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무래도 자동차가 있어야 했다.

    사람을 찾는데 자동차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였다.

    자동차가 없다면, 사람을 찾을 수 없는 건 아니겠지만, 찾을 수 없게 될 가능성이 현격히 높아진다는 것이었다.

    세상은 자동차 없이는 사는 게 불가능한 세상이었다. 사람을 찾는데 있어서는 더욱 그랬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자동차가 없었다. 성규의 트럭은 도난을 당했고, 지만이의 새 차는 아직 당도하지 않고 있었다. 이도저도 안된다면 렌트를 해야 했으나, 렌트 비용이 부담이었다.

    결국 성규의 도망간 몽골 아내를 찾는데 자동차가 필요하다면, 지금 현재로서는 내 차를 동원하는 수 밖에 달리 방도가 없다는 얘기였다.

    내게 차가 있긴 했다. 내 앞으로 등록이 되어 있으므로 내 차인 게 분명했다. 하지만 내 차를 몰고 다니는 건 와이프였다. 내 차의 명목상의 주인은 나였지만, 실질적인 주인은 와이프였다는 것이었다.

    와이프는 내 차와 일체가 되어 있어 출퇴근을 내 차로 하는 건 물론, 가까운 마트에 가는 때에도 내 차와 함께 했다. 한마디로 말해 내 차는 와이프의 분신이고 와이프는 내 차의 분신 같아서, 둘을 떼어놓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심각한 분란과 말썽이 생기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이었다. 결국 성규의 도망간 몽골 아내를 찾기 위해 내 차를 동원하는 것도 사실적으로는 실현 불가능한 일이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나는 와이프를 찾아갔다. 성규의 도망간 몽골 아내를 찾아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성규의 도망간 몽골 아내를 찾는 데에 자동차가 꼭 필요한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집으로 와이프를 찾아가긴 하였지만, 사실 나는 큰 기대를 하고 있지는 않았다. 와이프가 절대 안 된다고 단호하게 거절하리라는 기대를 이미 갖고 찾아간 길이었을 뿐이었다.

    그런 기대를 가지고 있다면 와이프를 찾아가지 않는 게 합리적인 일이었지만, 나는 별로 합리적인 인간이 못 된다는 것이었다. 와이프가, 성규의 도망간 몽골 아내를 찾는 데에 자동차가 필요하니 며칠만 내 차를 쓰겠다고 하면 안 된다고 펄쩍 뛸 거라는 것을 뻔히 예견하면서도, 와이프를 찾아갈 정도로 나는 불합리한 인간이었던 것이었다.

    실로 두 달 보름만의 귀가였다. 두 달 보름만에 귀가한 집은, 그러나 집주인의 부재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모든 게 다 꽉 차 있고, 아무 문제없이 존재하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집주인의 부재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집이란 잘 정돈되고 관리 되었다는 것이었고, 좋은 일이었다.

    그러나 나는 뭔지 모르게 그 때문에 기분이 좀 나빠졌다. 내 집이 전혀 나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그런 느낌 때문이었지 않나 싶긴 하다.

    성규의 도망간 몽골 아내를 찾는 데 차가 필요하다고 하였을 때, 와이프의 반응은 내가 사전에 기대했던 것과 정확히, 반대였다.

     "그래? 그럼 가져가."

    내가 기대했던 것과 정확히 반대의 행동을 와이프가 보였기 때문에, 순간 나는 상당히 당황하고 말았다.

    "아니, 그래도 된단 말이야? 차가 필요하지 않아?" "차가 없으면 불편하긴 하겠지. 하지만 사람을 찾는 게 우선이지 어디 출퇴근 하는 데 차를 쓰는 게 우선이겠어. 그동안 나야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하면 되지."

    내가 이런 생각을 했다면 그건 분명 나의 잘못이었다. 나는 와이프가 뭘 잘못 먹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고, 그건 분명 나의 잘못이었다. 그러나 자기 분신이나 되는 듯이 내 차를 애지중지 하는 와이프의 성향을 놓고 볼 때, 내가 이런 생각을 한 것은 잘못이지만, 자연스럽기도 한 것이었다.

    "정말 차를 가져가도 괜찮다는 거야?"
    "그래."

    그러나 나는 아직도 반신반의였다.

    "자기가 누군가를 찾는 데에 열심인 게 보기 좋아. 옛날에 당신 모습이 그랬었어. 글쓰는 데에 몰입해서 다른 건 아무 것도 생각지 않았지. 헌데, 언제부터인가 당신은 몰입하지 않기 시작했어. 글쓰기조차 건성이 되어버렸지. 난 당신이 요즈음 '빨갱이' 운운 하면서 헛소리를 해대는 게 그 때문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어."
    "?...."
    "차를 가져가. 가져가서 열심히 몰두해서 그 여자를 찾아. 그게 내가 바라는 바이기도 하니까."
    "?......"
     
