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span style=술 종류가 늘면서 다양한 폭탄주가 제조되고 있다." title="▲ 술 종류가 늘면서 다양한 폭탄주가 제조되고 있다.">
    술 종류가 늘면서 다양한 폭탄주가 제조되고 있다.

    시즌이 돌아왔다. 달리고 달린다. 오늘도 달려, 내일도 달린다. 주(酒)종을 바꿔가며 훠이훠이 들이 붓는다. 각종 모임으로 꽉 찬 12월, 어제는 ‘양폭’, 오늘은 ‘소폭’, 내일은 ‘막소사’다.

    폭탄주는 근래에 생긴 트렌드가 아니다. 조선 후기 주조법을 담은 책인 '양주방(釀酒方)'에 의하면 선인들도 폭탄주를 즐겼다. 막걸리의 옛 이름인 혼돈주(混沌酒)에 소주 한 잔을 붓고 소주가 맑게 위로 떠오르면 마셨다고 한다. 막걸리야 발효된 뒤 막 걸러낸 후 마신다고 막걸리가 됐다지만 그 위에 소주를 부었다면 명백한 폭탄주다.

    본래 폭탄주는 양주와 맥주를 섞던 것을 지칭하는 말이었다. 단숨에 털어 넣기엔 부담스럽고 물에 희석시키자니 아까운 양주와 고소한 맥주와의 만남은 ‘부드러운 카리스마’였다. 처음 목 넘김은 쉬우나 끝 맛이 찡하게 울리는 매력은 대한민국 직장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러나 경제가 어려울 때마다 양주는 소주에게 자리를 빼앗겼다. IMF에 따른 경제위기가 극심했던 1998년에는 전체 위스키 판매량이 전년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고, 미국발 금융위기때도 양주 매출은 크게 감소했다. 대신 서민주류로 분류되는 소주 판매량은 급증했다. 소폭 탄생 배경을 경제위기에서 찾는 사람도 있다.

    뭐니, Money 해도 막걸리
    얇아진 지갑 탓에 소주만 마셨던 사람에게도 대안이 생겼다. 서민의 탁주, 막걸리다. 1200원의 ‘서울 장수막걸리’부터 1만원대의 ‘이화주’까지 가격대도 다양하다. 특히 막걸리 70%에 소주 20%,사이다 10%를 섞는 막소사 폭탄이 인기를 끌고 있다. 건배 구호도 ‘막솟아’. 내년에는 마구 솟아 나가자는 의미에서 입에 착 달라붙는다.

    막걸리 유행을 이끄는 리더는 바로 이명박 대통령이다. 이 대통령은 청와대 각종 행사 때  와인이나 샴페인 대신 막걸리를 대접하고 있다. 주한 외교 사절에게 자신을 막걸리 국제홍보팀장이라고 소개하며 건넨 데 이어, 얼마 전 ‘대통령과의 대화’ TV 생중계가 끝난 뒤 서울 여의도에서 청와대 참모, 패널, MBC 엄기영 사장 등과 ‘막걸리 뒤풀이’를 했다는 후문이다.

    투박해 보이기만 하던 곡주가 프랑스 와인에 대적하는 ‘막걸리 누보’로까지 진화했다. 이제 거리에서 ‘막걸리 바(BAR)’를 만날지도 모를 일이다.

    소통주, 화합주, 4대강주.. 이름도 다양해
    폭탄주, 이게 다가 아니다. 비록 막걸리에 가려 찾는 사람은 점점 줄고 있지만 달달한 동동주도 있다. 2:8의 비율로 소주와 배합하면 ‘소통주’가 된다. 막걸리보다는 조금 덜 알싸하면서도 달콤한 술을 찾는다면 소통주가 좋다. 낮은 알코올 도수에 저칼로리까지 갖춘 막걸리와 비견할만한 건강주다. 술이 조금 약하다면 화합주가 좋다. 동동주와 소주를 섞은 ‘소통주’에 물을 조금 타면 된다. 물을 타서 소주와 동동주를 화합한다는 의미에서 ‘화합주’란다.

    4대강주도 있다. 경제형 절약형 주조법이다. 술자리에 모든 술병이 비어있지는 않을 터. 남은 술을 처리하자는 의미에서 소주 맥주 막걸리 양주를 모두 섞는다. 혼탁해진 술에 물을 조금 넣으면 빛깔이 맑게 정화될 뿐만 아니라 맛도 한결 부드러워진다고 한다. 문화관광부 윤종석 과장은 “다음날 머리도 안아프고, 술값도 적게나와 좋다”며 4대강주를 선호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