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이 작년 12월1일부터 남북관계 1단계 차단조치로 시행해온 이른바 `12.1조치'를 21일부로 전면 해제키로 했다.

    북측은 20일 오후 5시30분께 군사실무책임자 명의의 전통문을 보내 "작년 12월1일부터 남측 인원들의 군사분계선 육로통행과 관련해 취한 중대 조치(12.1조치)를 21일부터 해제한다"고 통보했다고 통일부가 전했다.

    이어 북측은 오후 9시40분께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명의로 개성공단관리위원회에 보낸 통지문에서 "21일부터 경의선 철도(판문역-파주역) 화물열차 운행을 재개하고 개성 남북경협협의사무소를 재가동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북측은 "개성공단 기업 및 단체 관계자와 개성공단관리위원회 관계자의 출입.체류를 21일부로 이전과 같이할 것"이라고 통보했다.

    이에 따라 `12.1조치'는 남북 당국간 협의를 남겨둔 개성관광 재개를 제외하고는 전면 철회됐다.

    다만 육로 통행의 경우 기술적 절차가 필요해 완전 정상화되기까지는 일주일 가량 소요될 수 있다고 통일부는 전했다.

    북측은 앞서 지난 10~17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방북을 계기로 도출한 현대측과의 5개항 합의에서 "남측 인원들의 군사분계선 육로통행과 북측지역 체류를 역사적인 10.4선언정신에 따라 원상대로 회복하기로 하였다"고 발표했다.

    북한은 작년 12월1일부터 남북관계 1단계 차단조치로 규정한 `12.1 조치'를 시행하면서 경의선 도로를 통한 남북간 왕래 횟수(시간대)를 매일 '출경(방북) 12회, 입경(귀환) 7회'에서 '출.입경 각각 3회'로 축소했다.

    또 하루 각 2차례씩 출.입경을 허용하던 동해선 출입을 각각 한 주에 1차례씩만 허용키로 했다.

    통행 시간대별 통과 인원과 차량 대수도 이전 500명.200대에서 250명.150대로 각각 감축했으며 개성공단 상시 체류자격 소지자는 880명으로 제한했다.

    아울러 개성 남북경협협의사무소 폐쇄, 경의선 철도운행 중단, 개성관광 중단 등 조치도 단행했다.

    남북은 이날 또 북측의 김대중 전 대통령 조문단 파견과 관련한 남북간 연락을 위해 판문점 남북 적십자 연락사무소간 직통전화를 임시 개설했다고 통일부 당국자는 전했다.

    이 당국자는 "정부가 해사당국간 통신망을 통해 북한 조의 방문단과 관련한 연락 문제를 위한 서울-평양간 직통전화 개설을 요구했고 북측이 이에 동의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작년 11월 북이 끊었던 적십자 채널의 전면적 복원은 아니고 현재로 봐서는 북한 조의방문단의 연락을 위한 전화를 개설한 것"이라며 "이번 조치가 앞으로도 계속 유지될지는 지켜봐야겠다"고 말했다.

    △ 북, '12.1 조치' 전면 해제 배경은?

    북한이 20일 남북관계 1단계 차단조치로 작년 12월 시행한 `12.1 조치'를 21일부로 전면 해제하겠다고 통보해옴에 따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이는 일단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을 평양으로 초청, 억류 근로자 유성진씨를 석방하고 육로통행 및 체류와 관련한 제한 해제 등 5개항을 합의한 것의 연장선상에서 해석된다. 북한이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1년6개월여 갈등 일변도로 진행돼온 온 남북관계에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12.1 조치 철회의 `D-데이'를 21일로 택해 20일 발표한 것은 21~22일로 예정된 김대중 전 대통령 조문사절단 파견을 앞둔 분위기 조성 차원에서 해석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가 조문 사절단의 서울 방문을 남북 당국간 대화 복원의 계기로 적극 활용할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2.1조치'해제 의미..택일 배경은 = 북한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방북 마지막 날인 17일 현대측과의 5개항 합의 중 하나로 "남측 인원들의 군사분계선 육로통행과 북측지역체류를 역사적인 10.4선언 정신에 따라 원상대로 회복하기로 하였다"고 발표했다.