    청양 경찰서에서 연락이 왔다. 성규의 몽골 아내를 봤다는 제보가 들어온 걸 알려주는 전화였다.

    PC방에서 몽골 커뮤니티에 들어가 열심히 인터넷을 뒤지고 있는데, 성규의 핸드폰이 울렸다. 성규가 핸드폰을 받았고, 무척 상기되어 핸드폰을 끊었다.

    "왜 그래?"
    "청양경찰서에서 온 전화야……오르그뜨를 본 사람이 있대."
    "?...."

    성규는 아내가 도망가자 일찌감치 경찰서에 신고를 했던 모양이었다. 도망간 몽골 아내를 찾아달라고.

    농촌총각이 외국여자와 결혼하고 결혼한 여자가 도망가고 하는 게 청양군내에서는 심심찮게 일어나는 일이었으므로, 아내 도망 신고를 받으면 경찰관들도 안쓰럽게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도망간 외국인 아내를 되찾는 일은 거의 불가능한 듯 했다. 도망간 외국인 아내는 도망간 순간부터 불법체류자 신분이 되어 행선지를 확인하기가 곤란했고, 무엇보다도 경찰관들이 도망간 외국인 아내 찾기에 매달릴 만한 여건이 안 된다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도망간 외국인 아내를 찾아달라는 신고 접수는 경찰관들이 받긴 받지만, 대체로는 건성이라는 것이었다.

    청양경찰서에서 성규에게 연락이 온 것은 예외적인 경우라고 할 수 있었다. 성규의 친한 초등학교 동창이 청양경찰서에 있었기 망정이지, 아니었다면 일어나지 않을 일이었다.

    연락을 해 온 게 성규의 그 친한 초등학교 동창이었다. 이름이 요삼이라고 하던데, 그 요삼이란 친구가 몽골 아내가 도망간 성규의 처지를 안타깝게 여기고 뒤에서 힘을 쓴 탓이었던 것이었다.

    나와 지만이와 성규는 나의 차, 와이프의 허락을 받고 가져온 나의 차를 타고 청양으로 내려갔다. 두 번째 청양행이었다. 성규의 트럭을 가질러 청양을 찾은 게 첫 번째 청양행이었다. 첫 번째 청양행은, 악몽이었었다. 노래 부르는 여자들한테 유혹을 당해 돈도 잃고 몸도 마음도 잃고, 무엇보다도 성규의 하나 밖에 없는 트럭마저 잃었던 거니까.

    첫 번째 청양행의 악몽이 떠올라오자 나는 경계하는 마음이 불일듯 솟구쳐왔다. 물론 몹시 기분도 안 좋아졌다. 나는 이번에는 어떤 일이 있어도 여자에게 유혹당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속으로 해야 했다. 특히 노래 부르는 여자들에게는.

    첫 번째 청양행의 악몽에서 경험한 것처럼 노래 부르는 여자들에게 혹한다는 것은 치명적인 일이었다. 성규가 그의 트럭을 노래 부르는 여자들에게 빼앗겼다는 데에서 보듯이 여자들에게 유혹당해 마음을 잃는다는 것은 자동차를 빼앗긴다는 것이었다. 나는 결코 나의 차를 노래 부르는 여자들에게 빼앗길 수 없었다. 노래 부르는 여자들이 제 아무리 노래를 잘하고, 근사한 천상의 몸매를 지니고 있다 하더라도.

    아니, 노래 부르는 여자들 뿐만 아니라 그 누구에게도 나는 나의 차를 빼앗길 수 없었다. 그래서는 안 되었다. 나의 차를 빼앗긴다면, 그게 누가 됐든, 그건 나의 죽음이었다. 당장에 와이프가 가만 있지 않을 것이었다. 그 사실을 안 와이프는 나를 죽이려 들 테고, 실제로 나를 죽일 가능성이 높았다. 나는 결코 개죽음을 당하고 싶지는 않았다.

    첫 번째 청양행에서의 안 좋았던 추억은 지만이게도 떠오르는 것 같았다. 그러나 성규에게 그건 별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 같았다. 아내가 도망가 버린 성규에게 트럭을 도난당한 일 같은 건 그다지 대수롭지 않은 듯 했다.

    지만이가 그랬다.

    "어떻게 그런 멋진 목소리 삼삼한 몸매를 가지 년들이, 도둑년들일 수가 있었던 걸까. 난 아직도 잘 믿기지가 않아. 그 일만 생각하면 내가 여전히 꿈꾸고 있다는 느낌이니까."
    "여자란 겉보기와는 많이 다른 거야. 여자 뿐만이 아니라 세상 이치가 다 그런 거야."

