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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은 24일 "특정지역, 특정도시에서 과외 받고 성적 좋은 사람만 좋은 대학을 가고, 좋은 직장에 다니면서 인정받는 시대는 마감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충북 괴산 농산어촌 기숙형 고등학교인 괴산고를 찾아 "일류고는 대도시만 있는 게 아니다. 이제 농촌이 여러 면에서 훌륭한 인재를 만들어 낼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2월 '사교육비 없는 학교' 성공사례인 서울 덕성여중, 7월 '마이스터고교'로 지정된 강원 원주정보공업고 방문에 이은 것으로 교육 개혁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해석된다. 또 "교육으로 가난의 대물림을 끊겠다"는 뜻에서 '친 서민행보'에 속도를 더한 의미도 담고 있다.
박형준 청와대 홍보기획관은 "단순한 현장방문이 아니라 기숙형 고등학교를 직접 찾아 사교육없는 공교육 현장을 점검하고 애로사항을 경청한 '정책연계형 현장방문'"이라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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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명박 대통령은 24일 충북 괴산 농산어촌 기숙형 고등학교인 괴산고를 방문해"특정지역, 특정도시에서 과외받고 성적좋은 사람만 좋은 대학을 가고, 좋은 직장에 다니면서 인정받는 시대는 마감하겠다"고 선언했다. ⓒ 뉴데일리<=청와대 제공>
이 대통령은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김영길 한동대 총장, 이기용 충북교육감, 임각수 괴산군수, 김기탁 괴산고 교장과 괴산고 학부모 대표 등과 가진 간담회에서 "대선공약이기도 한 기숙사 공립학교는 농촌 가정이 멀리 떨어져 있어 (학교에) 다니기 힘들던 것이 좋아진다"며 "기숙사에서는 과외하고 사교육 받는 게 아니라 학교생활만 하는 것이며 선생님들 참여도 많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정부는 과외 많이 해서 성적좋은 학생이 좋은 대학교 가는 시대를 끝내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농촌에서 고등학교를 나와도 좋은 대학을 갈 수 있다. 입학사정관제를 하면 주요 대학에서 논술, 입시 보다 면담으로 학생을 선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충수업을 받고 있던 한 학급을 참관한 자리에서도 이 대통령은 "논술도 없고, 시험도 없는 100% 면담만으로 대학가는 시대가 곧 올 것"이라며 "그 때는 과외도 받지 않고 오로지 학교 교육만 받았다는 것이 최고"라고 말했다.
전인교육 강조 "농촌학생들 친구 돌볼 줄 알고 선생님 존경할 줄 알아"
이 대통령은 또 "산업사회 과정에서는 과외 등 여러 사교육을 받고 대학에 가서 졸업하고 좋은 직장 구하는 시대가 있었다"면서 "지금 1학년 학생이 졸업하고 앞으로 사회에 나오는 시절에는 완전히 세상이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과외해서 좋은 성적으로 입학한 학생과 (농촌에서 과외받지 않은 학생을) 비교해 볼 때 대학 1,2학년 때는 차이가 나지만 3,4학년이 되면 농촌학생들도 다 따라간다"고 말했다.
사교육 필요없는 교육 개혁을 강조한 이 대통령은 '전인교육' 필요성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대학도 전문분야 공부도 중요하지만 글로벌 인재를 키우고 전인교육을 해야 한다"면서 "과외해서 남이 시키는 대로만 하면 창의력이 없어지고 그런 사람은 자기만 알게 된다. 남이 가르친 대로만 하면 자기가 굳이 생각할 필요가 없지 않나"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농촌에서 공부한 학생들은 할아버지, 할머니, 부모님, 선생님, 이웃도 알면서 자란다. 이런 학생들이 졸업하고 직장에 가면 훨씬 잘 된다"며 사기를 북돋았다. 이 대통령은 "나도 시골 출신"이라고도 했다.
