워하는 그들은 공권력도 또한 사법부도 인정하지 않습니다. 저는 이제 두려워하지 않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들은 좌파입니다. 그들은 언론의 자유라는 미명하에 허위로 선동을 했습니다.
     
     담당 피디가 선동되어 나온 국민들이 모인 시청 광장에서 함께 온 작가에게 이렇게 말했다지요. “김 여사, 현장에 나와 보니 소감이 어때? 당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눈에 보여? 이제 만족해?” 작가는 이렇게 대답했다고 합니다. “아니 만족 못해.” 저는 이 한 마디의 대화 속에서 그들이 가진 현실적 악의를 적나라하게 느낍니다. 재판장님께서는 어떠신지요?
     
     그들은 이 땅에 혁명을 추구하는 좌파세력입니다. 그들의 선동 앞에서 대한민국이 어이없이 무너진 순간이 있었습니다. 대통령이 머리를 숙였습니다. 총리와 장관들이 일괄사표를 냈습니다. 왜 내야 하는 지를 모르면서 저도 사직서를 제출했습니다. 그게 무슨 의미인지를 안 딸의 눈에서 하얀 눈물이 쏟아져 내렸습니다.
     
     딸이 이렇게 외쳤습니다. “지하철 안에서 아줌마들이 수근대는 말을 들었어요. 미국 쇠고기 먹으면 다 미쳐서 다 죽는다는 거예요. 떡볶이집 아줌마도 미국쇠고기 먹으면 다 광우병에 걸린다고 하는 거예요. 그게 아니라고 아무리 설명해도 듣는 사람이 없어요. 너무나 억울하고 분한 마음이 들었어요. 우리 아빠가 국민들 모두 죽이려고 한단 말인가요? 도대체 아빠를 위해서 진실 한마디를 용감하게 해 줄 사람이 대한민국에는 단 한사람도 없단 말인가요?”
     
      공직자로서의 30년 세월과 땀이 피디수첩 일회 방송으로 모두 사라져 버리는 순간이었습니다. 언론이란 미명하에 하는 선동은 정말 무서웠습니다. 거기에는 이미 이성과 과학은 실종되고 괴담과 미신만 횡행했습니다.
     
     사표가 끝이 아니었습니다. 저에게는 더한 고난이 다가왔습니다. 얼굴에 마스크를 쓰고 모자를 눌러쓴 채 지명수배 당한 범인처럼 숨어 다녔습니다. 생명을 위협하는 협박들이 날아들었습니다. 공포분위기 속에서 가족들도 불안에 떠는 나날이 계속됐습니다.
     
      레바논에 파병되어 테러의 위협 속에서 군복무를 하고 있던 아들이 방송으로 한국의 상황을 보고 있었습니다. 아들은 아버지가 나라를 팔아먹은 매국노이고 광우병오적이라는 비난을 받으며 조리돌림을 당하는 걸 보면서 눈시울을 적셨다고 합니다. 사직서를 제출 하던 날 딸이 하던 말이 생각납니다. “아빠, 3년만 기다리세요. 제가 먹여 살릴 께요”
     
      쇠고기 협상도 촛불 시위도 이제는 아득한 먼 옛날의 일로 잊혀져 갑니다. 이 법정 외에는 아무도 그걸 기억하지 못하는 느낌입니다. 공직이 보람이었던 저는 들판에 내버려진 폐기된 자동차 같은 신세가 되어 있습니다. 저는 빈껍질만 남은 벌레 같은 신세라는 생각도 듭니다.
     
     법정에서 선 피디수첩의 제작진들은 이미 피고인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들은 언론의 자유를 위한 영웅이나 민주투사 같이 자신들을 세뇌시키고 행동하고 있는 걸 봅니다.
     
      저는 피해자로서 존경하는 재판장님께 간곡히 희망합니다. 이 사건의 본질을 정확히 봐 주십시오. 언론의 자유인지 아니면 그 미명 뒤에 숨은 허위의 선동인지를 말입니다. 그런 선동의 배경이 무엇인지 그리고 저들 좌파가 가장 미워하는 것이 무엇인지 한번쯤 깊이 고려해 주셨으면 합니다. 아마도 그것은 대한민국일 것이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대한민국 사법부는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최후의 보루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판사라는 직책은 사회의 십자가를 져야 하는 숭고한 임무일 것입니다. 법치주의의 한계 안에서 어쩔 수 없이 명예훼손으로 고소했지만 재판장님은 그 본질을 꿰뚫고 있으시리라고 확신합니다. 현명한 판단을 지켜보겠습니다.
     
      2009년 11월 25일
      PD수첩으로 피해를 입은 민동석이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