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들은 짐승처럼 일한다. 그들이 쉬는 날은 1년에 단 두 번, 김일성과 김정일의 생일뿐이다.”

    영국의 BBC 방송이 북한 노동자들이 벌목공으로 일하는 러시아의 시베리아 벌목소를 찾아 이렇게 보도했다.

    ‘러시아의 벌목소에서 노역 중인 북한인(원제 N Koreans toiling in Russia's timber camps)’이라는 제목으로 17분간 방송된 이 탐사보도에서 BBC는 열악한 환경과 임금 착취의 고통을 겪고 있는 북한 벌목공들의 실태를 낱낱이 고발했다.

  • ▲ 북한 벌목공들 ⓒ 뉴데일리
    ▲ 북한 벌목공들 ⓒ 뉴데일리

    BBC 취재진이 찾은 곳은 시베리아 아무르 산간 지역의 한 벌목소.

    김일성을 찬양하는 대형 기념물이 입구에 버티고 선 벌목소엔 어울리지 않게 ‘김일성 주체 연구실’이라는 대형 건물이 자리하고 있고 더 숲 깊숙이 들어가자 밤 9시가 넘었는데도 북한 벌목공이 작업을 하고 있었다.

    BBC 취재진은 벌목장 근처의 이동식 숙소에서 북한 벌목공들과 인터뷰를 했다.

    임금을 묻는 질문에 벌목공 한 명은 “매달 미화 약 200 달러 정도를 받는다”고 대답했지만 다른 벌목공은 “지난 5월 이후 임금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벌목공 한 명은 “우리는 끝없이 일한다(I was working endless hours)”며 “북한에서는 12시간 노동이 일반적이지만 이곳에서는 12시간 근무도 너무 힘들다. 겨울엔 너무 춥다. 배가 고파 일하기 힘들다(It's hard to work on an empty stomach). 주거조건은 최악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벌목한 나무가 쓰러질 때 사람이 많이 죽어나간다. 피하려고 해도 너무 추워 움직이지 못 해 뻔히 보면서도 죽음을 당하는 경우도 많다”고 참상을 알렸다. 

    현지 러시아인 벌목 사업자 세르게이 사르나프스키는 BBC 취재진에게 “북한 벌목공들의 노동 강도가 엄청나다. 그들은 일년에 딱 이틀, 김일성과 김정일 생일을 제외하곤 매일 일을 한다”고 혀를 찼다. 그는 “북한 벌목공은 북한 정부와 공산당을 위해 일한다. 정해진 할당량을 달성하지 못하면 지도원부터 노동자까지 모두 처벌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BBC는 보도에서 “북한 벌목공이 죽음까지 각오해야 할 정도로 열악한 작업환경만 아니라 평양으로부터 임금도 착취당하고 있다”고 고발했다. 방송은 “북한 정부는 벌목 수익의 35%를 챙기는 방식으로 매년 러시아에서 연간 미화 700만 달러를 벌어들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방송은 시베리아 최대 벌목회사인 러시아 목재 그룹(Russian Timber Group)이 지난 2004년 러시아 측과 합작으로 영국인 사업가에 의해 설립된 뒤 현재 북한 벌목공 1400명을 고용 중이라고 보도했다.

  • ▲ 위험천만인 나무 옮기기. ⓒ 뉴데일리
    ▲ 위험천만인 나무 옮기기. ⓒ 뉴데일리

    방송은 “북한 벌목공들이 영하 30도까지 떨어지는 시베리아의 혹한 속에서 수없이 다치거나 죽어간다”며 “이를 견디다 못해 지난 20여 년간 수천 명이 벌목소를 탈출해 러시아에서 숨어 살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방송은 또 “이들 탈출 벌목공들은 북한인들에게서 배신자 취급을 받는다(Treated as traitors)고 덧붙였다.

    지난 2001년 벌목공의 탈출을 도운 한 러시아 여성은 “벌목공들이 북한으로 인도되면 어떻겠느냐”는 취재진의 물음에 “참을 수 없는 고통을 받게 될 것이다. 그들을 기다리는 것은 참혹한 죽음(cruel death)일 뿐”이라며 “북한에 인도됐다가 처형당하고 가족은 최하층민(Pariahs)이 된 경우를 들어서 알고 있다”고 취재진에게 중언했다.

    방송은 “북한 벌목공이 30년 전 러시아에 첫 발을 내딛을 때는 러시아도 공산주의 체제였지만 현재 러시아는 자본주의를 도입한 반면 북한만 공산주의를 고수 중”이라며 “이런 비정상적인 협력 관계가 얼마나 지속될 지 분명하지 않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