배석한 김영길 총장은 "농어촌 자녀 특별전형을 해 뽑아보니까 입학 당시에는 수능점수에서 차이가 나지만 4학년이 되면 다 따라잡고, 졸업해 유명기업에 가면 (기업측) 반응이 너무 좋다"면서 "농어촌 출신 누구누구는 성실하고 정직하다고 해서 더 많은 학생을 원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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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명박 대통령이 24일 충북 괴산 기숙형 고등학교를 찾아 학생, 학부모, 교사들과 '타운미팅'을 가졌다. 학생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는 이 대통령. ⓒ 뉴데일리<=청와대 제공>
이 대통령은 이어 타운미팅 형식으로 학생, 교사, 학부모와 대화했다. 이 대통령은 '도시에 비해 시골학생에 대한 문화적 혜택이 부족하다'는 한 학생의 지적에 "학교만 떠나면 허허벌판이라고 하는데 나는 견해를 조금 달리 한다"면서 "아스팔트, 콘트리트에서 자라는 것보다 푸른 산과 논 밭이 있는 게 얼마나 여러분 심성을 아름답게 만드는지 모른다. 아주 넓게 볼 줄 알고, 내 친구를 돌볼 줄 알고, 선생님을 존경할 줄도 안다"고 말했다. "수업시간도 봤지만 정말 반듯하게 아주 교육을 잘 받은 학생들이라 생각들어 만족스럽다"고 격려했다.
"형편 어려워 대학 못가는 학생, 제도적으로 없앤다…학자금 대출 부담없도록 검토"
집안 경제사정상 대도시 사립대 진학이 어려울 것 같다는 한 학생의 호소에는 "형편이 어려워 대학을 못 간다는 사람은 앞으로 없애려고 한다"고 단언했다. 이 대통령은 "노력도 했고 성적도 되는데 가난하기 때문에 대학에 갈 수 없다는 학생은 제도적으로 없애려 한다"며 "가난의 대를 물리지 않겠다는 뜻에서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제까지 (학자금) 대출은 내가 봐도 (갚기가) 힘들더라"며 "지금은 졸업하자마자 갚아야 되는데 적어도 2,3년 뒤에 좋은 일자리를 구해 수입이 생길 때 갚아나가는, 실질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대여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정부도 지금 상당히 검토가 많이 되고 있다"면서 "우리 사회가 어떤 경우에도 공부할 수 있는 제도를 하려고 한다. 학자금 대출 내용도 실질적으로 도움되도록, 갚는데 부담이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나는 가난한 사람들 편이고 가장 이해하는 사람, 보답하는 것이 내 삶의 가치"
힘들었던 고학시절 경험을 소개한 뒤 이 대통령은 "경제가 어려우니 어려운 사람들이 더 힘들지 않느냐"면서 "대통령이 됐으니까 가난한 사람들 도와줘야겠다는게 아니라 원천적으로 (나는) 그 사람들 편이고, 가장 이해하는 사람이고, (그들에게) 보답하는 것이 내 삶의 가치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집안 형편이 어떻든 꿈을 접을 필요가 없다. 어려워 포기하고 싶을 때 마다 굴복하지 말고 그럴 수록 단단한 마음을 먹어야 한다"고 독려했다.
간담회를 마친 뒤 학생들은 직접 그린 이 대통령 '캐리커처'를 선물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학생들의 국어수업 참관 도중 한 학생이 낭송한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을 감상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이날 괴산으로 향하다 음성휴게소에 잠시 내려 휴식을 취하던 중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스님과 우연히 만났다다. 이 대통령과 지관스님은 "어디 가시는 길이냐"고 안부를 묻는 등 가볍게 인사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이어 휴게소에서 시민들과 20여분간 인사를 나눴다. 시민들은 "얼굴이 너무 말라 안쓰럽다"면서 이 대통령을 위로했다고 청와대 측은 밝혔다. <=괴산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