    이는 당시 북이 합의한 금강산.개성관광 재개, 이산가족 상봉 등 5개 사항 중 남측과 협의 없이 자기 결정으로 이행할 수 있는 유일한 조치였다.

    그러나 북한이 20일 발표한 조치는 17일 현대측과 합의한 내용에 철도운행 재개, 개성경협협의사무소 재가동 등을 추가한 `12.1 조치'의 전면 해제였다. 비록 12.1조치의 일환으로 중단된 개성관광은 아직 재개되지 않았지만 그것 역시 현대와 북측이 재개에 합의한 사항이기에 이번 북측의 조치는 12.1조치의 전면적 철회로 볼 수 있다.

    북한 입장에서는 지난 13일 석방한 억류 근로자 유성진씨에 이어 가지고 있던 대남 유화카드 하나를 또 쓴 셈이다.

    특히 북한이 우리 정부의 6.15, 10.4선언에 대한 미온적 입장과 과거와 다른 대북정책 등을 문제삼으며 취한 남북관계 차단조치를 단 한번에 철회한 것은 의미가 작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비록 이번 조치가 어긋난 상황을 정상으로 되돌리는 것일 뿐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북한이 긴장 일변도로 몰고 가던 대남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실질적인 조치를 잇달아 취하고 있다는 점은 나름대로 평가할만 하다는 얘기다.

    북한이 통행제한 해제의 발표 시기를 20일로 택한 것은 김기남 노동당 중앙위 비서와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 등 고위급 조문사절단의 21일 서울 방문을 앞두고 남한 정부와 민간에 우호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의도를 담은 것으로 보인다.

    이런 조치에는 핵실험과 북한발 대남 위협으로 나빠진 국내 대북여론을 호전시키려는 의도가 반영돼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실제로 이로 인해 우리 정부가 조문사절단 파견을 계기로 대북 접근을 할 수 있게끔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측면이 없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대북 전문가는 북한의 이날 조치에 대해 "현재 이명박 대통령이나 정부 고위 당국자가 북측 조문단과 대화할지가 초미의 관심사인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자신들을 만나 진지하게 협의할 수 있는 여론을 조성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다만 북한의 속내가 개성 및 금강산 관광 재개, 백두산 관광 개시 등 자신들에게 현찰을 가져다주는 현대측과의 최근 합의들을 남한 당국의 협조 속에 조속히 이행하는데 그치는 것인지, 진정으로 남북관계를 복원하려는 것인지는 아직 불확실해 보인다.

    ◇정부, 북 사절단 만날까 = 이제 관심은 우리 정부의 대응으로 쏠리고 있다.

    북한이 보이는 `비둘기 행보'를 놓고 여러 해석이 있지만 북한이 내민 손을 잡느냐 마느냐에 따라 향후 남북관계의 향배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의 선택이 주목되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북한 조문단의 1박2일 일정 중 조문 장면만 언론에 공개하고 입.출국 장면과 기타 일정은 공개하지 않기로 한데서 보듯 이번 조문단 방문에 대해 극도로 차분한 기류를 보이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취재허용 최소화 방침에 대해 "북측 인사들의 신변 안전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고 설명했지만 북측 인사들에게 `발언'의 기회가 많이 주어지면 그들의 대남 전술에 말릴 수 있다는 우려도 감안하고 있는 듯 보인다.

    그러나 정부가 북한의 대남 실세이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최측근 인사인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을 만나 남북관계에 대한 의중을 타진할 기회를 그냥 날려 버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만만치 않다.

    정부가 이날 북측에 이산가족 상봉 협의를 위한 남북적십자회담 개최를 선 제의하는 등 북한과의 대화채널 복원 및 남북관계 정상화에 의지를 보이고 있음을 감안할 때 이명박 대통령 예방 주선 등 공개행사까지는 아닐지라도 조용하고 실무적인 협의의 기회는 만들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통일부 당국자는 "빈소 방문 외에 다른 일정은 현재로선 정해진 바 없으며 조문단 측으로부터 요청을 받은 일정도 없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