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일 오전 청와대는 일부 언론보도에 상당한 불쾌감을 표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북측 조문사절단을 접견한 자리에서 '남북정상회담'이 거론됐다는 보도 때문이다. 몇몇 언론은 북측 노동당 비서 김기남 등이 22일과 23일 우리 정부와 이 대통령에게 남북정상회담을 원한다는 김정일의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분명히 말하지만 어제 접견에서 그와 같은 언급은 없었다"고 거듭 확인했다. 외교안보수석실에서도 "남북관계 진전에 대한 일반적인 논의가 있었을 뿐 일부 언론에 보도된 것과 같은 남북정상회담 관련 사항은 일체 거론된 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청와대가 '열받은' 이유는 이같은 보도로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이 원칙없이 오락가락하는 것으로 비쳐질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의 대북정책 기조를 풀어보면 "북이 핵을 포기하면 도와주겠다" "인도적 지원은 열린 자세로 하겠다" "대화는 언제 어떠한 수준도 가능하다"다. 여기서 중요한 한가지는 "그러나 과거와 같은 방식의 남북정상회담이나 남북대화는 안된다"이다.

    국면전환을 위한 대북전술 차원에서의 남북대화, 또는 북에 끌려다니는 식의 남북관계는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와 거리가 있다는 주장이다. 한 참모는 "이것이 바로 대북관계에서의 근원적 처방"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남북관계 기사를 막쓰면 되겠느냐"는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나온다.

    청와대는 전날 북측 조문단 접견 사실을 두고 "패러다임 시프트(shift, 전환)"이라고 말했다. 과거 정권이 남북관계를 동족 개념을 바탕으로 접근하려했다면, 이명박 정부에서는 국제적이고 보편타당한 관계로 발전시키겠다는 뜻이다. 우리 국민을 사살하고 핵실험 도발을 강행해도 동족개념에 묶여 '퍼주기'나 '눈치보기'로 대응하지 않을테니 북도 '달라진 패러다임'에 순응하라는 요구다. "다른 정상이 보내온 메시지를 다 공개하는 것도 예의가 아니다"는 설명은 접근방식의 변화를 의미한다.

    실제 북측 조문단은 청와대를 찾기 위해 예정보다 하루 더 체류했다. 북은 김대중 전 대통령 측의 아태평화재단이라는 민간을 통해 접촉을 시도했지만 우리 정부가 '공식 절차'를 요구하면서 들어주기 않았기 때문에 '사설 조문단'으로 규정하기도 했다. 접견 이후에도 청와대는 이 대통령이 조문단에게 "우리 정부의 일관되고 확고한 대북원칙을 김정일에게 전달해달라"고 했음을 강조했다.

    한 참모는 "과거와 같은 식으로 남북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것은 대화거부가 아니라 유연한 자세로 언제 어디서든 만나 이야기할 수 있지만 끌려다니는 식이 아니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참모도 "북측이 1년반만에 와서 남북정상회담을 제의한다는 것은 상식적이지도 않다"면서 "우물가서 숭늉달라는 식이 아니냐"며 신중한 언론 보도를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