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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시대 죽간(竹簡, 대나무에 글을 적은 것)이 최초로 발굴됐다.
문화재청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충남 태안군 근흥면 마도 해역에 대한 수중발굴조사를 실시, 죽간 외에 곡물, 도자기, 죽제품 등 1400여점을 인양했다고 밝혔다.
또 인양 중인 고려 선박엔 선박의 선적·출항일자, 발신지(자), 수신자, 화물의 종류와 수량 등을 기록한 목간도 수습됐다.
인양 유물과 목간·죽간 내용을 종합하면 고려 선박은 1207~1208년 초 해남·나주·장흥 일대에서 곡물류와 젓갈류, 도자기 등을 모은 후, 개경에 있는 관직자에게 올려 보내고자 항해하던 중 마도에서 좌초된 것으로 보인다. -
- ▲ 표형주자, 승반, 기대 세트 ⓒ 뉴데일리
발굴된 목간과 죽간에는 정묘(丁卯) 10월, 12월 28일, 무진(戊辰) 정월, 2월 19일 등의 간지와 날짜가 적혀 있는데, 화물의 선적 일자로 보인다. 따라서 선박은 무진년 2월 19일 이후 출항한 것이다. 화물의 발신지는 죽산현(竹山縣, 현 해남), 회진현(會津縣, 현 나주), 수령현(遂寧縣, 현 장흥) 등이다. 발신자의 직위[長, 지방 향리]와 성명[宋椿]을 구체적으로 적은 것도 있다. 수신자는 개경에 있는 관직자로 관직명(大將軍, 別將, 校尉, 奉御同正)과 성명(金純永, 權克平, 尹邦俊, 宋壽梧)이 정확하게 나타난다.
또한, 목간·죽간에는 지방에서 개경으로 보내는 여러 종류의 화물(貨物)명도 적혀 있다. 벼[租, 白米], 조[粟], 메밀[木麥], 콩[太], 메주[말장(末醬)]와 같은 곡물류와 고등어[古道], 게[解] 등의 젓갈[해]도 있다. 이외에도 기장, 피와 생선뼈, 멸치젓, 대나무 반, 석탄 등의 화물도 있어, 종류가 매우 다양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각 화물별로 여러 가지 도량 단위[石(섬), 斗(말), 缸(항아리)]와 정확한 수량을 표시했다. 수량은 거의 갖은자(壹, 貳, 參, 肆, 伍, 拾, 卄)로 표시하여, 정확성을 꾀하였다.
가장 주목되는 것은 “大將軍金純永宅上田出租壹石(대장군 김순영 댁에 전출 벼 1섬을 올린다)”이 적힌 죽간 6점. 고려사와 고려사절요에 김순영은 1199년 장군으로 승진한 사실이 적혀 있고 1242년에 만들어진 ‘김중구묘지명(金仲龜墓誌銘)’에도 신종(神宗, 1198∼1203)대에 장군을 지낸 것이 확인된다. 그가 장군에 오른 1199년 이후의 정묘, 무진년은 각각 1207년과 1208년에 해당한다. 이를 통해 '마도1호선'은 1208년 출항한 것으로 판단된다.이번 발굴조사에서는 곡물류 외에도 대접, 접시, 잔 등의 고려청자 등 모두 1400여점의 유물을 인양했다. 특히 청자 상감 표주박모양 주전자는 승반(承盤, 받침접시) 및 2개의 투각받침대가 묶음으로 나와 유물의 조합상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인양된 청자는 강진이나 부안 모두에서 보이는 양식이다.
인양 중인 '마도1호선'은 길이 10.8m, 중앙 폭 3.7m규모로 남동∼북서 방향으로 갯벌에 묻혀 있다. 2개의 돛대구멍이 있으며, 그동안 수중 발굴 선박에서는 보이지 않았던 선체구조물도 확인된다. 문화재청은 “인양이 완료되면 고려 선박구조와 조선(造船)기술 연구에 좋은 자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