    내가 뭘 좀 아는 것처럼 대답했다. 하지만 그렇게 대답하고 나니까 진짜 세상 이치가 다 그런 것처럼 느껴져왔다. 세상이란 그 태반이 겉보기와는 많이 다른 거라고.

    바짝 긴장을 하고 간 탓인지는 몰라도, 예산에 당도하고 예산을 빠져나와 청양 입구에 들어서도록 아무 일도 발생하지 않았다. 여기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은, 당연히 노래 부르는 여자들을 만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우리가 노래 부르는 여자들을 만난 게 예산에서였다. 예산역 근처의 한 골목길에서였다. 성규의 트럭을 멈추고 트럭에서 내려 시장기를 해소하기 위해 식당을 찾던 중에, 그리 됐던 것이었다. 지금도 차를 세우고 예산역 근처의 그 골목으로 간다면 노래 부르는 여자들의 그 노래를 듣고, 또 그 노래 부르는 여자들을 만나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리 되어서는 큰 일 날 일이었다. 예산에 들어서면서부터 자동차의 액셀을 밟는 오른발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하고 있었다. 나는 자동차의 액셀을 밟은 오른발에 힘을 주었고, 자동차의 속력이 갑자기 상승하기 시작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었다. 절대 노래 부르는 그 여자들을 다신 만나서는 안 된다는 경계를 바짝 조이고 있는데도, 마음 한편으로는 또 노래 부르는 그 여자들을 만나보고 싶다는 마음이 불일 듯 일어나는 것이었다. 예산 근처에 가까워질수록 그런 마음이 생겨나 커지기 시작했고, 예산 읍내로 들어서면서부터는 그 마음이 오히려 경계하는 마음을 능가하고 있었다.

    노래 부르는 그 여자들을 만나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적어도 노래만큼은 다시 듣고 싶다는 것이었다. 노래 부르는 여자들을 다시 만나게 되면 기필코, 성규가 그랬던 것처럼, 나의 차를 잃게 될 거라고 나 자신을 설득하고 설득해도 소용이 없었다. 그 노래 부르는 여자들의 그 멋진 노랫소리를 다시 듣고 싶다는 것이었다. 막무가내로 그 욕망이 치밀어올라, 나를 걷잡을 수 없게 하는 것이었다.

    라디오를 켰다. 노래 부르는 여자들의 그 노랫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서였다. 라디오를 켜도 노래 부르는 여자들의 노랫소리가 잊히질 않아, 자꾸 라디오의 볼륨을 높여갔다. 그러다 라디오의 볼륨의 끝까지 갔다. 그래도 노래 부르는 여자들의 그 노랫소리가 잊히질 않았다. 평소라면 끝까지 돌려놓은 라디오의 볼륨소리에 견디지 못하였을 텐데, 지금은 전혀 아니었다. 잇빠이 켜놓은 라디오의 소음은 들려오지 않고, 노래 부르는 여자들의 그 은은한 노랫소리만 들려오는 까닭이었다.

    노래 부르는 여자들의 그 은은한 노랫소리만이 들려오는 와중으로, 두 개의 날선 급박한 목소리가 순간 겹쳐왔다.

    "볼륨 좀 더 높이세요." 하는 목소리와

    "당숙, 왜 그렇게 라디오 볼륨을 크게 틀어놓는 거예요. 볼륨 좀 낮추세요." 하는 목소리였다.

    하나는 지만이의 목소리였고, 다른 하나는 성규의 목소리였다. 지만이는 나처럼 노래 부르는 여자들의 그 은은한, 신성한 목소리를 듣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성규는 듣지 않는 것 같았다.

    성규가 노래 부르는 여자들의 그 신성한 노래소리를 듣지 않고 있는 것은 신통한 일이었지만, 나중에 생각해 보니까 아내가 도망가 버렸기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도망간 아내를 찾아나선 남자에게는 원래가 어떤 유혹도 맥을 못추게끔 되어 있는 게 아닌가 싶었다.

    반면에 아내가 도망가 본 적이 없는 지만이는 노래 부르는 여자들의 그 신성한 유혹하는 노랫소리를 듣고, 라디오의 볼륨을 잇빠이로 틀어놓았음에도 라디오 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고, 그래서 라디오의 볼륨을 좀 더 높이라고 닦달 아닌 닦달을 해오는 것이었다.

    내가 라디오의 볼륨을 낮춘 것은 아니 아예 끈 것은 예산 읍내를 빠져나와 신양면내로 들어서면서였다. 예산 읍내를 빠져나오자마자 신통하게도 노래 부르는 여자들의 그 신성한, 유혹하는 노랫소리가 더 이상 들려오지 않았고, 라디오의 소음만이 너무 컸기 때문이었다.

    라디오를 끄자마자 성규가 아우성이었다.

