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감증명제도가 도입 100년 만에 폐지될 전망이다. 정부는 29일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회의에서 인감증명제도를 전면 개편키로 했다. 보다 편리하고 안전하게 법률생활을 영위하도록 한다는 취지 아래 인감증명 요구사무를 연내 60% 감축하고 전자위임장 등 대체방안을 마련, 정착한 후 인감증명제도를 5년내 완전 폐지한다는 방침이다.

    인감증명제도는 왜정때인 1914년 도입된 이래 거래관계에 있어서 본인의사를 확인하는 주요 수단으로 사용돼왔다. 이 제도는 그동안 빈번한 제출요구와 위·변조 및 부정발급 사고 등 국민불편을 야기하고 신뢰사회 형성을 저해한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아울러 이로 인한 사회적·경제적 비용 지출도 막대했다.

    지난해 인감증명 관련 사고는 모두 89건 발생했으며 앞서 2003년부터 2007년까지 5년간 발생건수는 825건에 달했다. 인감증명 발급 시간비용과 인감도장 제작에 각각 2000억원과 500억원, 인감전담 공무원 4000여명의 인건비와 기타 간접비 2000억원을 포함해 인감제도 운영과 관련해 소요되는 비용도 연간 무려 4500억원으로 추산된다.

    정부는 오랜 관행과 제도를 바꾸는 작업이라서 대체방안의 정착과 연계해 단계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1단계로 인감증명 요구사무를 연내 대폭 감축한다. 지난 5월부터 관계부처와 전문가로 구성된 심의기구는 부처간 협의를 통해 22개 중앙부처 209종의 인감증명 요구사무 중 60%인 125종을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 ▲ 주요 인감증명 요구 감축사무 유형별 대체방안 ⓒ 뉴데일리
    ▲ 주요 인감증명 요구 감축사무 유형별 대체방안 ⓒ 뉴데일리

    이 가운데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사항인 122건은 연내 폐지하고, 법률 개정사항 3건은 2010년도 상반기 중 입법을 통해 폐지할 방침이다. 인감요구가 폐지되는 사무는 본인확인을 위해 신분증 사본이나 인·허가증, 등록증 등에 양도사실을 기록해 제출하는 것으로 대신키로 했다. 이로써 부동산 등기, 자동차 이전등록 등 재산권 관련사항을 제외하고는 행정기관에 인감증명을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

    또 폐지되지 않는 나머지 인감사무에 대해서도 당사자가 직접 기관을 방문할 경우에는 인감증명서를 제출하지 않도록 했다. 대표적 존치사무인 부동산 등기 관련 사무는 당사자 본인이 신분증을 지참해 방문신청하면 등기 신청이 가능하다. 다만 본인확인을 정확히 하기 위해 향후 법원 등기소에 설치될 주민등록증 진위확인시스템을 통해 신원을 확인하게 된다. 계약서·위임장 등 공증을 받는 경우에도 공증인에 의해 본인의사가 확인되므로 별도의 인감증명이 필요없도록 조치할 계획이다.

    2단계에서는 국민이 기관방문없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대안을 마련해 시행한 후 대체방안의 정착과 연계해 5년내 인감증명제도를 완전 폐지하게 된다. 국민 선택권 확대를 위한 온라인 및 오프라인상 대체수단이 정착되는 시점을 의미한다.

    구체적 대체수단으로는 △ 전자인증 기반확충과 이용여건 개선 △ 전자위임장제도 도입 △ 본인서명사실확인서(가칭) 읍면동 발급 △ 공증제도 개편 △ 신분증에 서명 등재 △ 통합민원 SMS(문자서비스) 구축 등이 마련된다.

    전자인증은 국민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되는 부동산 등기, 금융기관 담보대출 또는 자동차 거래에 활용된다. 국토해양부에서는 '자동차관리정보시스템'을 2010년까지 구축해 소유권 이전이나 저당권 설정 등을 거래당사자가 직접 온라인으로 신청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내년도 도입 예정인 전자위임장 제도는 직장인이나 신세대들의 이용편의를 도모할 목적이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집에서 전자위임장 전용사이트에 접속해 소정의 서식에 위임장을 작성하면 인감 요구기관에서는 컴퓨터상의 위임장 내용을 확인하고 민원업무를 처리하게 된다.

  • ▲ 인감증명 대체방안인 '전자위임장' 구축 및 이용체계도 ⓒ 뉴데일리
    ▲ 인감증명 대체방안인 '전자위임장' 구축 및 이용체계도 ⓒ 뉴데일리

    인감증명을 대용하는 읍면동의 확인서 발급은 현장 시뮬레이션을 거쳐 올 하반기에 구체적 방안이 마련되며, 법률행위의 명확화와 법적 안정성을 고려한 공증제도의 개혁도 추진된다. 또 신분증에 서명을 등재해 계약과 같은 거래과정에서 본인확인의 보조수단으로 활용토록 내년까지 주민등록법 개정에 나선다. 또 부동산 등기 등 주요 민원접수 단계에서 SMS서비스를 실시, 부정행위를 사전에 차단하도록 할 예정이다.

    행정안전부는 인감증명제도 개편을 통해 현행 제도의 취약요소가 상당부분 개선될 것으로 기대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인감제도 운영에 따른 공무원 인건비, 인감증명 발급에 따른 시간비용 등 사회·경제적 비용을 절감하고 인감증명으로 인한 사건.사고와 법적 분쟁을 상당부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IT기술을 접목한 새로운 제도를 도입함으로써 국민들의 이용선택권을 확대하고 거래 안정성이 강화되므로 신뢰사회 구축에도 크게 이바지할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