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를 대통령 특사로 헝가리, 덴마크 및 EU(유럽연합) 등에 파견키로 하면서 정치적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박 전 대표의 유럽 특사방문은 이 대통령이 지난 1월 청와대 비공개 회동 당시 직접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박 전 대표는 긍정적 답변을 했으며, 최근 맹형규 청와대 정무수석이 실질적 조율에 나서 지난 7월말경 일정이 확정됐다고 복수의 여권관계자는 전했다.

    우선 박 전 대표의 유럽 특사 파견으로 당내 친이·친박계가 갈등을 넘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게 될 지 주목된다. 친박계 의원의 입각설도 여전히 유효한 가운데 실제 성사될 지도 관심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10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EU는 중요한 외교 파트너이며 각각 수교 20주년과 50주년을 맞는 헝가리와 덴마크도 큰 의미가 있어 특사를 보내기로 한 것"이라면서 "지나치게 국내 정치 시각에서만 보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그는 "박 전 대표 파견 내용을 오늘 발표한 것은 외교적 사항이므로 상대국과의 일정을 고려해 합의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한나라당 조기 전당대회 문제, 10월 재보선, 당정청 인적 개편 등 대형 정치 일정을 앞둔 상황에서 박 전 대표의 대통령 특사 파견이 갖는 의미는 클 수밖에 없다. 당장 이번 개각에서 친박 의원의 입각을 예상하는 성급한 시각도 나온다. 친박계 좌장격인 김무성 의원이 신설되는 정무장관직에 거론되고 있으며 최경환 의원, 서병수 의원 등도 이름이 오르내린다.

    또 8월 들어 지지율 회복세가 확연한 이 대통령이 이 참에 당내 화합까지 이끌어 확실한 국정 장악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한 여권관계자는 "이미 친이·친박은 없다고 선언한 이 대통령은 큰 틀에서 당내 화합을 함께 생각했을 것"이라며 "박 전 대표역시 새로운 리더십을 보여줄 때라는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표의 유럽순방에 안경률 유정복 의원 등 친이·친박 핵심의원이 함께 수행한다는 점은 당내 화합이 우선 고려됐음을 시사한다.

    박 전 대표는 오는 24일부터 다음달 5일까지 이 대통령의 친서를 휴대하고 유럽 특사활동을 벌이게 된다. 박 전 대표는 라슬로 소이욤 헝가리 대통령, 마그레테 2세 덴마크 여왕 등 각국 국가원수 및 고위관계자를 예방한다. 또 EU를 방문, 바호주 집행위원장 등 EU측 고위인사를 면담하고 한·EU FTA(자유무역협정) 조기체결을 위한 EU측 협조를 당부할 예정이다.

    앞서 박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의 당선자시절인 지난해 1월 중국특사로도 활동한 바 있다. 최근에는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 안상수 원내대표, 진수희 여의도연구소장 등이 이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남미, 중앙아시아 등 순방활동을 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