    "도대체 왜 그렇게 라디오를 크게 틀어놓은 거예요. 미쳤어요!"

    지만이는 아우성을 치지 않았다.

    나는 성규에게 이유를 설명해주고 싶었지만, 참았다. 이유를 설명해주려고 막 입을 떼는 순간, 오히려 성규가 기이하다는 느낌이 들어서였다. 노래 부르는 여자들의 그 은은한, 유혹하는 노랫소리를 성규가 듣지 못했다는 게 오히려 이상하다는 것이었다. 나도 듣고 지만이도 들었는데, 어째서 같은 공간 같은 시간대를 살고 있는 성규는 듣지 못했느냐 하는 거였다. 설명을 할 게 아니라 오히려 설명을 들어야 할 게 나와 지만이라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나는 입을 열려다, 그만 말고, 입을 다물었던 것이었다.

    예산을 빠져나와 청양경찰서까지 십여 분 남짓 걸렸다. 내가 자동차 액셀을 거침없이 밟은 탓이었다. 그리고 내 차는 오 년 반쯤이 지났지만, 아직도 어떤 속도든 소화해 낼 수 있다는 것이었다.

    청양경찰서의 민원실로 들어가 김요삼 순경을 찾았다. 물론 찾은 것은 성규였다.

    김요삼 순경은 한 십 오 분쯤 뒤에 나타났다. 금방 나타날 줄로 기대했다가 십 오 분이나 지난 후에 나타난 탓에 김요삼의 모습이 약간 짜증스러웠다. 김요삼이 우리의 짜증을 눈치챘는지, 급히 처리할 일이 있어 좀 늦었노라고 양해를 구했다.

    김요삼은 딱 벌어진 어깨에 신뢰감이 가는 눈빛을 지닌 사람이었다. 경찰의 모습이라면 김요삼 같아야 하지 않을까 싶게 전형적인 경찰의 모습이었고, 김요삼이 경찰 이외의 다른 직업을 갖는다면 틀림없이 이상하게 보이리라는 확신을 주는 사람이었다.

    "내 아내를 찾은 게 사실이야?" 하는 성규의 질문에 김요삼의 대답은 다소 실망스러웠다. 아니, 다소 실망스러웠던 것은 나와 지만이었고, 성규는 크게 실망한 듯 했다.

    김요삼의 얘기의 골자는 성규의 몽골 아내를 찾았다는 게 아니었다. 성규의 몽골 아내를 본 목격자가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 목격자가 본 게 진짜 성규의 도망간 몽골 아내인지는 일백 프로 확답할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말하자면, 개연성이 있다는 것 뿐이었다.

    성규의 도망간 몽골 아내를 본 목격자는 물론 김요삼처럼 경찰관이었다.

    그러나 청양경찰서의 경찰관은 아니었다. 성규가 그 경찰관을 좀 만나게 해 줘 하고 요청하자 김요삼은 여기 경찰관이 아니고 유성경찰서의 경찰관이야, 최득구 순경이라고, 했다. 그러니까 성규의 도망간 몽골 아내를 봤다는 최득구 경순경을 만날려면 여기 청양경찰서가 아닌 유성경찰서로 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내 아내를 본 게 여기가 아니고 유성이라는 거야?"
    "그래. 도망간 여자가 여기 청양에 있을 수야 있겠어. 그럼 그건 도망간 게 아니게."
    "그럼, 유성에 내 아내가 있다는 얘기네." "확답을 할 수는 없어. 거기서 봤다는 거지. 거기에 상주하고 있는 건 아니니까. 하지만 유성에 나타났다면 어떤 식이든 그곳에 흔적은 남겨 놓았다고 보는 게 좋겠지."

    김요삼의 말에 성규는 실망하고, 또 희망을 갖는 것 같았다. 실망한 것은 청양경찰서에 오면 김요삼이 도망간 아내의 위치를 명확히 가르쳐 줄 줄 알았는데, 그런 기대를 갖고 왔는데, 그 기대가 여지없이 어긋나버렸기 때문이고, 희망을 갖게 된 것은, 적어도 도망간 아내를 목격한 사람의 존재는 확인할 수 있었다는 것이었다.

    "헌데, 그 최득구라는 순경은 어떻게 성규 아내의 얼굴을 알고, 유성에서 목격할 수가 있었던가요. 최득구라는 순경은 전혀 성규나 성규의 와이프를 모를 텐데요."

    내가 궁금해서 물었다. 실제로 그건 아주 궁금한 일이었다. 이 궁금증이 풀리지 않고서는 김요삼의 애기도 신빙할 수 없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아 제가 성규 와이프의 사진을 전국 경찰서와 사람찾기 단체에 보냈었습니다. 사람을 찾을려고 하면 그 방법이 지금으로써는 최선이었으니까요."
    "아, 그렇군요."